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한꺼번에 금화를 찾으러 오진 않는다...
1. 지난 글에서 (놀랍게도) ‘은행이 가상의 돈으로 실제 돈을 번다’는 사실을 다뤘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 시스템이 어떻게 가능한 걸까요?
2. 이야기는 17세기 영국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영국의 금세공업자들이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은행 시스템의 기반을 마련했기 때문입니다.
3. 당시 금고를 갖고 있던 금세공업자들은 사람들에게 금화를 보관해주는 대가로 ‘금 보관증’을 발행합니다. 이는 교환이 간편했기에 사람들은 금화 대신 이 증서를 주고받기 시작했죠.
4. 그러다 금세공업자들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금화를 찾으러 오진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금화을 맡긴 다른 사람들의 금화을 대출해주고 얻는 이자로 수익을 올리기 시작합니다.
5.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금을 맡긴 사람들이 이 사실을 알아채고 항의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금세공업자들은 (당황하지 않고) 예금주들에게 예금이자를 주겠다는 제안을 해 예금을 유지하게 했죠.
6. 예금주들 입장에서도 금화를 맡겨두기만 해도 꽁돈이 들어오는 셈이니 거절할 이유가 없었죠.
7. 이때부터 금세공업자들은 예금이자보다 높은 대출이자로 수익을 얻으며 부를 축적하게 되었고, 심지어 실제 금고에 없는 금화까지 대출해주며 수익을 확대했습니다.
8. 이 과정에서 엄청난 부를 축적한 금세공업자는 은행업자가 되었고, 그제서야 이러한 행태에 불안을 느낀 몇몇 부유한 예금주들이 한꺼번에 금을 인출하면서 ‘뱅크런’ 현상이 발생합니다.
9. 그러나… 이 위기를 통해 오히려 은행업자는 성장의 기회를 얻게 됩니다. 당시 오랜 전쟁으로 인해 금이 필요했던 영국 왕실이 금 보유량의 3배까지 대출할 수 있는 권한을 허락했기 때문입니다.
10. 이렇게 은행업자와 정부 간의 ‘은밀한 관계’ 속에서 본격적인 은행 시스템이 만들어졌고, 이후로 은행은 정부의 허가 아래 금고에 돈이 없어도 새로운 돈을 창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11. 이런 시스템 덕분에 은행은 대출을 권장하게 되었고 고객이 대출을 받아야 새로운 돈이 생기는, 말 그대로 ‘가상의 돈으로 실제 돈을 버는 구조’가 지금까지 유지되어 온 셈이죠.
12. 혹시 ‘그럼 이런 시스템을 이용하면 무한정 돈을 찍어낼 수 있는 거 아냐?’란 생각이 드실지도 모르겠는데요. 그래서 다음 글에서는 ‘돈의 양(=통화량)’을 조절하기 위해 존재하는 중앙은행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ㅎㅎ.
(참고)
<EBS 다큐프라임 자본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