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멜리 Sep 11. 2024

내 삶의 결정적 순간을 찾는 문제

낱낱으로 남겨둔 당신 삶의 조각들을 이어보세요

누군가 당신에게
 “당신 삶의 결정적 순간을 설명해주세요.”라고 한다면
 어떤 대답을 할 것인가?

<출제자 의도 파악하기>

먼저 문제를 제시한 출제자의 의도를 알기 위해 몇 가지 생각해야할 것이다. 단어 뜻부터 정리해본다.


 결정적 순간이란? 현재 주체자가 누리거나 겪고 있는 상태, 문제 등의 어떠한 결과를 초래한 원인행위를 주체자가 선택한 시점을 말하거나, 이것이 수동적인 것이라면 원인행위가 시작된 계기를 말할 것이다.


장 폴 사르트르가 “태어나고 나서 죽을 때까지 인생은 선택의 연속으로 이루어진다.“라고 한 것처럼 매 순간이 결정적 순간이다. 그러므로 어떤 결과값을 입력하든 그 행위를 선택했던 원인 행위에 해당되는 것이 도출되어 나올 것이다. 이 중에는 행위 주체자가 인지하지 못한 것들도 있을 것이다. 한 마디로 범위가 넓다고 볼 수 있다.


‘결정적 순간’이라는 말 자체로만 보면 그 순간 ‘결정되었다, 결정했다’는 상황적 성격이 선명히 드러난다. 이 문제를 낸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수식어지만 중요한 무게를 지니고 있는 ‘결정적’에 주목해야 한다. 이 문제는 수많은 당신 삶의 ‘결과값’ 중에서 당신이 선택하여 가리킨 그것을 유발한 씨앗을 ‘언제’ 심었냐 혹은 씨앗이 언제 심긴 것 같냐고 묻는 뜻이다. 그러므로 대답을 하는 사람은 결정적 순간이라고 생각한 그것이 현재에 영향을 미친 그 결과를 의도하든(심었다) 의도하지 않았든(심겼다) 과거에 씨앗을 심은 그 순간 때문이었을 거라고 추적하여 연결시킨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과거를 추적하되, 씨앗이 심겨져 있는 상태와 헷갈리지 말아야 한다. 그러니 결정적 순간 이후의 것을 (씨앗이 심겨져 있는 상태)를 결정적 순간(씨앗을 심은) 상태와 헷갈리지 말아야 한다. ‘순간’이라는 시간의 한 점과 ‘싹이 터서 자라기 위해 씨앗이 작용하는 그 연속적인 ‘상태’와 혼동하지 않아야 한다. 그러므로 ‘씨앗이 내포되어 있다거나, 싹이 텄다’보다는 ‘씨앗을 심었다’로 해석하는 것이 더 낫겠다.


경험상 발아율은 100퍼센트가 아니다. 씨앗을 심어도 발아되지 않을 수 있다. 쭉정이가 아니어야 하고, 발아환경 조건이 필수적으로 따라와야 한다. 그러나 원인행위로서 씨앗을 심었는데 우연히 조건이 안 맞아 싹(미래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이 나지 않은 것은 배제되어야 한다. 이 문제 ‘결정적 순간’에는 반드시 이 조건이 붙어야 한다.


출제자의 의도를 다시 살펴서 문장으로 풀어서 내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문제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도록 ‘단,’으로 시작하는 조건을 반드시 달아야 한다.



문제 : 당신 삶의 결과값 중에 하나를 골라 그 결과에 해당하는 씨앗을 심은 순간을 찾으시오. “단, 씨앗은 쭉정이*가 아니고, 발아 환경 조건은 100퍼센트 완벽합니다.     



<결정적 순간의 결과값 대입 후 씨앗 찾기>


사전에 ‘결정적 순간’에 대한 문제 해석 파고들기를 했으니 씨앗을 심은 순간을 찾아 연결시킬 때 더 심오하게 고찰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보면, 지금 내가 살이 찐 것은 퇴근 후 맥주를 날마다 한 캔씩 마셨기 때문이야, 라고 흔히 너스레 떨 듯이 말했다고 보자. 본인은 단순히 ‘살이 찜’ 결과의 원인행위로 ‘몇 달 간 맥주마신 것’을 연결시켜 싹을 심은 행위로 보아야 하는데, 위와 고찰에 따르면 이는 결정적 순간이 아니다. 맥주를 몇 개월간 마신 행위는 연속적이기도 하거니와 씨앗을 심은 순간이라 보기 어렵다. 그것보다 앞선 날마다 맥주를 마시게 한 선행사건인 장거리 출퇴근을 먼저 따져봐야한다. 그러면 직장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이사를 결심하게 된 그 순간이 어느 지점인지 삶의 파노라마를 재생시켜 찾아가야 한다.


