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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이슬립 May 17. 2022

삶의 루틴을 바꾼 이유

어떤 결과를 받아들든 스스로 행복을 느껴야 한다는 점을 느꼈어요

Editor’s note

슬립X피플은 사람들의 일과 삶, 그 속에 담긴 건강과 수면에 관한 이야기를 담습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다양한 사업 경험을 통해 삶의 가치가 달라진 태현님의 라이프 스타일 속에 담긴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번아웃 경험과 에너지 레벨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한 태현 님


생각을 정리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도록 도와주는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한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태현입니다.

지금 준비하는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도 사업을 했었어요. 그때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았습니다. 죽어라 일했고 잠을 더 줄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어서, 저를 포함해 C-레벨 구성원들은 새벽 2시에 퇴근하는 일이 계속 반복됐어요. 그렇게 늦게 퇴근한 뒤에도 다음 날 오전 9시 반까지는 출근을 해야 했었는데요. 그때 기억을 떠올려보면 저희와 같은 오피스 건물에 센드버드와 망고플레이트가 있었는데 “와 저 사람들은 아직도 안 가고 있다. 독한 사람들이다”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어요. 그 당시에는 어떻게든 업무에 시간을 많이 투입하려고 노력했었고 일하는 것 외에는 여가 생활이나 다른 것들은 전혀 못 했었죠.



그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매우 호사스럽게 사는 편이에요.

요즘은 9시에 오피스에 와서 6시에 퇴근하는 루틴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에너지 레벨’을 잘 관리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이런 삶을 살고 있는데요. 겪어보니 오후 5시에서 6시 정도가 되면 에너지 레벨이 많이 떨어지더라고요. 그래서 리프레시를 위해서 뭔가 다른 일을 해야 하는데요. 예를 들어서 퇴근 후에 운동을 하러 간다든지 아니면 퇴근하고 집에 갈 때도 바로 집에 가지 않고 카페 같은 다른 장소에 들른다든지 변화를 통해서 리프레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번아웃 경험과 에너지 레벨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한 태현 님


이렇게 라이프 스타일을 바꾼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먼저 예전 첫 사업을 할 때는 성공적인 커리어 같은 목표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첫 사업을 정리한 다음 주변에서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니 성공한 사람이든 실패한 사람이든 결과가 그 사람이 행복한 삶을 사는데 그다지 큰 영향이 없더라고요. 예를 들어, 비즈니스 방면에서 크게 성공하면 주변에 진솔한 사람을 두는 것이 많이 힘들어지고 반대로 실패를 겪게 되면 그 자체로 고충이 있을텐데요. 결국은 어떤 결과를 받아들든지 본인이 스스로 행복을 느껴야 한다는 점을 느꼈어요. 그래서 첫 사업 당시에는 성공적인 커리어가 인생의 1순위였다면 지금은 건강과 대인관계가 우선순위고 커리어는 그다음 순위로 미뤘습니다. 이런 이유로 라이프 스타일 역시 많이 바꾼 것이고요.



첫 사업 정리 이후에 많은 것들을 느꼈는데요.

첫 사업 아이템을 찾는 과정에서 정말 좋은 아이디어를 발견했어요. 보통 사람들이 이런 일이 있으면 신나잖아요. 갑자기 등골에 식은땀이 쫙 나면서 “이 아이템 진짜 대박이다” 이런 느낌이 들잖아요. 그런데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보통의 경우는 그런 짜릿함을 느끼는 이유가 나 스스로 되게 좋아하는 부분이 그 사업 아이템 안에 들어있기 때문인 경우가 많더라고요. 결과적으로는 실제로 좋은 사업 아이디어가 아니고 단지 내가 좋아하는 요소가 그럴싸하게 들어가 있어서 그런 느낌이 드는 경우인데요. 일단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나서 그 아이디어를 비즈니스모델로 검증하다 보면 나중에는 '이게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구나’ 알게 되는 순간이 있죠. 그러면 같이 사업을 하는 분들이나 많은 책임을 갖고 일하는 분들이 심리적인 동요가 심해지잖아요. 처음에는 엄청나게 잘될 것 같은데 나중에는 안될 것 같다는 불안감도 커지고. 결국 그렇게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던 것이 한 번 엎어지고 또 엎어지고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7~8개월 동안 이 사업을 다른 분과 같이 진행하고 있었는데 정리하게 된 거예요. 당시에는 그 사업의 피벗을 해가는 과정에서 같이 일하던 분들이 부정적인 얘기를 많이 하니까 힘들었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사실 창의적인 무언가를 찾는 상황에서는 주변에서 부정적인 피드백이 있는 것 자체가 괴롭거든요. 그래서 여러 번의 피벗을 거치고도 세 번이나 엎어지게 되니까 심리적 타격이 생각보다 되게 크더라고요. 그래서 모든 게 하기 싫고 번아웃까지 오게 됐어요.



실패를 경험했지만 얻게 그 과정에서 얻게 된 것도 있어요.

