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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이브 Oct 16. 2023

브롬톤! MTB, 로드와 남한강길 놀러가기

엔진이 좋으면 뭔들!


생활형 자전거 타는 사람들을 부러워해보자


1. 자출족

직장 동료들 중에 직장이 집 근처인 사람들이 몇 명 있다. 그들은 집에서 자전거로 출퇴근을 한다. 인도 옆 자전거 도로로 주행하면서 횡단보도를 건너며 직장까지 온다. 내가 정말 부러워하는 동료들이었다.


같이 문을 나서는 퇴근길, “난 자전거 갖고 왔어요.” 하며 자전거 자물쇠를 풀며 멋지게 안장 위에 올라서 페달을 밟고, 바람을 타고 스윽 가는 그 여유로운 모습.


우리 직장은 한강 나가는 천에 위치해 있어 천변 근처에 사는 사람이면 논스톱 주행도 가능하다. 부러웠다.


2. 한강 자전거길 여행족


집에서 직장까지 오긴 어렵지만 한강 자전거길 나가기 편한, 자전거길이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인 좋은 입지에 사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역시 부러워하는 이들이다.


주말이면 가족과 자전거를 타고 여행처럼 양평까지, 여주까지, 김포까지 타러 나간다. 숙박까지 겸해서 춘천까지 간다고 한다. 혹은 혼자서 주말 왕복 50km를 타며 건강을 관리한다. 부럽다.


3. 나는 여행족에 끼려나

우리집에서 평택까지 가는 길이나 탄천까지 가는 자전거 길이 잘 연결되는 그날 부러움은 없어질 것 같다. 아직은 멀었다. 저번에 오산천에서 평택호 가는 길이 예전보다 더 길어졌지만 여전히 막혀 있었다.
며칠전, 평택까지 갔다는 리뷰를 듣고 냅다 달렸지만 이렇게 막혀 있었다.



부러우니까 나도 편승해야지

부러워해보자.  부러워해보자, 하면서 나도 작년부터 따릉이를 타고 퇴근하여 기차역까지 21km를 탔다. 힘들거라며 말리던 동료들에게 세 달 뒤 심신이 건강해진 모습과 다이어트 효과를 입증하여 따릉이 퇴근에 박수를 받았다.


따릉이 퇴근이 생활의 일부가 된 이후 자전거로 동료들, 가족들, 친구들과 주말 나들이를 가고 싶었다. 처음엔 자전거를 빌려서 동료들과 경기도 동부쪽인 양수역까지 가보았다. 경기도 남부에 사는 나는 주말엔 좀더 긴 코스를 밟으며 건강관리 해보려고 자전거를 샀다.


MTB를 샀지만 근처에서만 탈 수 있을 뿐, 더 멀리는 아직 가기 어려웠다. 동료들과 타려면 자전거를 차에 싣고 가야하는데, 트렁크가 작았다. 앞바퀴 빼면 탑재 가능한데… 앞바퀴는 아직 빼지 못한다. 자전거를 빌리면 빌려준 사람은 갈 수 없다는 단점! 빌리는 것도 일이었다. 고민을 조금 하다가 접이식 자전거를 샀다.



주말에 동료들과 북한강 자전거길 여행가기


1. 나의 바람 알리기


“나, 접이식 자전거 샀어요. 같이 탑시다. 나, 주말에 나올 수 있어요. ”

“그래요? 이 가을에 자전거 타기 딱인데. 내가 자주 가는 코스 갈래요?“


말이 끝나자마자 성사된 놀러가는 모임. 가을이 짧은 탓 덕분이다.


2. 브롬톤 데리고 가기

나는 접이식 자전거를 갖고 나왔다. 전용 비닐 백에 포장해서 기차 타고 버스 타고, 이렇게 왔다.

버스를 기다리는 용감한 천사씨


저상버스에 들고 타니 앉아 갈 자리는 없어 자전거를 붙이고 서 있기.
서서 타니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3. 드디어 모임!

동료들을 만났다!

