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생각하는 책이란...
1. 책이란 외부로 통하는 창이자 문입니다. 책은 독자를 ‘지금이 아닌 시대’와 ‘여기가 아닌 장소’로 데려가는 힘을 지녔습니다.
2. 그래서 책 한 권이 거기에 있는 것만으로도 닫힌 공간에 자그마한 구명이 생기고 그로부터 신선한 바람이 불어 들어옵니다. 그리고 그 바람 냄새를 맡은 사람들이 책 주위로 모여듭니다.
3. 그래서 저의 경우는 책이 없는 집에 있으면 숨쉬기가 힘들어져서 왠지 빨리 나오고 싶어집니다. 산소 결핍 상태가 되는 거죠.
4. (여기서부터 나) 책은 ‘지금이 아닌 시대와 여기가 아닌 장소로 데려가는 힘이 있다’는 문장에서 문득 해리포터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5. 해리포터 세계관에는 (자신을 포함한) 한 개인의 기억을 마치 영화처럼 언제든 돌려볼 수 있는 ‘펜시브’라는 도구가 등장한다.
6. 이 ‘펜시브’는 주인공들이 놓쳤던 문제의 실마리를 찾게 도와주거나, 흩어져있던 기억의 조각들을 맞춰 이야기를 반전시키는 등 스토리의 완성도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7. 다시 돌아와서, 사실 개인적으로는 작가가 말하는 ‘책이 없어 숨쉬기가 어렵다’라는 느낌은 아직 1도 잘 모르겠다.
8. 하지만 누군가의 지식, 경험, 상상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책’을 통해 (해리포터의 펜시브처럼) 고민을 해결하거나, 위로를 얻거나 심지어 종종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간다는 기분을 느낄 때가 있다.
9. 아마 작가가 이야기한 책 한 권이 만들어 내는 (+사람들을 끌어 모으는) 바람 냄새가 이런 것들이 아닐까 어림짐작 해본다.
(참고)
우치다 다쓰루, <도서관에는 사람이 없는 편이 좋다>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