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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한 가족 일원이 있는 풍경

침묵은 위기일까요, 최선일까요

by 은후

논픽션만으론 부족했습니다.

그리하여 픽션이 필요했습니다.

덜 익은 플롯이지만 그동안 쌓은 글을 조금씩 방류하려 합니다.


들어가는 말



『우리는 서로에게 낯선 섬이었다』라는 제목으로 독자 여러분을 찾아뵈려 합니다.


이 단편 소설은 큰 사건이나 극적인 파국에 대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우리 모두의 가장 사적인 공간인 가족이라는 섬에서 오랫동안 쌓여 온 무기력과 침묵의 부조화에 관한 만의 보고입니다.


가장 친밀하다고 믿었던 관계 속에서 우리가 얼마나 외로운 섬으로 존재할 수 있는지 끊임없이 질문했습니다.


소설 속 가족 구성원들은 서로를 외면하며 벽을 보고 앉았지만, 그들의 동상이몽인 아버지의 강박적인 청소, 어머니의 희생적인 침묵, 딸의 지적인 도피는 모두 각자의 섬에서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습니다.


그들의 무기력은 비난점이 아니라 삶의 불확실성에 맞서는 인간적인 취약점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이 글을 통해 여러분께 뚜렷한 화해나 치유를 약속하지는 않으려 합니다. 삶의 부조화는 제거되는 게 아니라 인정하고 안고 가야 할 우리 존재의 숙명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소설의 결말에서 찾은 미완의 연대는 섬과 섬 사이의 거리를 좁히는 억지 노력이 아닌 서로의 고독을 존중하며 각자의 삶을 발전시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구성원은 여전히 낯선 섬이라 할지라도 서로에게 흐르는 강입니다.


이 글이 가족 관계로 인해 고통받거나 자신의 고독을 외면해 온 독자에게 작으나마 위안이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고독은 독립의 다른 이름이며 우리는 그 독립된 섬 위에서 충분히 빛날 수 있습니다.


부디, 누군가도 무기력을 객관화하여 용기 있게 스스로 흐르는 강이 될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공감과 여정에 미리 감사드립니다.



♧♧♧명일... 프롤로그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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