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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I Travel Jan 10.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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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와 근처 돌아다녀보기

첫 학기는 아무래도 새로운 세상에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주말이라 할지라도 생각보다 해야 할 숙제들이 많아서 공부하는데 시간을 많이 보냈지만 그래도 여유가 생길 때면 어김없이 모스크바와 근처 도시들을 둘러보러 다녔다.


고리키 공원/베데엔하 공원

모스크바에는 산책하기에 꽤나 괜찮은 공원이 많이 있다. 지난번 산책에 관련된 이야기를 할 때 언급한 적이 있는 승리공원은 아주 넓고 평 평한 광장이 많이 산책하는 사람들과 더불어 롤러스케이트나 보드를 타는 사람이 많다. 이번에 소개할 두 공원은 조금 더 나들이에 특화된 공원이라 할 수 있겠다.


고리키 공원은 필자가 머물던 기숙사와 매우 가까운 곳에 있었고 모스크바 중심부와도 매우 가깝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사람이 정말 많다. 공원이 정말 넓고 공원 곳곳에 먹을거리도 조금 있고 이것저것 할거리, 볼거리가 많았고 필자와 친구들은 보통 이 공원에서 중국면요리(웍)를 사 먹곤 했다. 무료로 탁구를 칠 수 있는 곳도 있었고 모스크바 강 주위로 노래를 틀어놓고 춤추는 사람들, 볕 좋은 곳에서 낮잠을 즐기는 사람들, 스케이트 보드나 킥보드를 타거나 파쿠르를 하는 사람도 보였다. 베데엔하 공원은 기숙사와는 조금 떨어져 있었지만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우주박물관이 있고 모스크바에 최초로 만들어진 자기부상 열차도 타볼 수 있다.


두 공원 모두 공통적으로 겨울에는 넓은 공원 길을 얼려서 스케이트장으로 쓴다. 베데엔하 공원은 모스크바에서 가장 큰 야외 스케이트장으로 변신을 하고 고리키 공원은 그보다 조금 작지만 충분히 크고 특히나 야경이 아름다운 공간으로 변모한다. 모스크바에 겨울에 방문한다면 어차피 해가 일찍 지기 때문에 오후에 나가서 해질녘에 산책도 하고 스케이트도 타보는 게 어떨까.


수즈달모스크바에 먼저 공부를 하고 계셨던 지인의 초대로 함께 수즈달이라는 작은 도시에 다녀올 수 있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크레믈 또는 크렘린은 한 도시의 내성을 의미하는 것이라 모스크바뿐만 아니라 어느 도시든 크레믈이 존재할 수 있고 수즈달도 그중 하나였다. 모스크바에서 약 200km 정도 떨어져 있는 수즈달은 1000년도 더 전에 세워진 도시로 러시아인들에게는 역사가 아주 깊은 곳이라 할 수 있겠다. 러시아에서 여행을 하다 보면 대충 500년 정도 된 것들이 아주 오래된 것들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반만년 역사를 가진 한민족에게는 여흥거리도 되지 않는다. 작은 도시이기에 번잡하지 않고 성곽을 따라서 산책을 하는 것도 굉장히 운치가 있었고 크레믈 안에 열리는 장터에서 지역 특산품인 꿀 등을 구입할 수 있었다. 러시아에선 흥정이 기본이지만 상대적으로 물가가 싸기에 심하게 흥정을 하는 편은 아니지만 막상 사고 나면 후회를 할 때가 많다. 필자 일행이 머무르고 있는 숙소에는 사과나무가 한 그루 있었는데 마침 가을이라 바람이 불면 사과가 툭툭 떨어지곤 했다. 숙소 주인은 너그럽게 실컷 따가서 먹으라고 했는데, 필자가 막내이기도 했고 오래간만에 실력을 발휘해서 나무를 타고 올라가 사과들을 떨어뜨렸던 기억이 난다. 고즈넉하니 아름다운 황혼 풍경과 넉넉한 시골 인심을 느낄 수 있었던 곳으로 남았다. 


