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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지수 Jun 21. 2024

특별한 수업 2

우리들의 미술교실

저는 지금 성인 발달 애인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며 제가 그들의 마음을 잘 알아채고 저를 살펴보기 위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미술 교실에 일찍 도착해서 미술 수업 준비를 하고 있으니 제자 1이 보조 선생님과 함께 카스텔라를 한 손에 들고 걸어오는 모습이 보입니다. 지난밤에 제자 1은 잠도 못 잤고 점심도 걸렀지만 미술 수업에 참여하려는 모습이 보니 저는 기특한 마음이 듭니다. 그런데 웬일인지 제자 1은 모른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6개월 전만 해도 자신의 그림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제자 1은 어디 가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음, 수업을 하다 보면 나아지겠지만 저도 그림을 그리면서 슬럼프에 빠질 때가 있으니 제자 1을 제가 잘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달 그림을 완성했지만 완성도가 떨어지고 꽃을 좋아해서 그리고 있는데 제자 1의 감정 상태와 닮아 있네요. 음,,,


제자 2는 자신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를 수채화 물감으로 그렸습니다. 물체에 대한 형태를 잘 잡고 아이디어도 좋습니다. 수채화 물감으로 그림을 맑고 깨끗하게 그렸습니다. 아크릴 물감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는데 아마도 옷에 묻어도 지워지지 않아서 속상한 기억이 있는 거 같습니다. 미술용 앞치마의 먼지를 털어내는 모습을 보니 깔끔한 성격입니다. 미술 수업을 시작하면서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 보자는 나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고 이번 미술 시간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동물인 병아리를 그렸습니다. 병아리 이미지를 보지 않고 뚝딱 그려서 나를 놀라게 했고 병아리와 어울리게 풍경도 그렸습니다. 미술 교실에서 보이는 바깥 풍경을 보고 병아리와 잘 어울리게 구도를 잡았습니다. 과슈 아크릴 물감을 사용해서 색을 칠하니 불투명한 수채화 느낌으로 재료의 특성을 잘 찾아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자 2가 제 이름을 아직 잘 기억하지 못해서 제가 장난을 쳤는데 자신의 실수를 지적하는 느낌을 가졌는지 속상해하였습니다. 그래서 제가 미안하다고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제자 2는 저의 사과를 받아들였고 다시 기분 좋게 수업을 했습니다. 제가 앞으로 조심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제자 3은 미술 수업 중간에 참여하였고 미술을 접해보지 않았다고 말하였습니다. 아무거나 그리셔도 됩니다 라는 미술 선생님의 말에 제자 3은 잘린 라임 하나를 그렸습니다. 잘 그렸습니다. 속으로 응? 잘 그리시는데라는 생각을 하고 저는 제자 3을 칭찬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좋아하는 것을 그리세요 하였더니 선뜻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말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핸드폰 갤러리에서 찾아볼까요? 하였더니 집에서 그린 그림들이 몇 개 보입니다. 딸이 그림 그리는 걸 도와줬다고 말합니다. 제자 3은 갤러리 사진 중 반려동물 고양이를 선택해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고양이의 형태도 잘 잡고 선을 그리는 모습을 보니 섬세하고 조심스러운 성격이 보입니다. 거동이 불편하셔서 활동 보조 선생님이 같이 오셨지만 제가 보조 선생님도 그림 그리세요 했더니 밖에 나가서 기다리겠다고 하네요. 그러니 제자 3은 그림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우리들의 미술교실에서는 수업이 마무리되기 전 각자 오늘 그린 그림에 대해서 말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모두 또박또박 설명을 잘하였고 기분 좋게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저도 즐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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