버스에서 내려서 자전거를 세팅하고 약속 장소에 가보니, 집에서부터 자전거를 타고 온 동료들이 까르륵 거리며 타이어 점검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일요일에 모였다는 이유로 뭔가 다른 느낌이 들었다. 긍정형 느낌.

나까지 7명, 생활형으로 출퇴근 자전거 타는 사람들 셋에, 여행과 건강을 겸하는 이들 일곱이다.  공집합이신 분들이 셋이네. 나는 여행과 건강겸 쪽만.



브롬톤의 작은 바퀴를 걱정하는 분위기


다들 내 접이식 자전거 브롬톤 바퀴를 보더니, “바퀴가 많이 작네. 우리 따라 올 수 있을까?” 걱정을 했다. 난 걱정을 말라며 들은 이야기를 전했다.


“리뷰를 보니까 시속 40km 로 달리는 사람도 있더라고요.”

“뭐라고요? 정말?”


평균 속도 25km인 분이 놀라했다. 생활형을 타는 세 분은 평균 속도를 재지 않아 평균 속도 25km와 40km의 차이를 잘 몰라했다.


브롬톤이 시속 40km 달린다던데 그건 평균은 아니고 단거리 아니었을까 싶다. 물론 엔진(사람 힘)이 좋으면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아니다.


브롬톤이 빨리 달릴 수가 있나? (나도 몰랐는데) 있네.


처음에 나는 다섯 번째로 달렸다. 네 번째 사람이 오랜만에 타는 느낌이라 힘들어 보여서 내가 먼저 갔다. 앞장 선 셋은 빨라서 이미 시야에서 멀어져 있었다. 고급 MTB, 생활형 자전거, 로드 이 셋이었다. 길잡이는 속도계를 달고 우리를 이끄느라 19~20km 에 맞춰 달렸다고 한다. 이분은 평소 평균 25km 정도 달리는 것 같다고 한다. 나는 앞지른 김에 선두 그룹에 따라 붙으려고 최고 6단을 놓고 열심히 페달을 밟았다.


’와 평지인가, 6단을 밟았는데 되네!‘


6단으로 한참 달리고 있으니 익숙한 뒷모습이 보인다. 앞에 선두 세 사람. 셋을 따라가며 뭔지 모를 그동안 체력 단련한 보람을 느꼈다. 그리고 도중 언덕을 만났다. 세 번째 사람 앞에 누군가 추월하더니, 그분과 안전거리가 갑자기 좁혀지면서 올라가는 앞 사람의 느린 속도에 말려버렸다.  중간에 멈췄다. 뒤따르던 나도 멈추고 내 뒷사람들도 멈추고. 그 뒷사람도 멈추고. 또 그 뒤에도.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어 보였다. 우린 모두 끌고 올라갔다.


그 뒤부터 살짝 힘들어졌다. 그리고 안전거리에 대한 체감 때문일까 다리가 조금 풀린 듯했다. 5단으로 내리고 달리며 앞선 세번째 일행인 로드를 따랐지만 아까 추격(!)해 오면서 많이 에너지를 쓴 것 같다.


에너지의 70프로를 쓴 느낌이었다. 첫 번째 휴식 장소에서 나는 내 에너지에 맞게 달리겠다고했다. 내가 체력이 별로여서 그렇지, 따라갈 수는 있었던 브롬톤이어서 기특했다.


“아, 접이식 자전거 처음엔 바퀴 보고 못 달릴 줄 알고 걱정했는데, 잘 달리네. 아니 것보다 차이브 씨 체력이 좋네. 나보다 열 살 어리니 내가 따라갈 수 있겠어?! 하하하하“


네 번째 달리던 분이 내게 칭찬을 해주셨지만 나는 뒤쪽에서 달리겠다고 했다. 여유롭게.



놀러온 목적 잊지 말기!

여유롭게 북한강길 주행하자


뒤쪽에서 가는 우리는 체력이 조금 안 좋을 뿐이다. 자전거는 뭐 나쁘지 않다. 나도 초반에만 빠르게 달리는 게 됐지, 이후에는 너무 무리가 되는 것 같아서 여유있게 가기로 했다. 따릉이나 MTB를 타본 경험상 브롬톤도 잘 달린다. 웬만한 자전거들이 그렇듯 엔진, 체력이 더 중요하다.

