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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sical Magazine VAUDEVILLE May 02. 2022

[REVIEW]인간 내면의 선과악, 그 대립의 순간

MAGAZINE 'VAUDEVILLE' Musical Review


공연관람일 ┃ 2022년 3월 13일

공연시간 ┃ 14:00

캐스팅 ┃ 박은태, 해나, 이지혜

공연장 ┃ 잠실 샤롯데씨어터

글 ┃ 편집장 찰리

사진출처 : OD COMPANY


"지금 이 순간, 단 하나의 선택"

지난 2021년 홍광호, 류정한, 신성록을 필두로 또 한 번의 '지킬 앤 하이드' 열풍을 불러일으킨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가 2022년 두 번째 시즌 캐스팅을 공개하며 작년에 이어 올해까지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두 번째 시즌 캐스팅 보드에 이름을 올린 배우는 이번에도 총 3명. 박은태. 전동석 그리고 카이. 성공적으로 '지킬앤하이드'에 안착한 박은태와 전동석과 함께 또 한 명의 새로운 지킬로 배우 카이가 2022년의 '지킬 앤 하이드'를 이끌어가고 있다.


지킬 앤 하이드는 명실공히 대한민국 뮤지컬 역사의 한 획을 그은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2004년 초연 이후 누적회차 1,500회 , 누적 관객수 150만명을 기록하는 스테디샐러로 자리매김하며 대한민국 뮤지컬 시장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작품이 되었다. 특히 이 작품은 기록만큼이나 매번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으곤 한다. 갈수록 깊어지는 '조지킬', 조승우 배우를 필두로 대한민국에서 내노라 하는 최고의 배우들이 한 명의 인물이 표현하는 '선과악의 대립'을 각자의 해석으로 표현하며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한 인간의 내면에 자리한 선과악, 그 둘의 대립"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를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유능한 의사이자 과학자인 '지킬'로부터 시작된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아버지를 비롯해 같은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지킬은 인간 내면의 '선과악'을 분리하는 연구를 하게된다. 하지만 많은 이들의 반대에 부딪혀 연구비 지원은 물론, 실험대상 조차도 찾지 못하는 환영받지 못하는 나날의 연속이다. 그러다 지킬은 결국 자기 자신이 직접 이 연구의 실험체가 되기로 결심하고 홀로 연구실에서 실험을 감행한다. 홀로 실험실에서 자신의 팔에 주사를 놓은 후, 지킬은 그토록 바랬던 인간의 선과악의 분리에 성공한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자신의 내면에 있던 악의 존재 '하이드'에게 장악 당하기 시작한다. 날이 갈수록 강해지는 '하이드'의 존재. 그리고 그 존재를 어떻게든 다시 잠재우기 위해 끝없는 싸움을 시작한다.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과정이 다소 지루하다"

그냥 툭 터 놓고 개인적인 공연관람평에 대해 이야기하면, '지킬 앤 하이드' 그가 나오는 장면을 제외하고는 모든 장면이 지루했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주된 내용은 지킬과 하이드로 대변되는 한 인간의 선과악이 서로 대립하고 갈등하는 이야기가 중심이 되어 극이 전개된다. 그리고 그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이 그의 희생양이 되기도, 갈등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이 극의 중심이 '지킬과 하이드'라는 한 인물에 있다보니 다른 캐릭터들과의 연계성을 강하게 느끼기에는 아무래도 좀 부족했다.


이렇다보니, '지킬과 하이드'가 본격적으로 대립을 시작하고, 하이드가 악을 처단하며, 제멋대로 날뛰는 하이드로 인해 괴로워하는 지킬의 모습이 나오지 않을 때는 지루함을 덜어내기 힘들었다. 특히 '지금 이 순간'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극이 전개되기 전까지의 빌드업이 기대했던 것에 비해 몰입력을 많이 떨어뜨렸다. 아무래도 극 중, '지킬 앤 하이드'라는 한 인물 속에 내재한 두 가지 인간 본성이 서로 대립하는 것이 공연의 핵심 이야기인만큼 그 외의 인물들이 풀어가는 씬에서는 극에 대한 집중도가 흐트러질 수 밖에 없었던 듯 하다.



"한국 관객들을 매료시킬 단 하나의 힘을 가진 뮤지컬"

전반적인 스토리의 전개나 '지킬 그리고 하이드' 외의 캐릭터들에 대한 설득력 등이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주인공인 지킬과 하이드라는 존재 하나만으로 한국 관객들에게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명백하게 느껴졌다.


본 리뷰의 서두에서 언급했지만, 이 공연은 대한민국 뮤지컬 역사상 명실공히 '스테디셀러'로 불리는 공연이다. 하지만,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미국 브로드웨이에서는 그다지 흥행을 하지 못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1997년 브로드웨이에서 처음 선을 보인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한국 관객들에게 무한한 사랑을 받고 있는 작곡가 프랭크와일드혼과 스티브 쿠덴이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를 기반으로 뮤지컬화되어 관객들에게 선보여졌다. 미국을 비롯해 독일, 스웨덴, 일본, 체코, 폴란드, 이탈리아 등 다양한 국가에서 공연을 했지만, 국내에서 만큼 관객과 평단에 열렬한 지지와 사랑을 받는 공연은 아니었다.


2004년, 오디뮤지컬 컴퍼니(현 오디 컴퍼니)는 이 작품을 **'논 레플리카 (Non-Replica)' 방식으로 대한민국에 첫 선을 보인다. 오디 뮤지컬컴퍼니는 한국 관객의 정서에 맞게 공연을 재해석하고 선보인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다른 국가에서의 공연과는 다르게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스테디셀러로서의 역사를 시작한다.


특히,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봤을 넘버인 '지금 이 순간', 지킬이 홀로 실험실에서 실험을 시작한 후 처음으로 하이드가 등장하는 '변화', 'Alive' , 한 인간의 내재된 선과악이 대립하는 'Confrontation'은 관객들을 순식간에 무대로 빨려들어가게 한다. 스토리가 주는 힘이 예상밖으로 좀 약했지만, 대표 넘버들이 선물처럼 관객들 코 앞에서 펼쳐지니, 어쩌면 이 뮤지컬의 힘은 이름처럼 '지킬과 하이드'에게 있음이 분명하다.


** '논-레플리카 Non-Replica : 오리지널 대본과 음악의 각색, 번안, 캐릭터 수정 등이 가능한 형태로 국내 관객에게 맞춰 공연을 일정 부분 재창작할 수 있다. **



"기대에 비해서는 만족도가 높지는 않았던 공연"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가 대한민국에서 여러 시즌 공연을 하고 있지만, 이번 시즌이 처음 이 공연을 본 시즌이었다.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지 개인적으로 공연에 대한 만족도가 높지는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전반적인 스토리의 개연성에 있어 만족도가 높지 못했다.


정확히는 개연성보다는 앞서 위에서 말했던 극 중 캐릭터 간의 연결성이 아쉬운 공연이었다. 각각의 캐릭터들이 '지킬'과의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지킬과 하이드'라는 이 인물의 이야기를 풀어가는데 있어서는 그다지 연결성이 없는 듯했다. 더욱 극단적으로 말해서는 다른 인물들이 없어도 이 이야기는 성립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공연 관람 전, 메인 장면들을 보면서 기대감이 너무 커졌던 탓일까? 극 전체를 본 후의 만족도는 공연을 보기 전에 그것에 비해서 많이 아쉬움을 남겼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별점


'지킬과 하이드' 이 존재만으로도 위대한 공연이었지만,
극 전체로 완벽한 몰입감을 주기엔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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