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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모든 Feb 11. 2024

좌충우돌 일본여행기 교토 편

2024.02.08-2024.02.10

엄마와 함께한 인생 첫 일본 여행.




2024.02.08 첫째 날

인천 국제공항> 오사카 간사이 공항> 교토역> 오사카 신사이바시 숙소


새벽 2시 30분, 집에서 인천 공항으로 출발.

오전 8시 비행기라 4시 30분까지 인천 공항에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전날 밤에 잠을 한숨도 안 자고 날을 꼴딱 센 상태여서 조금 피곤하기는 했지만,

여행의 기대감은 그 피곤을 모두 상쇄하고도 남았다.


체크인을 모두 마치고 탑승장에서.


비행시간은 1시간 40분 정도로 기내식을 먹는 동안 금방 도착했다.

10시쯤 비행기에서 내렸지만 입국심사를 비롯한 여러 절차를 거치는 동안 시간은 1시간 정도가 지나갔다.

입국심사하는 곳에는 한국어가 가능한 일본인 직원들이 많이 있어서 어렵지는 않았다.


입국심사를 모두 마친 후 탑승장에서 나와 공항으로 들어왔다.

이제 우리가 공항에서 할 일 3가지.

1. 교토행 하루카 열차 티켓 발권

2. 이코카 카드 (교통 카드) 구입

3. 간사이 공항행 리무진 버스 티켓 발권

이 3가지 할 일을 하는 데 또 1시간 정도가 걸렸다.


먼저 교토행 하루카 열차 티켓 발권.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우리는 캐리어가 아닌 배낭을 메고 갔는데 배낭이 너무 무거웠다는 것.

거기다 하루카 티켓 발권 장소가 어딘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는 것.

우리는 공항을 여기저기 헤매다 결국 한 직원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 직원은 우리에게 꽤나 친절하게 하루카 열차 티켓 발권 장소를 알려주었다.

우리는 우여곡절 끝에 하루카 열차 티켓 발권 장소를 찾았고 한 시간 뒤 열차로 티켓을 발권했다.


두 번째로 이코카 카드 구입.

이코카 카드도 하루카 열차 티켓이랑 마찬가지로 공항을 엄청 헤매고 다녔는데,

생각해 보면 하루카 열차 티켓 발권 장소에서 뒤돌아보기만 하면 이코카 카드 구입용 기계가 있었다.

그런데 우리는 뒤돌아볼 생각은 안 하고 더 멀리멀리 찾으러 다닌 것이다.

역시 또 다른 직원 분께 여쭤봐서 겨우 다시 돌아가 이코카 카드를 구입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리무진 버스 티켓 발권.

리무진 버스 티켓은 간사이 공항에서만 발권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돌아올 리무진 버스 티켓을 미리 발권해두어야 했는데, 우리는 당연히 공항 안에서만 리무진 버스 티켓 발권 장소를 찾아 헤맸다.

그런데, 정말 아무리 찾아도 안 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직원을 붙잡고 물어봤더니 그 직원이 한국어를 할 줄 아는 다른 직원에게 우리를 데려다주었다.

그 직원은 우리의 말을 듣더니 리무진 버스 티켓 발권은 공항 밖으로 나가야 있다고 이야기했다.

우리는 그제야 공항 밖으로 나갈 생각을 했고 곧 티켓 발권기를 찾을 수 있었다.


이 모든 일을 마치고 다시 하루카 열차를 타러 하루카 티켓 발권 장소로 돌아갔다.

하루카 티켓을 들고 발권기 앞에서 서성거리는 우릴 보고 한쪽에서 직원이 이리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그쪽은 하루카 열차를 타기 위한 입구였고 우리는 겨우 하루카 열차 플랫폼에 들어갈 수 있었다.

30분 정도 기다렸을까, 우리가 탈 하루카 열차가 플랫폼으로 들어왔다.

하루카 열차는 헬로키티가 그려진 KTX 같았는데, 좌석도 넓고 편안했다.

그냥 드디어 배낭을 내려놓아서 더 편하게 느껴졌는지도.


교토에 조금씩 가까워질수록 창밖의 풍경도 조금씩 바뀌었다.

높은 빌딩에서 기와지붕의 작고 낮은 집으로의 변화가 가장 크게 느껴졌다.

작고 낮은 기와지붕의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풍경은 교토에 가까워질수록 더 자주, 더 많이 보였다.

일본에 대해 잘 모르는 나도 일본스럽다,라고 느낄 수 있을 정도의 변화였다.


오후 2시 30분, 하루카 열차의 종점, 교토역에 도착했다.

집에서 출발한 지 정확히 12시간 만이었다.

우리는 교토역에 도착하자마자 라커에 배낭을 보관했는데, 문제가 생겼다.

하루카 열차 티켓을 가방에 고이 모셔두고 라커를 잠가버린 것이다.

하루카 열차 티켓이 있어야 역 밖으로 나갈 수 있는데.

결국 우리는 400엔을 더 쓰고서야 배낭을 다시 라커에 보관할 수 있었다. 바보.


내가 교토를 여행지로 선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교토의 작은 서점들을 구경하고 싶어서.

원래 계획은 4곳이었는데 생각보다 이동 시간이 오래 걸려서 2곳 밖에 못 가긴 했지만,

교토에 간 걸 후회하지는 않는다. 아니, 오히려 너무 좋았다.

