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감성 1집
몇년만의 화곡동인가.
화곡동, 내가 8살 때부터 11살 때까지 살던 동네.
오랫동안 살지는 않았지만 가장 신나게 놀았던 시기에 살았던 곳이라 내 실질적인 고향 같은 곳이다.
이 곳에 20년이 지나 다시 오게 되다니.
화곡역이란 이름만 들어도 그때가 떠오른다.
화곡역에서 내려 15분 정도 걸으면 나오는 ‘새벽감성 1집’.
아늑하다. 아니, 아늑하단 말로 다 표현이 안 될만큼 아늑하다.
‘새벽감성 1집’에 들어서자마자 나를 반겨주는 건, 주황빛의 조명이다.
이 조명이 따뜻한 내뿜는 분위기에 조금은 쌀쌀하던 날씨도 다 잊혀지는 듯 했다.
1층의 작은 서점에서 책을 고르고 있으면 2층 다락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작은 소리가 난다.
돌아보면 하얀 고양이가 앉아있다.
‘새벽감성 1집’의 마스코트 ‘다름’이다.
‘다름’이를 시작으로 고양이 영화 포스터나 고양이 쿠션, 고양이 티스푼까지 ‘새벽감성 1집’ 곳곳에 많은 고양이가 숨어있다.
앞서 말했듯 1층은 서점, 2층은 다락 겸 카페다.
서점은 작지만 문학과 여행을 주제로 하는 많은 독립출판물이 곳곳에 꽂혀있고,
다양한 포스터나 그림도 2층 다락 계단 벽을 따라 쭉 붙어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새벽감성 1집’만의 다락!
아늑하고 또 아늑한 다락은 ‘새벽감성 1집’ 을 많은 독립서점 사이에서 유일하고 특별하게 만들어 준다.
조금 높은 계단을 올라오면 1층 서점 공간보다 1.5배 정도 큰 다락이 나온다.
구석구석 쿠션과 담요, 등받이 의자와 2, 3개의 책상,
그리고 크고 작은 인형들이 자리하고 있다.
다락의 벽에는 다양한 사진과 포스터들이 붙어있고, 천장에는 가랜드와 책에서 찢은 것 같은 종이가 걸려있다.
마치 여기는 서점이라고 알려주는 것처럼.
비록 찢어진 종이에 불과하지만 이렇게 달아놓으니 정말 예쁜 소품이 되는 것 같았다.
또 다락 한 쪽에는 읽을 수 있는 책들이 꽂혀있다.
책을 꼭 구입하지 않아도 음료를 구입하면 다락에서 책을 읽을 수 있다.
책을 구입하면 서비스로 음료 (나는 레몬 아이스티를 주문했다) 가 제공되고.
다락 역시 주황빛 조명이 공간을 감싸고 있는데 책 읽기에 아주 적당한 조명이다.
너무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조용한 음악도 흘러나오는데 집중을 방해하지 않을 정도의 배경음악이라 오히려 너무 적막하지 않아서 좋았던 것 같다.
정말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드시려고 하신 책방지기님의 노력이 느껴졌다.
이 공간의 모든 곳에서.
나는 지금 그 다락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내 눈에 들어오는 것을 모두 글로 표현할 수 없다는 사실이 아쉬울 뿐이다.
아늑한 다락카페, ‘새벽감성 1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