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레 Nov 04. 2022

나는 무엇으로 돈을 버는가

상승장에 올라타지 못한 90년대생의 짠내 나는 투자 일기

나는 무엇으로 돈을 버는가. 돌이켜보면 정말 짠내 나는 여정이다. 저축도 하고, 주식 투자도 하고, 채권과 파생상품도 샀다. 이 모든 걸 하는 과정에서 꾸준히 부동산도 알아봤다. 중간중간 코인 시장에도 발을 담갔다. 책에서 배운 자산 배분 원칙을 나름 지킨다고 지켰고, 투기꾼이 되지 않기 위해서 공부를 충분히 한 후 투자를 했다. 투자와 관련된 고전으로 여겨지는 책들을 수십 권 읽었고, 최근에 유행하는 베스트셀러 경제/경영 서적도 틈틈이 봤다. 돈을 다루는 스킬, 부자가 되는 마인드 등과 관련해서도 빼놓지 않았다. 요즘은 유투브도 너무 재밌는 게 많아서 슈카월드, 삼프로TV, 부읽남, 신사임당 등을 챙겨봤다.



그런데 모든 자산 가격이 폭락하고 있는 요즘 나는 무기력함을 느낀다.



본격적으로 '돈'에 눈을 뜬 건 직장생활을 시작한 2016년도부터다. 자취하느라 이리저리 이사 다니는 게 지겨웠기에 취업하고 나서는 집을 매수하는 걸 알아봤다. 갓 취업한 사회 초년생이라 모은 돈이 없었다. 당시에는 집으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도 주변에는 거의 없었다. 패닉 바잉 같은 건 당연히 찾아볼 수 없었고, 주변 선배들은 2~3년 착실하게 모은 돈으로 결혼할 때쯤 배우자와 함께 돈을 보태 집을 샀다고 했다. 몇 년 동안 시드를 모으고, 대출을 일으키면 나 혼자서라도 아파트는 살 수 있었다. 아주 긴 세월 원리금 상환을 하겠지만, 내 집 마련의 꿈이 그리 까마득한 미래에 있진 않았다.


그렇지만 돈을 그냥 모으기에는 금리가 너무 낮았다. 투자를 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였다. 그중 가장 접근하기 쉬운 게 주식이었다. 투기꾼과는 다르다는 걸 스스로 굳게 믿으며, 나만이 투자 철학을 만들어나갔다.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도 비교적 흔들리지 않았다. 상승하거나 하락한다고 해서 일희일비하면서 매수매도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현금 비중은 그 어떤 순간에도 30% 이상 가지고 갔다. 중간중간 채권을 활용해 내 포트폴리오에 안정성을 더했다.



모두들 코인에 열정적이던 그때에는 나도 얼마를 넣어봤다. 더 어린 시절에는 P2P 투자도 해보고,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비상장주식에도 투자를 해봤다. 내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5% 정도가 안 되는 돈이었다. 이렇게 리스크가 큰 것들은 비중을 조절하면서 안정성을 추구했다. 다 잃는다고 하더라도 크게 지장이 없는 수준이었다. 이 세상 트렌드에 나도 한발 담그고, 다른 사람들과의 대화 주제가 생겨서 재미있고 좋았다. 또 혹시 상승했을 때에는 나만 참여하지 못했다는 소외감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지 않나. 일종에 입장료, 수업료라고 생각해도 아쉽지 않을 정도로만 들어갔다.



사실 지난  년간 나와 같은 사회 초년생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서점은 투자와 관련된 것들로 가득했고, 유튜브나 방송도 돈과 관련된  인기를 끌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자산증식에 관심이 많았다는 뜻이겠지. 우리는 예전 세대가 경험했던 것들을 교훈 삼아   똑똑하게 투자를 하고 싶었다. 정말 거의 모두  투자에 열심히였다. 친구들끼리 모이면 부동산, 주식, 코인 이야기를 했다. 누구는 얼마를 벌었다더라, 누구는 그걸로 퇴사를 했다더라. 경제적 자유와 FIRE 대한 이야기가 들려왔다.




경제적 자유와 벼락 거지라는 단어가 동시에 공존하는 사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들 참 부지런히 도 뛰어다녔다.



금리인상기. 평범한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는 대부분의 자산 가격이 급락했다. 주식은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왔고, 집값도 비슷한 수준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여전히 예전(2020년 이전) 가격에 비해서는 비싸다고 할 수 도 있다. 그렇지만 나의 또래들이 취업해서 몇 년간 돈을 모으고, 결혼할 무렵에 집을 산 시기가 대부분 2019년 말 2020년 초이다. 몇 년 동안 이자를 냈고, 앞으로는 더 커진 이자를 내야 하는데 집값은 내려가고. 시기적으로 뭐가 안 맞았다.



무주택자 친구들이라고 해서 사정이 별반 다르지 않다. 집에 돈을 묶어두지 않았으니 상당 부분이 주식에 물려있다. 대형 우량주를 산다고 샀으나, 지난 1년은 우량주가 반토막 나는 게 부지기수인 시기지 않았나. 스스로 돈을 벌고, 모아서 투자를 해나갔던 평범한 월급쟁이 90년생들은 너도나도 크게 다르지가 않았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투자를 하고 있다. 그저 무기력함에 빠져있을 수는 없으니까. 그래서 이렇게 글도 쓰고, 글을 쓴 후에는 다시 경제뉴스를 보러 갈 것이다. 투자는 나의 책임이기에 누구도 탓할 수 없다. 더 현명한 투자자가 되지 못했음을 반성하고 돌아보면서, 더 많이 공부하고 더 많이 경험하는 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이사 다니지 않아도 되는 나의 집에, 취향 가득 인테리어를 해놓고, 장비가 갖춰진 주방에서 집밥을 만들고,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아름다운 음악을 들으며 식사를 하는 그런 일상. 그 일상을 위해서 오늘도 파이팅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