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로 지고 있는데 웃고 있어요"
어제, e-스포츠 역사에 길이 남을 대기록이 나왔습니다. 바로 세계 대회 3년 연속 우승팀이 최초로 탄생한 날이었거든요. 이른바 ‘스리핏’이라는 이 위대한 업적을 달성한 주인공은, 게임을 몰라도 다들 한 번쯤은 들어봤을 "페이커"선수가 이끄는 T1이었습니다.
제가 처음 페이커를 응원한 건 20년 초반. 게임은 더럽게 못하지만 보는 재미를 알려준 선수였거든요. 다만, 당시 팀의 상황은 영 좋지 않았습니다. 우승이 일상이던 팀 성적은 점점 추락했고, 무려 대회 5연속 준우승이라는 뼈아픈 기록을 남기며 “우승 DNA가 없는 팀”이란 조롱을 받기도 했죠.
‘분명 실력만 보면 우승감인데, 왜 이렇게까지 안 풀릴까’ 싶었고, 심지어 정말 오랜만에 찾아온 세계 대회 결승전에서는 언더독의 희생양이 되며, 또 한 번의 좌절을 경험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이제는 정말 마지막 기회로 여겨지던 2023년 세계 대회에서 준우승의 고리를 끊어내더니 이후 24, 25년까지 3년 연속 세계 챔피언이라는 신화를 만들어 낸 것이죠.
올해 경기를 보며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선수들의 ‘실력’이 아닌 ‘멘탈’이었습니다. 경기가 안 좋게 흘러갈 때마다 지켜보는 팬들만 조마조마했지, 정작 선수들은 너무 평온해보였거든요.
실제로 경기 중, 선수들이 나눈 대화 내용을 들어보면 무서울 정도의 침착함과 함께 정말 이 순간 자체를 즐기고 있다는 게 느껴집니다. (순화해서 그렇지 그냥 광기였습니다…이게 맞나 싶은…)
실제로 그들의 인터뷰나 게임 속 상황을 보면 이들의 멘탈이 얼마나 단단해졌는지를 두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요.
22년 준우승 후, 펑펑 울던 케리아 선수는 이번 대회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예전엔 우승에 집착이 심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순수하게 꿈을 향해 가는 과정이라 생각하고 있다”
누가 같은 팀 아니랄까봐 페이커 선수 역시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3세트를 지고 난 뒤에는 패배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남은 경기를 재밌게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큰 무대 경험이 많다보니 두려움 없이 플레이할 수 있었다”
말뿐인 게 아닌게… 실제로 페이커 선수는 1경기만 패배하면 우승컵을 빼앗기는 상황에서 미소를 보였고, 이를 본 해설진이 경악(?)하며 “1승 2패로 지고 있는데 웃고 있어요!!”라는 명대사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경기를 뒤집어 냈고요…ㅎㅎ> 댓글에 영상 링크 달아두었습니다..광기 그자체...)
게다가 팀원들의 실수가 나오거나, 패배에 가까운 순간에도 페이커 선수는 팀원들에게 해야할 일을 알려주고, 멘탈까지 챙겨주는 모습을 보며 ‘ 이 한 사람이 팀에 끼치는 영향력이 정말 어마어마하다는 걸 절감했습니다.
제가 응원하는 팀 T1 그리고 페이커 선수를 보며 성과를 만드는데 있어 실력도 중요하지만, 실력을 뒷받침할 멘탈 그리고 마음가짐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팀에서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리더의 역할이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지 이번 롤드컵을 통해 알게된 것 같습니다.
제가 응원하는 모든 스포츠 팀들이 바닥을 기고 있을 때, 우승이라는 즐거움 그리고 멘탈과 마음가짐, 리더십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T1과 페이커 선수에게 감사를 보냅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