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든 어색하지 않을 부자지간을 위하여
말이 많은 원주 이씨 부자는 요즘 잠들기 전 이래저래 수다를 떨다가 잠이 든다.
어젯밤에는 아들을 재우기 전 아이방 베란다 불만 켜놓고 이래저래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제는 제법 어린이 티가 나는 아들과의 대화가 꼭 어릴 적 친구 집에서 늦은 밤까지 수다를 떨던 때의 느낌을 줘서 기분이 묘했다.
아빠로서 아들과 지속가능한 친선 관계를 맺으려면 어릴 때부터 잘 지내야 한다는 점을 나는 다정한 나의 아버지를 통해 배웠다.
옥토넛을 영어로 시청하면서 점점 영어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아들이 내게 물었다.
‘아빠! 옥토넛에서 항상 바나클 대장이 Kwazii, Activate Creature Report라고 하잖아요. 정확하게 무슨 뜻이에요?’
‘Activate가 작동하다. 실행하다.라는 뜻을 갖고 있어. Creature는 생명체고 Report는 보고하는 뜻이지. 옥토넛 한글 버전에서는 그 부분을 뭐라고 말하지?’
‘옥토 요원들 보고 바란다!라고 해요.’
‘그렇지. 근데 영어 버전에서는 옥토넛 탐험대원 중에 한 명인 콰지를 부르고 조사한 생물에 대한 조사 보고를 실시해 주기 바란다!라고 요청하는 거야.‘
‘조금 다르긴 한데 비슷하네요! 우리말로 옮겨서 그런가 봐요. 흠.. 근데 아빠 이상한 게.. 실시해! 탐험 보고를! 우리는 이렇게 말 안 하는데 영어는 말하는 순서가 조금 다른가 봐요.’
‘이야~ 그걸 발견하다니 대단한데~? ‘나는 자동차를 좋아해.‘라는 말을 영어로 옮기면 ‘I like cars’인데 이건 우리말로 그대로 옮기면 ’나는 좋아한다. 자동차를‘이 되지. 영어는 보통 이런 순서로 이야기를 해. 그리고 우리가 많이 쓰는 표현인 I love you를 우리는 나는 널 사랑해라고 해석하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너 인 것이 중요한 느낌이잖아. 근데 영어는 내가 사랑해! 너를 이니까 사랑한다는 사실이 조금 더 중요한 것처럼 보이지. 말의 느낌이 차이가 나네.’
‘아! 이제 알 것 같아요. 나라마다 말을 하는 순서도 다를 수 있구나! 신기하네요?‘
‘그렇지?’ 이렇게 숨어 있는 재밌는 사실들을 찾아내다 보면 하루하루는 참 재밌어!‘
지구본을 이리저리 돌리며 살피는 아들에게 내가 물었다.
아들, 지구에 200개 정도의 나라가 있는데 바다에 아예 인접하지 않은 나라를 내륙국가라고 하거든? 내륙국가는 꽤 많아. 그런데 바다를 보기 위해서는 최소 두 개의 국경을 넘어야 하는 나라들도 있어. 완전히 땅에 둘러싸인 국가지! 이런 나라를 이중내륙국가라고 하는데~ 지구본에서 어딘지 한 번 찾아볼래? 몇 개 있는지 맞혀봐.
한참 지구본을 노려 보다가 오스트리아, 체코, 타지키스탄 등 유력해 보이는 후보들도 국경 하나를 거치면 바다가 나오는 것을 보고 낙심하다가 결국 우즈베키스탄을 찾아냈다.
아빠! 찾았어요! 우즈베키스탄! 맞죠?
그렇지! 정답! 근데 하나 더 있어. 어딜까?
아… 이젠 모르겠어요.
그럴 수 있지. 나머지 한 나라는 아주 작아서 잘 안 보일 거야. 여기 리히텐슈타인이라는 나라 보이지? 여기도 두 국가를 거쳐야 바다가 나와. 이건 아주 찾기 힘들지. 그래서 우즈베키스탄을 찾은 것도 정말 관찰력이 좋은 거야!
카스피해는 해가 붙었지만 바다로 보지는 않아서 우즈베키스탄이 이중내륙국이 되는 거죠?
그렇지~ 만약 카스피해를 바다로 본다면 리히텐슈타인만 이중내륙국이 되겠네.
오.. 진짜 신기하네요. 재밌어요.
아들이 인생에서 마주할 여러 문제와 지식의 진입장벽을 낮추어주고 싶다는 의도로 여러 대화를 나누지만 그 과정에서 나도 참 많이 배우고 충족됨을 느낀다.
앞으로 이 아이와 나눌 대화, 토론, 논쟁이 기대된다.
#아빠의난중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