수즈달

모스크바에 먼저 공부를 하고 계셨던 지인의 초대로 함께 수즈달이라는 작은 도시에 다녀올 수 있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크레믈 또는 크렘린은 한 도시의 내성을 의미하는 것이라 모스크바뿐만 아니라 어느 도시든 크레믈이 존재할 수 있고 수즈달도 그중 하나였다. 모스크바에서 약 200km 정도 떨어져 있는 수즈달은 1000년도 더 전에 세워진 도시로 러시아인들에게는 역사가 아주 깊은 곳이라 할 수 있겠다. 러시아에서 여행을 하다 보면 대충 500년 정도 된 것들이 아주 오래된 것들로 취급되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반만년 역사를 가진 한민족에게는 여흥거리도 되지 않는다. 작은 도시이기에 번잡하지 않고 성곽을 따라서 산책을 하는 것도 굉장히 운치가 있었고 크레믈 안에 열리는 장터에서 지역 특산품인 꿀 등을 구입할 수 있었다. 러시아에선 흥정이 기본이지만 상대적으로 물가가 싸기에 심하게 흥정을 하는 편은 아니지만 막상 사고 나면 후회를 할 때가 많다. 필자 일행이 머무르고 있는 숙소에는 사과나무가 한 그루 있었는데 마침 가을이라 바람이 불면 사과가 툭툭 떨어지곤 했다. 숙소 주인은 너그럽게 실컷 따가서 먹으라고 했는데, 필자가 막내이기도 했고 오래간만에 실력을 발휘해서 나무를 타고 올라가 사과들을 떨어뜨렸던 기억이 난다. 고즈넉하니 아름다운 황혼 풍경과 넉넉한 시골 인심을 느낄 수 있었던 곳으로 남았다. 


마트

한국에 있는 초등학생 조카에게 "마트"가 큰지 "슈퍼"가 큰지 물어봤다. 조카는 "마트"가 큰 것이라 아무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하지만 러시아에선 사정이 조금 다르다. "마켓"은 동네에 작은 소매점을 이르는 말이고 이마트와 같이 대형마트를 "슈퍼마켓"이라 한다. 듣고 보면 러시아인들의 명칭이 더 올바른 것 같긴 했다. 그리고 슈퍼마켓을 포함하고 다양한 옷가게 등이 있는, 한마디로 종합 쇼핑몰을 "메가마켓"이라 하고 이 보다 더 큰 게 있다면 백화점쯤 일 것이다. 한 번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러시아인 친구에게 훨씬 더 쇼핑몰이 나오면 "기가마켓"이라 부를 거냐 물었더니 그 또한 망설임 없이 맞다고 대답했다. 보통은 예상치 못한 대답이 나오기 마련인데 정말 오랜만에 러시아인으로부터 뭔가 맞아떨어지는 대답을 들은 것 같아 어안이 벙벙했다. 


향수

태어나서 처음으로 해외 나와서 살다 보니 명절과 생일에 가족 친지가 없다는 게 이상했다. 8월 말에 모스크바에 도착했기에 정신이 없어 추석은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생각이 잘 안 나지만 설에는 학교에 가서 러시아어 선생님과 함께 한국 명절과 음력 달력에 대해 이야기하고 친구들(다 동생들이었지만)과 기숙사에서 무언가를 해 먹었던 기억이 난다. 필자는 신정에 태어나서 생일은 항상 가족들과 보냈었는데 러시아에 오니 가족은 없었지만 새로 만난 친구들과 생일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았고 그렇게 서로를 의지하며 낯선 땅에서 적응을 해간 것 같다. 모스크에서의 첫 해에는 유독 눈이 많이 왔는데 펑펑 눈이 오는 동안만 좋았고 막상 눈이 다 내리고 나니 엄청난 양의 염화칼슘으로 녹은 눈들이 차에 밟혀서 도로의 기름, 먼지와 튀니 거리가 온통 더러워졌다. 눈이 오면 어떤 기분이냐는 질문에 모스크바에서 살아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눈과 더러움을 함께 연상할 것 같다. 그래도 모스크바에서의 첫겨울이 지나고 봄이 왔을 땐 향수보다도 낯선 곳에서의 설렘과 두려움이 더 욱 친근하게 느껴졌다.


번외

러시아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지인분께서 남는 모터쇼 티켓을 주셔서 한국에서 조차 운전을 거의 하지 않았고, 차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던 우린 엉겁결에 한국에서도 안 가본 모터쇼 구경을 다녀올 수 있게 되었다. 모터쇼 행사장은 건물과 건물 주위의 야외로 나뉘어 있었는데, 야외에서는 전시된 차들도 있었지만 주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게 되어 있었고 실내에는 많은 차량이 브랜드 별로 전시가 되어 있었다. 모스크바를 다니면서도 여자들이 참 다리가 길어 몸매가 예뻐 보인다 생각했는데, 모터쇼 걸들은 그중 예쁜 사람만 모아놨는지 아내랑 같이 왔더니 눈 둘 곳을 찾기 힘들었다. 그래도 결혼 전에 아내에게 약속받은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보고 생각하는 것까진 봐줄게"였다. 모스크바에 놀러 갔는데 모터쇼를 한다면 가보는 게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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