당시에는 저 스스로가 생각하고 있는 깊은 고민이 있을 때 그 답이 내 안에 있는 경우가 꽤 있었는데 그 생각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머릿속에서 끄집어내지 못했던 것 같거든요. 그래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요즘에는 큰 방향성을 정할 때는 그 생각들을 다 쏟아내서 글로 써놓고 그것들을 보고 체계적으로 정리해 나가면서 원칙에 기반해서 의사 결정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정리를 많이 했어요. 그게 대원칙에 해당하는 부분일 수도 있고 제 나름의 업무수행 방식일 수도 있는데요. 제 머릿속의 생각들을 이런 방법으로 정리해서 평소에 얻기 힘들었던 질문에 대한 결과에 대한 뚜렷한 답을 구하는 경우가 꽤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효과를 보고 난 다음에는 그런 방식으로 노트 정리하는 걸 좋아했던 것 같아요. 예전에 번아웃이 왔을 때를 돌이켜 보면 저 스스로 생각해 봐도 지금 어떤 문제가 있는데 도대체 어디서부터 문제가 생겼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고민이 있잖아요. 노트 정리가 그런 고민에 대한 답을 구해가는 과정 이었던 거죠. 그리고 노트 정리의 또 다른 목적은 생각을 정리하는 것인데요. 회고하는 과정이 도움이 되잖아요 어떤 일이든. 예를 들어, 투자를 하는 분은 투자에 대해 회고를 해야 하고. 모든 사람이 하루를 보낸 뒤에 어떤 일에 우선순위를 뒀는데 그 일이 잘됐는지 회고하면 많은 도움이 되는데요. 번아웃이 왔던 시기에 그런 회고를 하면서 스스로 이해하려고 하는 노력과 동시에 제 머릿속에 있을 해답을 찾는 두 가지 과정을 하기 위해서 노트 정리를 습관화하게 됐습니다.




첫 사업 정리 후에 많은 것들을 배운 뒤에는 건강에 더 많은 신경을 쓰고 있어요.

그래서 요즘에는 아침에 일어나면 집에서 홈트레이닝을 하고 오피스에 나와서 업무를 하다가 저녁 6시에 퇴근하면 좋아하는 농구를 하러 갑니다. 농구 하면서 기분 전환을 하고 집에 가서 일을 조금 한 뒤에 잠이 드는 삶을 살고 있어요. 그리고 업무를 할 때도 에너지 레벨에 맞춰서 하려고 하는데요. 자고 일어난 직후에 머리가 맑은 경험이 많아서 중요한 일은 무조건 오전에 하고, 잘 안되거나 진도가 더딘 일도 되도록 자고 일어났을 때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주말이나 휴일에도 마냥 쉬는 것보다는 오전 시간 정신이 맑을 때는 조금씩 업무를 하는 편입니다. 이런 루틴을 지키기 위해서 정신을 맑게 하는 방법이 운동인데요. 운동 외에도 맑은 정신을 오래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루틴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운동이 에너지 레벨을 다시 끌어올려 주는 기폭제인 만큼 코로나19 때문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농구를 몇 주 하지 못할 때가 가장 힘들었는데요. 농구를 할 때는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거든요. 그래서 평소에 완전히 머릿속에서 비워낼 수 없을 것 같았던 고민도 잠시나마 완전히 지워버리고 정말 농구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매력이 있어요. 어떤 분들은 여행을 통해서, 그리고 각자의 취미 생활을 통해서 생각을 비우는 것처럼 사람마다 생각을 비우는 방법은 다 다르겠지만 그렇게 생각을 잠시 비우고 나면 일할 때도 의욕이 다시 샘 솟고 스트레스도 많이 풀리면서 더 활기차게 일상에 집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이렇게 보면 엄청 열심히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삶의 우선순위가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다양한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고 그런데도 성취에 대한 욕구는 여전히 갖고 있고 저 스스로 특정 분야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어서 꾸준히 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나이가 들고 어르신들 보면 세상에 재밌는 게 많이 남지는 않더라고요. 매번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시간 보낼 수 있는 게 아니니까 저는 이제 무언가를 배우고 학습해 나간다는 관점에서 성취감을 많이 느끼는 방향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런 삶의 변화에 비춰보면 잠에 대한 생각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이전에는 잠을 무조건 줄이면서 무언가 다른 일을 하려고 했었고 그래서 여유 시간에는 항상 쓰러져서 잠이 들다 보니 제가 잠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었어요. 잠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죠. 그래서 그때는 수면의 질을 높이려고 많은 시도를 했었는데요. 짧은 시간 잘 자야겠다고 생각해서 매트리스도 바꿔보고 베개도 바꿔보고 제가 할 수 있는 뭔가 시도를 많이 했었는데요. 결과적으로 큰 효과는 보지 못하고 절대적인 시간 자체가 아주 부족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체감했습니다. 그 외에도 제가 건강 문제로 커피를 끊은 적이 있었거든요. 카페인을 끊고 나니까 수면 부족을 체감하면서 정신을 못 차릴 정도가 되더라고요. 그전에는 카페인의 힘을 빌려서 버텼던 거죠. 그 이후에는 수면이 사람의 생산성이나 업무 효율에 주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여러 글을 통해서 알게 됐고 내가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충분히 잠을 자야 한다고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지금은 충분히 잠을 잤을 때 내가 하는 단 몇시간의 일이 잠에 쫓기면서 오랜 기간 일하는 것보다 나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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