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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갈서영 Jan 04. 2024

<노량: 죽음의 바다> 천만 관객 도달할 수 있을까?

천만영화의 징조와 <노량: 죽음의 바다>


작년 11월 개봉한 <서울의 봄>이 31번째 천만 관객 돌파 영화가 되면서 뒤따라 개봉한 <노량: 죽음의 바다>(이하 <노량>)에 눈길이 모인다. 아직도 역대 관객 수 1위 영화의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는 전작 <명량>에 비해 아쉬운 성적을 기록할 것이라는 게 전반적인 의견이다. 이 전망에 근거가 있는지, 있다면 <서울의 봄>과 <노량>의 차이점은 어디에서 오는지 살펴보자. 

 


흥행의 전조, 주말 봉우리

 


보통 극장 개봉 영화의 날짜별 관객 수 그래프는 아래 <서울의 봄>의 경우와 같이 주말에 최고점을 찍는 봉우리 형태로 그려지며, 봉우리는 주수가 지남에 따라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당연하게도 평일에 비해 주말 관객 수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아래 그래프의 11월 28일의 경우와 같이 관객 수가 한시적으로 증가하는 ‘문화의 날’과 같은 이벤트가 있을 경우에도 봉우리를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큰 봉우리가 지속적이고 일관적으로 만들어지는 경우는 천만 영화에나 드물게 나타난다. 보통의 경우 봉우리의 높이가 점차 낮아지며 3-5주차에는 거의 소멸하고 만다. 관객수 이백만명 정도를 기록한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경우를 보자. 봉우리의 높이가 급격하게 낮아지다가 5주차 정도에는 매우 낮은 관객수를 보이며 거의 소멸한다. 


 


첫 주말의 중요성


대다수의 영화들은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경우처럼 첫 주말에 관객수 최대치를 기록한다. 첫 주말 관객 수는 이후 영화의 최종 관객 수를 예측할 수 있을 만큼 영화의 흥행에 있어 매우 중요한 지표이다. 이하영의 ‘영화 배급과 흥행 – 천만영화의 흥행 공식’에서는 첫 주말 관객 수 65만이 최종 관객 수 200만을 안정적으로 넘길 수 있는 신호라고 한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첫 주말 관객 수는 60만이 조금 안 되고, 현재 200만을 겨우 넘긴 수준이다.


<서울의 봄>의 경우 첫 주말 관객 수는 무려 150만이 조금 덜 된다. 천만 영화들의 첫 주말 관객 수가 최종 관객 수와 꼭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통적으로 최소 100만은 넘겨야 안정적으로 천만 관객에 도달할 수 있다. 천만 관객 영화의 첫 주말 관객 수는 다음과 같다 - <명량> 330만, <극한직업> 240만, <신과 함께 – 죄와 벌> 270만, <국제시장> 110만



<노량>과 천만 영화들


                    이제 <노량>의 경우를 보자. 2024년 1월 4일 기준 <노량>은 개봉한지 2주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2주는 벌써 주말 봉우리 2개를 만들었을 시간이기도 하다. 앞으로의 흥행을 대략 점쳐볼 수 있을 정도는 된다. 우선 <노량>의 첫 주말 관객 수는 120만이다. <서울의 봄>보다는 덜 하지만 또다른 천만 영화인 <국제시장>의 110만명보다 높은 수치다. 이대로라면 <국제시장> 이상의 관객 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문제는 그 다음 주이다. 비교적 일관적인 높이의 봉우리를 만들어온 <서울의 봄>과는 달리 <노량>의 두번째 봉우리는 첫번째 봉우리에 비해 많이 낮아진 모습이다. <서울의 봄>보다는 오히려 <그대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에 좀 더 가까워 보인다. <서울의 봄>의 경우 첫번째 봉우리보다 오히려 두번째 봉우리가 좀 더 높은 모습을 보이면서 높은 관객 수를 안정적으로 유지한 반면, <노량>의 두번째 봉우리는 첫번째 봉우리의 거의 반절이 되며 앞으로 <서울의 봄>을 따라잡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어려워진 모습이다. 



                    천만 영화의 경우 두번째 주말 관객 수가 첫 주말 관객 수를 넘거나 적어도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 <국제시장>의 경우 오히려 셋째 주 주말 관객 수가 첫째 주와 둘째 주보다 많다. <명량>과 <신과 함께 – 죄와 벌>의 경우 둘째 주 주말 관객 수가 첫째 주를 넘지는 못했지만 차이가 많이 나지는 않고, <극한직업> 역시 첫번째 봉우리보다 두번째가 더 높다. 예외라면 <어벤져스: 엔드게임>인데, <노량>의 경우처럼 두번째 봉우리의 높이가 첫번쨰 주의 절반 정도로 떨어졌다. 그러나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첫 주말 관객 수는 무려 400만을 넘겼다. 다른 징조는 필요 없다.  








죽지 않는 귀신과 새로운 적 사이


                    그렇다면 그 이유는 뭘까? <서울의 봄>이 장기 흥행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로는 경쟁작의 부재를 꼽고 싶다. <서울의 봄>은 전통적인 흥행 시즌이 아닌 11월을 택하면서 경쟁작으로 인한 리스크를 최소화했다. 10월 말에 개봉한 <그대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는 위에서 확인했듯 빠르게 기세가 꺾이고 있었으며, 11월 초에 개봉한 <더 마블스>조차 선전하지 못했다. 12월 말 <노량>이 개봉하기 전까지 <서울의 봄>은 이렇다 할 경쟁자 없이 시장 독식을 누렸다. 


                    반면 <서울의 봄>의 장기 흥행은 <노량>의 적이 되었다. <노량>은 <서울의 봄>과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 무려 한 달의 기간을 두고 개봉했지만, <서울의 봄>의 기세는 여전히 꺾이지 않은 채였다. 12월 30일부터 1월 1일까지 주말 기간에 <노량>은 한 달 전에 개봉한 <서울의 봄>과 관객 수에서 크게 차이를 두지 못했다. 천만 관객을 넘긴 차에 <서울의 봄>이 당분간 극장에서 내려갈 일도 없다. 설상가상으로 1월 초에 디즈니의 <위시>가 개봉함으로 인해 <노량>은 <서울의 봄>과 <위시>라는 두 경쟁자를 두고 싸워야 하는 것이다. 물론 더 자세한 상황은 <위시>의 첫 주말 관객 수를 두고 봐야 알겠지만, 좀처럼 죽지 않는 귀신과 새롭게 등장한 적 사이에서 <노량>의 전망은 좋지 않아 보인다. 




참고자료:


KOBIS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영화 배급과 흥행 - 천만영화의 흥행 공식', 이하영 지음, 아모르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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