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문장들

by 윤재

글쓰기를 시작한 지 오늘로 1년이 되었습니다.

달력 위의 숫자로만 보면 짧은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처음 이 플랫폼에 문장을 올리던 날의 손끝 떨림과, ‘과연 누가 읽어줄까’라는 소심한 기대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때의 나는 글을 잘 쓰고 싶었다기보다, 그저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쓰게 된 것이지만요.


그러나 내게 이 1년은 시간을 세는 단위라기보다, 마음이 천천히 방향을 바꿔 온 흔적에 가깝습니다.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나는 무엇을 쓰고 싶은지도, 왜 쓰는지도 잘 알지 못했습니다. 다만 말로 다 하지 못한 생각과 감정들이 자꾸만 안쪽에서 문장처럼 맴돌았고, 그것들을 가만히 두기에는 마음이 자주 흔들렸습니다.

여전히 글들은 부끄럽습니다.

생각은 앞서 가고 있는데 문장은 자꾸만 넘어졌고, 감정은 넘치는데 언어는 따라오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쓰고 나면 늘 지운 자리가 더 많았지만,

글쓰기는 잘 말하는 일이 아니라, 오래 바라보는 일이라는 것을.

무언가를 단정하기보다 질문으로 남겨 두는 일이 글의 시작이라는 것을.

조금씩 체득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앞으로의 글쓰기에도 확신보다 망설임이 많고, 대답보다 질문이 먼저일 것입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나 자신에게 말을 거는 일이며, 그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연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던 1년입니다.


아직 마침표는 찍지 않았지만, 분명히 다음 문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문장.

나는 오늘, 조용히 이 첫 돌을 마음속으로 기리며, 다시 한 줄을 써 내려갈 길을 준비를 합니다.



윤동주의 시 〈새로운 길〉은 단순한 길의 묘사를 넘어, 한 인간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삶의 방향과 결단을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이 시를 읽으며 나는 ‘새로운 길’이란 과연 무엇이며, 나는 언제 그 길 앞에 서게 되는지 생각해 봅니다.


시 속 화자는 강을 건너고, 숲을 지나고, 고개를 넘습니다. 이 과정은 편안하거나 쉬운 여정이 아닙니다. 오히려 망설임과 두려움이 느껴지는 길이며, 익숙한 길이 아니라,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이 될 것입니다. 일제강점기라는 억압 속에서 시인은 타협보다는 자신의 양심과 신념을 지키는 길을 선택했고, 그 마음이 이 시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느껴집니다.


인상 깊은 점은 시가 희망을 큰 목소리로 외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화자는 확신에 찬 선언을 하기보다는,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을 전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시를 오늘의 시점에서 읽어보면, ‘새로운 길’은 꼭 시대적 저항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길〉은 나에게 묻습니다. “당신은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라고.

이 질문 앞에서 아직 확답을 내릴 수 없지만, 조용히 한 걸음씩 나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이 시는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의미 있는 ‘현재형의 시’로 남아 있습니다.



새로운 길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어제도 가고 오늘도 갈

나의 길 새로운 길


민들레가 피고 까치가 날고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윤동주,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미래사, 1991





"진정한 길은 높은 곳에 걸린 것이 아니라, 거의 땅 가까이에서 놓인 줄 위를 간다.

그것은 걷기보다는 걸려 넘어지도록 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카프카는 말했다지요.

걸려 넘어지더라도 계속 이 길을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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