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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훈 Jul 15.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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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AI 버블을 주제로 많은 이야기가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버블이 곧 붕괴할 것이라는 분석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의 의견도 많습니다. 세계적인 애널리스트들이 분석한 내용들이기 때문에 각각의 논리는 다 일리 있어 보이는데요. 오늘은 양측의 대표적인 논리에 대해 짧게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겠습니다. 


버블이에요!


먼저, 곧 AI 버블이 붕괴될 것이라는 분석을 살펴보겠습니다. 이들의 분석에는 다양한 논리가 있지만, 결국 하나의 이야기로 귀결되는 경향이 있는데요. AI에 투자한 비용만큼 실질적인 이익이 날 수 있을까를 검토해 보았을 때 절대 그럴 수 없다는 결론입니다.   


출처 : 세콰이어캐피털


관련해서 세콰이어캐피털이 내놓은 분석을 보겠습니다. 위 그래프는 AI 산업에 투자한 비용을 토대로 실질적인 이익을 얻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매출이 필요한지를 역산한 것인데요. 각각의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1) NVDA Data Center Run-Rate Revenue

= AI GPU 시장을 사실상 엔비디아가 독점하고 있어, 엔비디아의 매출이 곧 AI의 산업 투자 비용으로 볼 수 있습니다. 


2) Data Center Facility Build and Cost to Operate

= 'GPU의 구입 비용'과 '데이터 센터 구축 및 운영 비용(건물, 에너지 등)'은 각각 전체 비용의 50%를 차지하므로, 운영 비용도 엔비디아의 매출만큼인 $150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3) Implied Data Center AI Spend

= AI를 위한 데이터 센터의 투자 비용은 위 두 가지 내역을 합산한 $300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4) Sofeware Margin : 50%

= AWS, Azure, GCP 등 클라우드 업체들도 수익을 내야 하기 때문에 소프트웨어의 평균 이익률은 넉넉하게 50%로 잡았습니다. 


5) AI Revenue Required for Payback

= 계산을 종합해 보면, 엔비디아가 $150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지금, AI에 투자한 기업 모두의 매출이 $600은 되어야 투자 대비 실질적인 이익이 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AI 산업에서 전체 매출은 어느 정도일까요? 잘 알다시피 대부분의 AI 기업들은 제대로 된 매출을 올리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AI 수익은 OpenAI가 차지하고 있는데요. 이들의 매출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약 34억 달러에 불과합니다. 필요한 6,000억 달러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금액입니다. 여기에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애플 등의 매출이 추가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약 5,000억 달러가 부족합니다. 심지어 AI 산업 매출의 총합은 엔비디아의 매출보다도 적습니다. 


누군가는 현재 AI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철도 인프라에 투자하는 것과 비슷한 투자 비용이라고도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물리적 인프라와 AI 인프라는 결이 다릅니다. 철도는 한번 깔아놓으면, 같은 라인에 다른 철도가 깔릴 수 없어 독점적인 가격 책정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AI는 다른 기업이 ChatGPT와 똑같은 기능과 서비스를 만들더라도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기 때문에 무한 경쟁이 가능하며, 이는 가격 경쟁력에 있어서 불리함을 뜻합니다. 


특히 철도는 감가상각률이 낮지만, AI는 그렇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 구매한 GPU는 3~4년만 지나더라도 구형이 되므로, 서비스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더 좋은 GPU에 투자해야 합니다. 즉, GPU CAPEX(Capital expenditures)는 철도 CAPEX와 근본적으로 다르기에 단순한 선 투자 비용으로 치부할 수 없다는 것이 세콰이어캐피털의 논리입니다.  


또한, 골드만삭스 역시 AI에 투자한 지출에 비해 성과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순식간에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고도 전했습니다.  


버블 아니에요!


아직 AI 산업이 버블로 평가하기 이르다는 분석을 살펴보면, 과거의 닷컴버블과 비교하는 내용이 많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닷컴버블이란, 1995년부터 2000년 사이에 인터넷에 대한 환상이 퍼지면서 관련 신생 기업에 대해 수익성보다는 '성장 잠재력'에 대한 기대만으로 과도한 투자가 이어졌고, 그 결과 급격히 상승했던 나스닥 지수가 2000년 3월을 기점으로 폭락한 사태를 말합니다. 


당시 대표적으로 수혜를 받았던 시스코의 경우 주가수익비율(PER)이 200배, 오라클은 170배에 달했으며, 나스닥100 역시 60배에 근접했습니다. 이는 주당순이익(순이익을 총 주식 수로 나눈 값)이 5만 원인 회사에 투자자들이 1,000만 원을 투자했다는 의미인데요. 이처럼 과열된 투자 환경은 지속되기 어려웠고, 버블이 붕괴되며 많은 기업들은 물론 투자사들도 파산하거나 큰 손실을 입게 됐습니다. 



