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 상콤 청량함이 터지는 맛, 유자민트티
별다방 카드나 쿠폰을 가끔 선물받는다. 그러다보니 종종 가게 되었다. 미팅 약속에 너무 일찍 도착하면 기다릴 곳이 마땅치 않을 때가 있다. 딱 시간 맞춰 나가면 지각하거나 가는 내내 늦을까봐 마음 졸이기 일쑤여서 적당히 일찍 가 있으려고 하는데, 40분 이상 일찍 도착하게 될 때가 있다. 그러면 종종 들르게 되는 곳이 별다방이었다. 쿠폰이나 카드가 있으니. 선물받은 걸 다 쓰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 돈으로 다시 충전해 놓는다. 편리함에 이끌린 것이다.
늘 아메리카노만 시켜봐서 4100원이라는 결제 금액이 익숙하다. 이제 커피를 끊으니 다른 차를 마셔야 한다. 커피를 끊기 전에는 몰랐지만, 별다방은 커피를 베이스로 한 다양한 음료가 꽤나 많다. 그래도 나와 내 친구들은 새로운 음료를 도전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편이다. 커피가 다른 재료와 만나 새로운 색과 맛을 보여줄 텐데 그 다양한 맛을 잘 모른다. 나는 아메리카노나 카페라떼, 돌체라떼 정도의 맛만 알고 있다. 익숙한 맛이어서 늘 흡족하고 편안했다. 새 음료를 골랐더니 익숙하지 않아 실망했던 기억이 선택을 피하게 되었을 거다.
오늘(12.1)커피를 마시지 않기로 한지 3일 모자란 한 달이 되어 간다. 11월 4일에 마지막으로 마시고 끊었으니까.
어제는 꿈에서 커피를 마시고 후회를 하는 꿈을 꿨다. 꿈에서 내 앞에 놓인 커피를 보며 먹지 않아야하는데, 하면서 손이 저절로 가서 마셨다. 너무 맛있다는 커피여서 새로운 맛인가 싶어 궁금증이 일었다. 꿈에서조차 새 커피 맛을 보고 싶었던 걸까?
지난 글에서 썼듯 카페 박람회 리뷰에 갔을 때, 커피를 끊어서 먹지 않고 있었는데, ‘최’고급 커피 시음회에 나온 게이샤 커피가 궁금해서 한 모금 찔끔 마셨었다. 꿈은 그때와 유사했다. 내겐 그저 세 가지 탄맛, 신맛, 중간맛 정도의 맛 구분일 뿐인데, 커피의 맛을 궁금해하는 것이 이상했다.
내 결심을 무너뜨리는 행동을 하고 자책하는 내용이었다. 한 모금이 뭐 대수냐 하겠지만, 한 모금이 다시 한잔이 되고, 한잔이 다시 두세잔으로 증량되는 자연스러운 흔들림을 수차례 겪었기 때문이다. 꿈에서 이러는 걸보니 그만큼 내가 커피를 마시지 않겠다는 의지를 굳건히 하려는 것으로 여겨졌다. 무의식이 내 의지를 지지하는 걸까, 무의식이 들려주는 꿈의 응원을 받는 느낌이다.
차의 새로운 맛을 탐색하기
오늘도 미팅 시간보다 1시간이나 일찍 도착했다. 어디에 앉아 있을까 하다가 으레 그러하듯 별다방으로 향했다.
그동안 카페라떼 아니면 아메리카노 커피만 마시고 도전해본 다른 음료가 없기 때문에 뭘 먹을 지 고민이 되기는 했다. 커피 이외에 마실 만한 적당한 가격의 차가 있을까? 정 안 되면 카페인은 약간 있지만 맛보장이 되는 자몽 허니 블랙티인가 그걸 마시면 되니까, 하면서 들어섰다.
몇 가지 차가 보였다. 제주 녹차, 홍차, 유스베리 티, 히비스커스, 캐모마일, 민트 블렌드.
고민을 많이 했다.
그동안 티는 왠지 마시기 아깝다는 느낌을 가졌다. 티백 하나만 넣은 차가 왜 이리 선뜻 골라지지 않는지. 낸 금액보다 가벼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맑은 티는 보리차나 옥수수차처럼 몇 리터의 물을 붓고 주전자에 보글보글 끓여 물처럼 마시던, 저렴한 그 차와 비슷하게 여겼기 때문이겠지.
이제 아메리카노를 안 마셔서 별다방을 갈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또다시 이렇게 오게 되는구나. 외부 약속이 있고 일찍 도착하게 되는 일이 종종 있을 테니 이제 차와 익숙한 시간을 보내자며 메뉴판과 인사했다.
약속시간을 너무 이르게 온 덕분에 지각 스트레스도 없고, 브런치 스토리를 읽고 글을 쓰는 시간도 가질 수 있느니 얼마나 좋냐며 차와의 특별한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텀블러는 늘 갖고 다니니까 깨끗이 씻어서 준비했다.