교토는 정말 일본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곳이었기 때문에.


먼저 방문한 서점은 'Books&Things'.

교토역 앞에서 버스를 타고 20분쯤 가서, 또 10분 정도 걸어가면 나오는 'Books&Things'

고서적을 파는 곳이었는데, 들어가는 입구부터 조금 어둡고 좁은 길의 양쪽 벽은 나무로 되어있었다.

입구부터 일본의 전통이 훅 느껴지는 서점이었다.

서점 내부를 사진 찍을 수는 없다고 하셨는데, 그도 그럴 것이 서점은 아주 아주 좁고, 조용했다.

다다미와 조금 오래된 것 같은 나무 책장, 그리고 어둡지만 따뜻한 조명은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내뿜었다.

이 서점은 예술에 관련한 책들을 많이 취급하고 있는데 그중에 기억에 남은 책은 옛날 와인 가격표였다.

공책으로 되어있었던 가격표는 실제로 예전에 쓰였었다고 하셨다.

작고 조용해서 오랫동안 있기에는 조금 신경이 쓰여 금방 나왔지만, 일본만의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다음 목적지로 가는 길에 참 예쁜 거리를 발견했다.

그냥 길 가다가 본 거리라서 어딘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관광객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니 나름 유명한 곳 같았다.

그래도 사람이 바글바글한 건 아니었다.

그냥 거리를 거니는 사람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처럼 그 자리에 있을 법한 사람들이 있었다.

그래서 거리가 더 예뻐 보였는지도 모르겠다.


두 번째로 방문한 서점은 ‘호호호좌’.

'Books&Things'에서 너무나 일본다운 거리를 지나 또 버스를 타면 ‘호호호좌’에 도착한다.

차고를 서점으로 개조한 곳이라 입구부터 차가 들어가야 할 것처럼 생겼다.

하지만 조금만 안으로 들어가면 너무 아기자기한 서점이 나온다.

자동문을 지나면 이제 진짜 ‘호호호좌’를 만날 수 있는데 안으로 들어갈수록 책뿐만 아니라 손수건 같은 굿즈도 자리하고 있다.

일본어를 읽을 수 없으니 그림이나 사진 위주로 책을 봤는데 그것도 또 새로운 경험이었다.

한국에선 한글을 읽을 수 있으니 내용이 먼저 들어왔는데, 일본어는 읽을 줄 몰라서 그림과 사진에 더 잘 집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물론 서점을 구경하다 보니 내가 일본어를 못한다는 게 이렇게 아쉬울 수가 없었다.

난  작은 서점을 방문할 때 책을 구경하는 것 외에 또 하나의 묘미가 책방지기님과 이런저런 얘길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언젠가는 일본어를 공부해서 한국에서처럼 책방지기님과 얘기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오길 바라며.


교토는 내 목적지였던 서점도 물론 나쁘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곳에 오가는 길이 더 좋았던 것 같다.

타본 적 없는 좁은 일본 버스를 뒷문으로 승차해 앞문으로 하차하는 것,

관광객이 거의 없는 동네에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는 것을 보는 것,

교토만의 작고 낮은 집을 구경하는 것.

이 모든 것들이 내가 교토를 떠나기도 전에 다시 오고 싶게 만들었다.


‘호호호좌’에서 교토역으로 가서 다시 하루카 열차를 타고 오사카역으로 향했다.

오사카에 가까워지자 창문 밖으로 보이는 건물도 달라졌다. 다시.

오사카는 교토와는 달리 높은 빌딩들이 보이고 좀 더 도시 같은 느낌을 풍겼다.

오사카역에서 미도스지선을 타고 우리 숙소가 있는 신사이바시 역으로 가니 저녁 8시 30분이었다.

하루종일 기내식 말고는 아무것도 먹지 못했더니 배가 너무 고팠다.

그 시간엔 식당이 거의 문을 닫은 것 같아 우리는 맛있는 식사를 포기하고 편의점에서 저녁거리를 샀다.

그런데 편의점에서 숙소로 가는 길엔 많은 식당이 있었고 우린 지나가다 우연히 본 라멘 가게에 들어갔다.

(엄마는 원래 라멘을 별로 안 좋아하지만 너무 배가 고팠던 관계로.)

우리는 조금 맵다는 라멘으로 주문했는데 웬걸, 전혀 안 맵고 너무 맛있었다.

차슈는 입에서 살살 녹고 국물은 따뜻하고 면도 호로록!

계획 없이 들어간 곳이었는데 성공적이었다.


배를 채운 후 숙소를 찾았을 때 너무 당황스러운 일이 벌어졌다.

숙소에서 온 메시지엔 대문 비밀번호와 호실 비밀번호만 적혀 있었는데, 호실 문 앞에는 도어록이 아닌, 열쇠 구멍 두 개만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숙소에 잘못 들어온 줄 알고 나가서 다시 대문 비밀번호를 눌러보았는데, 맞았다.

그래서 아무도 없는 무인 프런트에서 이것저것 살펴봤는데 안쪽에 우편함 같은 것이 있고 각 칸마다 호실 번호와 비밀번호판이 있었다.

하, 그 우편함 비밀번호였구나. 그 안에는 호실 문 키가 들어있었다.


저녁 9시 30분, 우리는 밤중이 되어서야 숙소에 도착해 정말 순식간에 잠들었다.


그렇게 험난하지만 새로웠던 우리의 여행 첫날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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