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AI가 "12 days of OpenAI" 이벤트를 진행하며 화려한 행보를 이어가는 가운데, 외부에서는 OpenAI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주된 비판은 OpenAI의 영리 기업 전환에 관한 것으로, 이는 2023년 초 일론 머스크가 처음 제기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당시 머스크는 평소 언행으로 인해 신뢰도가 낮았고, OpenAI의 침착한 대응으로 사태가 진정되는 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가 반전되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지지를 등에 업은 머스크가 더욱 강도 높은 압박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머스크의 앙숙으로 알려진 마크 저커버그마저 이 비판에 가세하면서 논란은 더욱 확대되고 있습니다.
우선 머스크와 저커버그가 OpenAI의 영리 기업 전환을 반대하는 원론적인 이유는 같습니다. OpenAI가 그 이름에 걸맞지 않게 초심을 잃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그 이유가 조금씩 다른데요.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일론 머스크
머스크는 OpenAI의 창립 멤버라는 '내부자의 증언'이라는 강력한 카드를 내세웁니다. 그는 "인공지능을 모든 인류 공동의 이익을 위해 발전시키겠다"는 OpenAI의 초심과 달리, 회사가 점차 영리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선회했고 이러한 갈등으로 자신이 떠나게 되었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OpenAI에서는 오히려 머스크가 먼저 영리화를 추진했다고 반박하고 있어, 설득력이 다소 떨어지는 부분도 있습니다.)
더 나아가 머스크는 자신이 투자한 자금이 본래의 목적과 다르게 사용되었다고 지적합니다. OpenAI는 이 자금으로 독자적인 기술 개발을 진행했어야 했으나, 마이크로소프트와의 독점적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났다는 것입니다. 특히 이 협력 관계를 통해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OpenAI 투자자들에게는 경쟁사 투자를 제한하도록 요구함으로써 자신의 AI 기업 xAI 등 경쟁 업체들의 자금 조달 기회를 막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한마디로 "선의의 투자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는 것입니다.
2) 마크 저커버그
저커버그도 머스크와 유사한 입장을 취하고 있으나, 머스크처럼 내부자가 아니었기에 외부자의 시각에서 산업 생태계의 건전성이라는 관점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OpenAI의 영리 전환이 선례가 될 경우, 다른 스타트업들도 이 사례를 악용해 자선 단체로부터 자금을 모은 뒤 잠재적으로 영리 전환을 시도할 있다고 우려합니다.
심지어 저커버그는 OpenAI 이사회에 머스크를 다시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머스크는 OpenAI의 설립을 이끈 중요한 인물이며, 본래 목표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이는 머리를 참 잘 쓴 전략으로 보입니다. 겉으로는 머스크의 의견을 들어주는 듯하지만, 실제로는 OpenAI와 머스크 양측을 동시에 견제하려는 이이제이(以夷伐夷, 오랑캐를 오랑캐로 제압한다) 전략으로 볼 수 있습니다.
머스크와 저커버그의 주장이 일리 있어 보일지언정, 현실적으로 OpenAI의 영리화를 법적으로 저지하기는 어렵습니다. 설립 당시 영리 전환에 대한 명시적인 제한 조항을 두지 않은 이상, 이사회의 결정을 뒤집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이 이토록 강하게 반대하는 배경에는 OpenAI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조성하고 조금이라도 시간을 확보하면서, AI 시장에서 자사의 입지를 강화하고 경쟁 구도를 재편하려는 전략적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OpenAI는 월 200달러의 'ChatGPT Pro'라는 멤버십을 출시했습니다. 이는 본격적인 수익화의 신호탄으로 볼 수 있으며, 투자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트리거가 될 수 있습니다. 이미 AI 시장에서 압도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OpenAI가 영리 기업으로 전환한다면, 업계의 자금 흐름을 주도하며 시장 지배력을 한층 강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두 사람의 목소리는 이를 막기 위한 절박한 메시지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거센 공세에도 OpenAI는 의외로 차분한 대응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주장 중 일부가 사실에 기반하고 있는 만큼, 무리하게 반박했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두 사람의 의견이 영리 전환을 막는 장애물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며, 시간이 지나면 여론도 잠잠해질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있는 듯합니다.
여러 정황으로 볼 때 OpenAI의 영리 전환은 기정 사실화되고 있습니다. AI 개발에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어가는 것을 감안하면, 어쩌면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보입니다. OpenAI는 비영리 조직이라는 브레이크를 달고 있음에도 빠른 성장을 이뤄왔는데, 앞으로는 그 브레이크마저 떼고 달릴 수 있게 됐습니다. 대표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일들이 벌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첫째, AI 기술 개발이 더욱 가속화될 것입니다. 영리 기업으로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OpenAI는 한층 더 공격적인 기술 혁신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둘째, AI 산업의 경쟁 구도가 재편될 것으로 보입니다. 마치 평소 앙숙이었던 주커버그와 머스크가 손을 잡은 것처럼 OpenAI를 견제하기 위한 다양한 협력이 생기고 없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셋째, AI 기술의 공공성과 영리성 사이의 균형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될 것입니다. 당장 OpenAI의 주역이었던 수츠케버가 세운 '세이프 슈퍼인텔리전스(SSI)' 행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알아본 바와 같이 OpenAI의 영리화는 단순한 기업의 전환을 넘어, 그 자체로 AI 기술 발전의 방향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또한, 머스크와 저커버그의 반발은 표면적으로는 공익을 위한 목소리처럼 들리지만, 그 이면에는 AI 패권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 구도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또한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이기도 한데요. 향후 실리콘밸리에서 또 어떤 식으로 연합이 생기고 없어지게 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