최종 결정을 위해 메뉴판을 보니 녹차나 홍차가 많기는 하다. 이왕이면 카페인 없는 것으로 마시고 싶었다. 그러다보니 눈에 들어온 것이 민트였다.
‘민트에 카페인 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는데, 혹시 이것이면 될까?’
약간의 돈을 추가하면 유자가 들어간다. 민트와 유자의 조화는 왠지 도전해보고 싶은 차였다. 그래서 5900원을 결제하고 유자민트티를 받았다.
우선 향을 말하자면 민트향이 느껴진다. 아니, 커피향 만큼 자극적으로 강렬한 편은 아니다. 민트의 상쾌함이 느껴지는 은은한 풀잎의 향기가 느껴진다. 따뜻한 물에 우려진 건조시킨 민트 풀잎은 마치 쑥을 말린 것 같았다. 쑥의 향기가 건강한 향이듯, 민트의 향도 건강한 아침 숲의 공기와 같았다.
평소 민트와 초코를 섞은 민초 아이스크림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아이스크림이라는 달콤한 디저트에 치약향으로 유명한 향을 넣어 민초 디저트를 즐기지 않았다.
차로 마시는 민트는 달랐다. 민트는 향으로 마시는 차였구나 싶다. 맛에도 향과 비슷하면서도 감각적으로 시원한 ‘화함’:이 있는데, 입을 헹굴 때 쓰는 ‘가그린’ 느낌은 아니다. 향과 맛의 청량함이 입 안에 들어오면 여름 풀밭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숲을 좋아하는 사람들, 풀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민트 차를 마신다면 자연에 다가간 느낌을 줄 수 있다. 민트를 우린 물은 연노란빛을 띠는데 텁텁하지 않고, 시원한 느낌을 준다.
이 민트에 유자청을 섞으면 유자민트티가 될 것이다. 민트 향에, 달콤한 유자차가 섞여서 맛과 향을 다 느낄 수 있다. 맛은 유자차의 달콤 상콤한 맛, 민트의 청량함이 섞여 있다. 이건 민트초코 아이스크림과는 다른 조화였다.
유자민트티는 자주 마시기엔 설탕량이 걱정이 된다. 단 맛을 그다지 즐기지 않았서 음료에 시럽은 전혀 넣지 않았다. 유자차에 설탕이 빠질 수는 없지만, 유자청 양이 과해서 너무 달게 타면 가벼운 입가심이 아니라 부담스런 차를 마시는 느낌이 든다. 과일청을 만들어본 사람은 청을 만들기 위해 넣는 설탕의 양을 알기에 많이 넣지 않을 것이다. 같은 이유로 쿠키도 만들어보고 나니 아무리 맛있어도 많이 먹을 수 없게 되었다. 버터와 설탕의 양이 생각보다 어마어마하게 들어가기 때문이다. 단맛 나는 유자민트티를 즐겨마시기엔 유자청의 설탕이 걱정된다. 아주 가끔 즐기는 것은 괜찮겠지만.
유자민트티는
아주 가끔 단 음료를 먹고 싶을 때,
자연 속에 있는 느낌,
풀밭에 앉은 느낌을 갖고 싶을 때,
마시면 좋을 것 같다.
청량함이 입안을 알싸하게 하며 분위기 전환시켜주고 민트 풀을 씹은 느낌을 준다. 허브의 매력 중 하나가, 향을 코에서 한번, 입에서도 느낄 수 있다는 점인데, 민트가 대표적인 허브이다. 코가 뻥 뚫리는 시원한 향, 입안을 상쾌하게 만들어주는 향.
치킨바베큐 치즈 샌드위치와 함께 먹는다면, 짭잘한 치킨바베큐와 고소한 치즈의 진득함을 느낀 뒤, 곧바로 유자민트티 한모금 마시면 입안을 가볍게 정리하는 느낌이 들어 좋을 것이다. 입안의 분위기 전환이 이루어지는데 두 가지의 조화로운 균형이 이루어졌다.
물론 양치질을 안했는데, 입안에서 치약향이 느껴지는 차라는 점도 장점이다.
오늘은 맛과 향, 마리아쥬(음식과의 조화) 정도만 써보았는데 다음엔 차잎 혹은 식물에 대한 이야기도 써봐야겠다.
민트가 어떻게 자라는지, 민트는 무엇을 만들어내는 풀인지 조사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더불어 민트티를 만들기 위해 어떻게 재배하고 덖어내는지 등도 알아보고 싶다.
차의 세계에 입문하니 새로운 흥미가 생겼다.
그러다보면 인간에게 어떤 효능을 주는지, 어떻게 먹으면 나의 체질과 건강에 도움이 될른지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아, 내가 마신 다양한 차를 마시는 상황들, 차의 세계를 경험한 내용을 글로 써봐야겠다. 새로운 차를 경험하러 다녀야겠네!
그림
Emile Claus “Soirée d’ét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