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고 Apr 22. 2022

왜 밥을 먹고 바로 치우지 않는 거야?

틀린 것이 아니라 다른 것

남자친구(이하 '그')와 함께 생활하면서 나와 너무나도 다른 습관들을 발견하게 되었는데, 그중 하나는 밥을 먹고 바로 치우지 않는 것이었다. '밥을 먹고 나서 바로 식탁을 정리하는 것'이 평생의 습관으로 자리 잡은 나는 밥 먹고 난 후 먹은 것들을 그대로 놓고 계속 이야기를 하거나, 티비를 보는 그가 조금은 게으르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밥을 먹고 나서 바로 식탁을 정리하지 않는 그의 습관을 이해하게 된 결정적 사건이 생겼다.




그와 만남을 시작한 후에 정말 감사하게도 그의 부모님께서 나를 너무나 보고 싶어 하셨는데, 우리가 무려 같은 회사 입사 동기이기 때문에 사보에 나온 내 사진을 보시곤 내적 친밀감을 너무나 강하게 느끼고 계셨던 것이다. 파워 내향형 인간인 나를 위해 고맙게도 그가 중간에서 많이 커트(?)를 해줬지만, 그와 만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나도 그의 부모님이 궁금해져 갔다. 무엇보다 매일을 둘이 놀다 보니 가끔은 다른 사람들과도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 또한 작지 않았다.


드디어 대망의 결전 날, 면접장에 들어가기 직전의 마음가짐으로 그의 집에 입성하게 되었다. (첫 만남부터 집에 간다는 것이 부담되기도 했지만, 그 당시에는 회사에 코로나 확진자 1호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집에서 만나는 방법밖에 없었다.)


부모님이 차려주신 정성스러운 음식들을 먹으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저녁 9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이제 슬슬 먹은 것들을 정리해야만 할 것 같은데, 가족들 중 누구도 식탁에서 일어나지 않고 대화에 집중했다. 이 저녁식사의 대화는 거의 3~4시간 동안 지속되었는데, 내가 너무 놀랐던 점은 가족들에 대한 얘기뿐만 아니라 정말 다양한 주제들로 대화가 구성된다는 점이었다.


내가 밥을 먹고 바로 식탁을 정리하는 것이 습관으로 자리 잡은 것은, 우리 집은 밥을 먹으며 대화를 거의 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물론 밥 먹고 식탁을 치우지 않으면 바로 엄마에게 등짝 스매싱을 맞기도 했다..




어쨌든 나는 그날 드디어 그가 '밥을 먹고 바로 식탁을 치우지 않는 습관'을 갖게 된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내가 밥 먹고 바로 치우는 습관을 가지게 된 것처럼 그도 그저 자신에게 일상이었던 것이 습관으로 자리 잡은 것이었다.


정말 다행히도 나는 그날 그 저녁식사 자리가 너무 재밌었고, 유쾌하면서도 서로의 생각과 의견들을 존중하는 그의 가족들이 너무 좋아졌다. 더불어, (물론 전에도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나와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하는 사람을 보고 '이 사람은 이럴 것이다'라고 생각하기 전에 '어떤 환경과 경험들로 그런 생각과 습관을 갖게 되었을까'를 생각해보기로 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