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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지수 Jun 28. 2024

특별한 수업 4

우리들의 미술교실

저는 지금 성인 발달장애인들에게 미술을 가르치며 제가 그들의 마음을 잘 알아채고 저를 살펴보기 위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아직 수업 스케줄을 조정 중이어서 제자들의 수업 참여가 들쭉날쭉합니다. 제자 1은 무표정과 지친 얼굴로 미술 교실에 들어옵니다. 그래도 저를 보면 눈에 생기가 생이고 입가에는 미소를 띱니다. 다행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미술수업시간 동안 무감각한 모습을 보입니다. 우울증 치료를 위해 약을 먹고 있는데 불면증이 심해서 더 센 약을 처방받았다고 합니다. 세다는 의미가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잠은 좀 잤다고 하니 제가 좀 더 세심하게 관찰을 해야겠습니다. 제자 1은 검은색 캔버스에 동백꽃을 그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꽃을 더 관찰해서 그리라는 말을 해도 제자 1은 그냥 반복적으로 덧칠만 합니다. 음, 제가 시범을 보여줘도 소용이 없네요. 작년과는 너무 다른 모습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그림 놀이를 먼저 시작하고 제자 1의 컨디션에 따라 수업의 방향을 바꿔봐야겠습니다. 예전에 제자 1은 미술 수업에 열정적으로 참여하고 그림에 소질도 있어서 그림 주제만 잘 잡으면 멋진 예술가로서 발전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었는데 현재로선 제자 1의 마음에 더 신경 써야겠습니다. "파이팅!"


제자 2는 지난번 시간에 자신이 병아리 그림에 사인을 실수로 잘못 표기한 걸 반복해서 이야기합니다. 제가 괜찮다고 여러 번 말하고 있습니다. "괜찮아. 누구나 그런 실수를 해" 이번 시간에는 캔버스에 자신이 키우는 반려견을 그리고 있습니다. 자신의 병아리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서 아이디어 스케치를 5장 했는데 그 그림 안에 반려견을 모두 그렸습니다. 그러더니 반려견을 먼저 그리고 싶다고 하여 반려견을 캔버스에 일반 아크릴 물감으로 그리고 있는데 맑은 수채화 느낌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과슈 아크릴 물감으로 그릴 때는 불투명 수채화의 느낌을 잘 살려서 그렸고 일반 아크릴 물감은 맑고 투명한 수채화 느낌으로 그리네요. 음, 저는 제자들이 이것저것 모두 시도해 보는 걸 지켜보고 있습니다. 제자 2는 아이디어가 다양하고 미술 실력도 상당합니다. 지금 그리는 반려견 그림을 완성하고 제자 1이 선택한 캐릭터 아이디어 1의 앞모습, 옆모습, 뒷모습을 그려보는 것은 어떤지 같이 의논해야겠습니다.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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