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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세 Jul 28. 2023

프로젝트 헤일메리와
바이오 미래유망기술

앤디 위어 '프로젝트 헤일메리(Project Hail Mary)'

영화 마션의 원작자인 앤디 위어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프로젝트 헤일메리라는 SF 신작을 내놓았다. 팬데믹 시기에 맞추어 주제도 은하계의 별들을 감염시키는 우주 바이러스인 아스트로파지를 주된 요소로 하고 있는데, 아스트로파지에 의한 지구와 인류 멸망의 위기,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주인공의 활약을 재미있게 풀어가는 내용이다.


이 소설에는 바이오는 물론이고요. 디지털, 에너지, 기계소재, 식품 등 방대한 과학기술 분야의 미래유망기술들이 등장한다. 라라랜드로 유명한 배우 라이언 고즐링이 주연을 맡아 영화가 제작될 것이라고도 하는데 라라랜드를 볼 때만 하더라도 라이언 고즐링이라는 배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드라이버'라는 2011년 영화를 보면서 이 배우의 매력에 퐁당 빠져 버려 라이언 고즐링이 나오는 영화는 다 찾아보고 있는 요즘이다. 제발 내가 좋아하지 않는 이상한 부류의 엉뚱한 영화만 걸리지 말아라. 특히, 슬림한 몸매에 거부감 없이 멋지게 만들어져 있는 잔잔한 근육을 보면 나도 저만큼은 아니지만 슬림한 몸에 잔잔한 근육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마음을 들게 한다.


어쨌든 다시 책의 내용으로 돌아와서 소설 속 주인공 자체가 분자생물학자로서 아스트로파지의 존재를 밝히는 부분에서도 DNA 서열을 분석하고, 미토콘드리아와 같은 세포 내 소기관의 특성 파악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았던 외계 미생물을 밝혀내는 내용이 나온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신변종 감염병에 대한 위협이 날로 심각해지는 상황 속에서 행성을 감염시키는 우주 바이러스라니 소설도 재미있었지만, 소설 속 미래기술들이 무엇일지 살펴보는 것도 다른 관점의 재미 요소라고 생각한다.


바이오기술 관찰자로서 이번 글에서는 생명과학과 바이오기술에 초점을 맞춘 미래유망기술에 대해서 소개하고 싶다. 우리는 지난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코로나19라는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 있었고, 이제 그 어둡고 긴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우리는 바이오기술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는데, 얼마나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지, 감염을 사전에 얼마나 잘 예방할 수 있는지, 또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지, 이런 바이오 기술들은 국민의 건강과 국가의 안전을 넘어서 국가 간 첨예한 안보 이슈가 되고 있다.


하지만 바이오기술이 건강과 관련된 이슈에서만 그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바이오기술은 종자를 개발할 때, 물질을 생산할 때 등 다양한 산업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그래서 OECD에서는 바이오산업을 레드바이오, 그린바이오, 화이트바이오라고 구분하고 있는데, 건강을 의미하여 붉은 혈액을 상징하는 레드바이오, 먹거리를 의미하여 초록의 식물을 상징하는 그린바이오, 친환경 에너지/소재를 의미하여 공장 굴뚝의 회색 연기가 아닌 하얀 연기를 상징하는 화이트바이오가 그것이다. 최근에는 바이오기술의 공통기반적인 특성을 중요하게 여기면서 플랫폼바이오도 구분하고 있는데, 플랫폼바이로란 유전자, 단백질, 세포 등 생명현상의 규명과 이를 위해 활용되는 분석기술이기 때문에 레드, 그린,  화이트바이오 전반에 커다란 파급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최근 발표된 2023년 10대 바이오 미래유망기술 가운데 플랫폼바이오에는 세포 역노화, 레드바이오에는 임상 적용 가능 유전자편집기술, 그린바이오에는 배양육/대체육 고도화, 화이트바이오에는 미세플라스틱 제거 및 모니터링 기술이 선정되었다. 


특히, '세포 역노화'는 줄기세포 등을 통해 세포의 건강을 유지하고, 재생 능력을 복원하여 세포 노화에 의해 발생하는 각종 퇴행성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노년의 삷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였다. 기후변화, 팬데믹 대응기술들도 포함되었는데, 축산업에 요구되는 자원과 공간, 온실가스 배출을 크게 감축하여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배양육/대체육 고도화' 기술과 플라스틱 사용 급증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미세플라스틱의 건강 및 생체영향 평가' 기술 등이 선정되었다.


출처 :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보도자료, 생명연「2023년 10대 바이오 미래유망기술」발표, 2023.3.6



"기술은 죄가 없다. 다만, 기술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그 의도가 중요하다." 언젠가 라디오를 통해 들은 인공지능 전문가의 말이다. 내가 이해한 대로 썼기 때문에 전문가가 말한 그대로는 아닐 수 있지만, 공감이 가고 매우 동의하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평소에 기술의 편리함과 인간의 이기심의 만나게 되면... 참으로 불길한 조합이라고 생각해 왔다.


'오래된 미래'라고 재미있게 읽은 책이 있다. 인도 히말라야 산맥에 둘러싸인 해발 3000m가 넘는 고원 지대에 위치해 라다크에 기술과 개발이 사람들을 어떻게 불행하게 만드는지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또 이야기하고 있다. 개발이라는 것이 꼭 파괴의 의미를 지닌 것은 아니라고, 그 지역의 그 사람들이 가져온 사회적, 생태학적 균형을 유지하면서 그 기반 위에 새롭게 건설하고, 개발해야 한다면 함께 행복해질 수 있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기술은 어둡고, 낮은 곳에 더 따뜻한 빛을 비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라다크의 사례와 같이 기술이 도입되고, 개발되는 과정에서 나타났던 탐욕과 경쟁을 좀 더 건전한 방향으로 갈 수 있게 분위기를 조성한다면 죄가 없는 기술은 충분히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은 여기저기에서 ESG 경영을 들고 나온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구색 맞추기, 어쩔 수 없어서 이런 면도 많겠지만, 점차 정착이 된다면 아끼고 이해하는 방향으로 점점 더 나아갈 수 있다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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