이렇듯 주체자 본인은 어떤 것이 결과를 초래한 행위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주의할 것은 본인이 찾아야 할 그 ‘씨앗’을 심은 행위를 낳은 것 이전의 것, 쉽게 말하자면 선대의 열매까지 추적하는 것, 그 씨앗의 선행되는 열매와 그 열매를 낳은 씨앗까지 거슬러 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왜 내 삶의 결정적 순간을 찾을까?>


결정적 순간을 찾기 위해 어떤 것을 찾고, 어디까지 거슬러 올라갈지 내 스스로 주의점을 살펴보았다. 이제 문제에 답을 하기 위해 처음 해야할 것은 삶에서 결정적 순간, 씨앗을 심은 순간을 찾기 위해 내 삶 중에서 어떤 결과값 하나를 골라야 한다. 내가 현재 혹은 과거에 겪은 문제, 소유, 변화 등에서 찾아야 한다. 결과값 후보들 은 여러 가지다. ( 결과값 후보들: 연극, 예술, 혁신, 대인기피, 연구, 장거리출퇴근러, 자전거사랑, 제2의 직장, 이탈리아, 필리핀, 두피 질환, MBTI, 합창, 피부관리사 자격증...)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서 의미 없는 것보다 의미 있는 작업을 해야 한다. 가령 ‘내가 왜 올해 갑자기 머릿속 두피 피부질환으로 고생하고 있지?’ 하는 현재(과거) 고민의 결정적 순간을 찾기 위해 관련된 것들을 떠올려보면 된다. ‘병원에서 스트레스 성이라 했다, 인터넷 정보에 보니 두피가 건조해지면 유수분 밸런스 균형이 무너져서 그런다, 과거 지인이 10년 동안 비누로 머리 감는다고 나에게도 해보라고 권했다’ 등, 시간을 거슬러 추적해나가면 된다.


시간이 걸리는 이 작업, 나의 어떤 행위가 씨앗을 심는 순간이었는지를 찾는다해도 끝이 아니다. 내가 이 결과에 만족 또는 불만족한 상황이라면 그 씨앗을 심은 그 순간을 또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하니까. 그러다보면 내 인생의 의미를 나름 설파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니 나에게 의미있는 결과를 골라 작업을 해야 한다는 개인적인 욕심이 생긴다. 지금을 살고 있는 내가, 내 삶의 총체에서 무언가 하나를 콕 집어 결과값을 대입해보는 작업은 삶의 마지막 순간에 자연스럽게 떠올라 촤르륵 지나간다는 파노라마 영상을 의식적으로 돌려야 한다는 뜻이다. 쉽게 떠오르지 않는 기억 속의 무수한 것들 중에서 하나를 골라야 한다니 쉽지 않겠지만, 오래도록 고민한 끝에 한 가지를 택했다.




내 삶의 결정적 순간을 찾는다는 것은 내가 살아온 궤적을 거슬러 따라가며 내가 무의식적으로 또는 의식적으로 해온 행위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숙고의 시간이 될 것이다. 삶의 순간순간마다 선택한 것들은 아무리 합리적이었을 것이라 해도 감정적으로 한 선택이 많았다.


이렇게 내 삶의 결정적 순간을 찾기 위해 시간을 두고 바라보면 뿌연 안개 같은 감정은 가라앉고 보이지 않았던 진풍경이 나올 테지. 당신 삶에서 안개를 걷어내고 당신이 만들어간 의도대로 혹은 의도대로 되지 않은 그 인생을 분명히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라는 출제자의 의도가 아니었을까.


-퇴근 후 수업 받는 곳에서 과제로 받은 내용을 생각하며...

매거진의 이전글 커피 끊기 3일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