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가 발발한 지 약 2주가 지났습니다. 정부 추산에 따르면 피해 규모가 1조 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이목이 집중된 사안인데요. 플랫폼, 고객, 셀러, PG사, 카드사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해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티메프를 운영하고 있는 큐텐이 책임을 지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 누군가가 나서서 고객들을 구제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요. 이 과정에서 효과적인 대응을 통해 고객들의 마음을 얻고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기업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이번 티메프 사태의 피해가 유독 아프게 다가왔던 이유 중 하나는 휴가 시즌과 겹쳤기 때문입니다. 7~8월은 많은 사람들이 여름휴가를 보내는 기간이고, 상대적으로 큰 금액을 사용했기에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할 경우 그 타격은 고스란히 고객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고객 못지않게 타격을 받은 곳들은 여행/숙박 기업들인데요. 티메프로부터 정산을 받지 못한 데다가 고객들의 환불에도 응대를 해야 했기에 골치가 아팠습니다. 모두가 대응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무렵 '여기어때'는 가장 먼저 "책임경영 차원에서 예약한 모든 숙박을 정상 진행하기로 했다"라고 밝히며 고객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더욱이 경쟁사인 야놀자가 고객들의 예약을 강제로 취소하거나 티메프 측으로부터 환불을 받아야 한다는 방침을 내놓으면서 여기어때의 결정이 더욱 부각되었습니다. 얼마 되지 않아 야놀자가 피해보상을 전액 부담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이미 고객들의 신뢰를 잃은 뒤였습니다.
물론 야놀자를 무조건적으로 비판할 수는 없습니다. 두 기업 간의 지급 여력이나 피해 규모, 의사결정 체계 등의 차이로 초기 대응이 달랐을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야놀자도 피해 보상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고요. 이러한 부분을 고려해 야놀자가 못했다기보다는 여기어때의 과감한 결단력을 칭찬하는 것이 맞을 것으로 보입니다.
티메프 사태가 벌어지고 고객들은 가장 먼저 티메프 본사로 달려갔습니다. 티메프에서 구매를 했으니, 당연히 티메프에서 환불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인데요. 그러나 티메프는 이미 환불 능력을 상실한 상태여서 극히 일부 고객들만 환불을 받을 수 있었고, 대부분의 고객들은 발만 동동 구를 수밖에 없었습니다.
티메프로부터 환불을 받기 어렵다고 판단한 고객들은 각자 결제를 진행했던 곳에 직접 환불 요청을 하기 시작했는데요. 문제는 이 과정에서 중복 환불을 막기 위해서는 티메프로부터 데이터를 받아 확인해야 하는데, 이미 아수라장이 된 티메프가 이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하며 환불 절차가 지연됐다는 것입니다.
그런 가운데 네카토로 대표되는 간편결제사는 데이터를 직접 확보하는 방법으로 환불에 속도를 냈습니다. 특히 네이버페이는 가장 먼저 환불 방안을 제시하며 고객들로 하여금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네이버페이는 티메프의 결제/구매 내역 페이지 스크린샷(캡처화면)을 첨부하면 48시간 이내에 환불 처리가 가능하도록 안내하고 있는데요. 캡처 경로와 방법 등을 안내하며 어렵지 않게 환불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습니다.
특히 네이버페이는 앞선 야놀자 사례와 비슷하게 경쟁사인 카카오페이가 대규모 환불 불가 통보를 하거나 가맹점이 폐업 시 보상에서 제외하겠다는 약관 변경을 예고하면서 많은 비판을 받고 가운데, 반사 이익을 얻고 보고 있습니다.
티메프 사태로 인해 이커머스와 PG사들의 재무건전성이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큰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단연 쿠팡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주목받고 있는 곳이 바로 무신사입니다.
무신사는 지난 8월 2일, 자사 뉴스룸을 통해 자신들은 안전한 쇼핑 환경을 제공 중이라고 발표하며, 자신들의 현금성 자산은 4,200억 원에 달하며, 자본 총계는 6,800억 원이라고 공개했는데요. 동시에 무신사의 PG 자회사인 무신사페이먼츠의 단기 상환 가능한 현금 비중은 86%로 주요 이커머스의 PG 자회사 중 1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무신사는 현재까지 단 한 번도 정산 지연이 발생된 적이 없으며, 안전한 정산 방식으로 주목받고 있는 에스크로(결제대금보호서비스)를 이미 운영 중이라며 고객들과 브랜드 파트너들을 안심시켰는데요. 여기어때나 네이버페이가 사태 이후 빠른 판단력으로 소비자들의 호평을 이끌어 냈다면, 무신사는 과거부터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이끌어 온 경험이 빛을 발한 사례라 볼 수 있습니다.
이밖에도 오늘의집, 11번가, G마켓 등도 판매자들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자사의 안전한 정산 방식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는데요.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이커머스 업계의 신뢰성을 기준으로 재편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 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티메프 사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여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기업들에 대해 살펴보았는데요. 마지막으로 한 가지 짚어볼 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마치려 합니다. 앞서 언급된 기업들이 소비자 입장에서 고마운 결정을 내린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들이라고 해서 꼭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습니다.
티메프가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구상권 청구를 통해 환불 대금을 받아야 할 기업들이 정산을 받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기업들은 손실을 그대로 떠안아야 하는 상황인데요. 무조건적으로 환불을 진행했다가는 재정적으로 큰 타격을 입고 회생이 어려워질 수 있는 기업들도 분명히 존재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기업들도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서 잘 인식하고 있으며,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기업과 소비자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티메프의 운영 방식을 비판하고 잘 대응한 기업들은 칭찬하되, 다소 불만족스러운 방침을 내놓은 기업들이라 하더라도, 그들 역시 피해자라는 사실을 고려하여 조금 더 이성적으로 지켜보고 판단하는 것이 중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