이에 반해 현재 나스닥100의 주가수익비율은 약 35배이며, AI 대표 기업들은 40~70배 수준으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수혜 기업인 엔비디아도 70배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와 비교했을 때 아직 버블로 진단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이 이들의 논리입니다. 특히 잠재력에만 의존하여 평가를 받았던 닷컴버블 당시와 달리, 엔비디아는 이미 충분히 높은 매출이 뒷받침된 상태이며, 매출과 영업이익 등 실적 전망도 꾸준히 긍정적인 수치를 보이고 있어 과거 시스코의 상황과는 다릅니다. (이 의견에 있어서 닷컴버블 당시 CEO였던 존 챔버스도 동의했습니다.)


또한, 닷컴버블 당시에는 비즈니스 모델이 확실하지 않은 스타트업 중심으로 투자가 집행됐다면, 지금은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습니다. 물론 ChatGPT가 출시된 이후 AI 관련 스타트업에게도 많은 투자금이 유입되었으나, 과거 닷컴버블의 실패를 기억하는 투자사들은 빠르게 옥석 가리기를 진행했으며, 최근에는 OpenAI, Anthropic, xAI 등 가능성이 높은 기업들에게 투자금이 집중되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버블이라고? 아니라고?


세계적인 전문가들조차도 의견이 갈리고 있는 주제이니 만큼, 정확한 정답은 아무도 모릅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AI 산업이 매출 대비 고평가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여기에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지만, 대표적으로는 미래에 대한 기대치가 선반영 되어 있다는 것과 FOMO(기회를 놓칠 것에 대한 두려움) 현상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중에서 FOMO는 심리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객관적인 판단을 하기 어려우므로, 우리가 판단해 볼 수 있는 것은 미래에 실제로 지금의 기대치만큼 산업이 성장할 수 있을지 여부를 평가하는 것인데요. 이 점에 있어서 과거 닷컴버블과 비교했을 때 긍정적인 측면이 많아 보입니다. 


닷컴버블 당시에는 인터넷이라는 개념은 존재했지만 PC의 보급이 덜 되었고, 네트워크의 속도가 느려 실제로 이미지를 업/다운로드하는 것조차 어려웠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비즈니스로 돈을 번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습니다. 반면, ChatGPT는 범용적인 사용성을 기반으로 출시되자마자 폭발적인 수요가 발생했고,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실제 업무와 콘텐츠 제작에 활용하는 비즈니스로 활용할 있는 가치를 증명했습니다. 


특히 매월 20달러를 지불해야 활용할 있는 ChatGPT Plus는 미국에서만 390만 명활용할 정도로 가능성을 입증한 상태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반영 된 기대치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아직 시간이 조금 필요한 것이 사실입니다. ChatGPT가 가능성을 입증한 것은 맞지만, 그 대상이 젊은 세대에 치중되어 있으며, 상대적으로 노령층은 접근이 어려운 상황(65세 이상 사용률 6%)입니다. 


시장이 기대하는 만큼 AI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남녀노소 모두가 활용할 수 있도록 허들을 낮춘 킬러앱이나 AI의 활용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디바이스의 등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이 등장 시기가 언제가 되느냐가 버블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관전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는 이 시기가 비교적 빠르게 찾아올 것이라 베팅되어 있지만, 만약 예상보다 더디게 찾아온다면 버블로 판명되어 붕괴될 우려도 있습니다.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


한 가지 기억해야 할 점은 닷컴버블로 시장이 붕괴될 때에도 구글처럼 살아남아 최고의 기업으로 성장한 곳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만약 AI 산업이 버블로 판명되어 붕괴되더라도 이를 활용해 살아남는 기업은 분명히 존재할 것입니다. 현재는 OpenAI가 그 주인공으로 유력해 보이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꼭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닷컴버블 당시 과반이 넘는 점유율을 보유했던 야후는 구글에 밀려 존폐 위기에 처했으며, 페이스북보다 사용자가 많았던 싸이월드는 이미 추억의 서비스가 되어버렸습니다. 


지금까지 AI 버블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간략하게 알아보았는데요. 명확한 정답은 알 수 없지만, 그나마 정답에 근접한 답을 찾는 방법은 역시나 꾸준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것 같습니다. 이를 위해 테크잇슈는 꾸준히 양질의 정보를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위 글은 '테크잇슈'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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