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글에는 '싱어게인4'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젯밤, '싱어게인4' 첫 방송을 보다가 두 번 소름이 돋았습니다. 평소 좋아하던 노래인 '얼음요새'의 원곡자가 나와 첫 소절을 불렀을 때 한 번. 클라이맥스에서 음이탈이 났을 때 또 한 번.
충분히 좋은 무대를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에 합격을 하겠다고 예상했지만, 음이탈이 난 순간 탈락을 예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같이 무대를 모니터링하던 참여자들도 아쉬움이 가득한 얼굴이었고요. 그러나 심사위원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어게인 버튼을 누르며 합격을 했습니다.
노래 중간에 언제라도 합격 버튼을 누를 수 있기 때문에 일부 심사위원들은 음이탈이 나기 전에 합격 버튼을 누르기도 했지만, 흥미로운 점은 음이탈이 난 이후에도 합격 버튼이 눌렸다는 점입니다. 반면, 기술적으로 완벽에 가까운 무대를 선보인 다른 참가자들은 탈락하기도 했습니다. 이 역설적인 상황은, AI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고 본질적인 질문 하나를 던졌습니다.
AI라면, 과연 70호에게 합격 버튼을 누를 수 있었을까?
만약 AI에게 심사를 맡겼다면, 분명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겁니다. 음정, 박자, 발성 등 모든 데이터를 정량적으로 분석하여 '정확도'를 측정했을 거라서요. 그 기준에서 70호 가수의 음이탈은 명백한 '오류(Error)'이자 감점 요인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인간 심사위원들은 달랐습니다. 이들은 '오류'가 아닌, 그 실수가 나오기까지의 '서사(Narrative)'를 보았습니다. 온 힘을 다해 절규하다 터져 나온 그 불완전함 속에서, 우리는 기술적 완성도가 아닌 한 인간의 진심과 절박함이라는 '감동'을 느꼈습니다. 누구도 합격한 상황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하거나 의문을 표하지 않은 것이 이를 방증합니다. 납득이 됐기 때문입니다.
AI가 '정답'을 찾아내는 능력이 인간을 압도하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또 AI는 점점 더 완벽한 결과물을 만들어낼 겁니다. 그러나 70호 가수의 합격은 우리에게 보여주었습니다. 때로는 정답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는 사실을요.
AI 시대에 인간다움이 여전히 필요한 이유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