접이식 자전거를 타는 나의 목적이 뭔지 떠올리며, 브롬톤을 감성으로 탄다는 말의 의미에 한 걸음 다가섰다. 이거 깨달음인가. 할 수는 있는데 그렇게까진 안 해도 되는.


우리는 좀 느리긴 했지만 평균 14~15km 정도로 달리고 있는 것 같았다. 앞에 사람들이 쉴 때 우리는 5~10분 정도 뒤에 만나는 느낌이었다. 우리는 주변 풍경도 두럼두런 보면서 달렸지만 앞에서 오는 자전거들, 뒤에서 지나갑니다며 단체로 옆을 지나는 사람들, 옆 산책로 사람들이 있어서 한눈을 너무 오래 팔기는 어려웠다. 그냥 슬쩍 보고 전방주시하며 달렸다.


북한강길은 우리처럼 놀러온 사람들과 빠른 속도로 팩주행을 하며 연습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 정도로 길이 잘 되어 있다. 나는 동기부여 인증 도장도 찍었다.

아니 분명 우리는 북한강길 간 거 같은데! 남한강길이었어? 헷갈린다!



양수역에 도착하여 먹는 밥은 정말 꿀맛이었다. 한 그릇을 뚝딱 하고 라면과 김밥도 추가했다. 와, 몸을 쓰고 나서 이렇게 입맛이 좋아지는구나!


양푼 비빔밥, 양과 가격 모두 만족했다.



밥을 먹으니 계속 사람들이 기다렸다. 자전거 길을 따라 온 사람들과 양수역에 산책 온 사람들이 많아 가게는 북새통이었다.

여유있게 근처 카페에 갔다. 가게 앞에는 자전거를 세울 데는 없어서 뒤편에 우리들끼리 묶었다.

우리들의 자전거, 로드는 비싸다고 안쪽에 끼워넣어달라 했다. 내 미니벨로 용감한 천사씨는 잠바 하나 툭 걸쳤다.


카페에서 보는 북한강. 날씨가 참 좋았다. 햇빛을 피해 자리를 잡고 한 시간 동안 다과 시간을 갖고 수다를 떨었다. 우리일곱은 일요일의 여유를 즐겼다. 동료들과 앉아서 강을 바라보며 개인적인 이야기들도 슬몃슬몃 꺼내게 되었다. 올해 부서 이야기며, 자식 사춘기 이야기며, 여행 갔던 추억담 이야기며, 나는 이 멤버로 633km 자전거길 가을 휴가 내서 같이 가자는 황당(!)한 이야기도 하고, 그건 아니될 것 같다는 철벽 치는 이야기며, 가지각색 이야기를 꺼냈다.


너무 늦으면 퍼진다. 이제 다시 돌아가볼까. 왔던 길을 다시 밟는다. 그 뒤에 보니 따릉이가 양수역, 여기까지 왔다. 대단한 녀석. 대여 시간은 괜찮나 걱정도 하고.




처음으로 내 브롬톤으로 MTB , 로드, 생활형 자전거들과 같이 달려보았다. 이 정도면 짧은 구간 여행을 같이 해도 될 듯하다. 체력이 나와 비슷하다면. 나는 여유있게 풍경보며 여행하면 될 듯하다. 내 체력이 그들과 나란히…. 그 정도는 된다!


집에 돌아갈 때는 에너지를 남김없이 써도 된다는 느낌 때문에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있었다. 난 속도계는 없었지만 평균 15km는  아니었던 느낌.


빨리 달리기 위해선 자전거도 중요할 수 있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페달을 돌리는 사람의 체력! 브롬톤을 타고 빨리 달릴 필요 없지. 어디든 데리고 다니며 여유롭게 풍경 보며 사람들과 유쾌한 시간 보내는 거지. 그게 브롬톤 감성이라는 건가. 아, 근데 어디든은 아니다. 산은 못 올라간다.


#브롬톤 #북한강자전거길 #접이식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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