맡겨진 소녀
유진과 떡볶이를 먹은 적 있다. 떡볶이야 흔한 분식이었지만 그걸 유진과 데이트하며 먹게 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었다. 어썸은 닭발도 함께 주문하는 유진이 좀 낯설었다. 드라마로 학습한 편견 같은 거였다. 그러나 유진은 닭발도, 곱창도 떡볶이도 잘 먹는다고 했다. 대신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해 땀을 한 바가지 흘릴 거라며 소박하게 웃었다. 유진의 말대로 그는 매운 거에 약했다. 떡볶이보다 먼저 나온 닭발을 집어 입에 넣기가 무섭게 딸꾹질을 했다. 어썸은 속으로 놀라워하면서도 괜히 슴슴한 척 굴었다. 어썸도 매운 음식을 먹으면 꼭 딸꾹질을 했는데 유진과 처음으로 겹치는 점을 발견했다는 생각에 괜히 들떴다. 이까짓 거에 호들갑 떨지 마. 속으로는 자신에게 경고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과 땀이 송골송골 맺힌 정수리와 흐르는 콧물을 휴지로 돌돌 말아 막은 모습이 드물게 서민적이라 매력 있었다. 좀 억울했다. ‘부’는 가진 것을 드러낼 때뿐만 아니라 가진 것을 적게 내비칠 때마저 멋졌다. 어썸은 유진 앞에서 비닐장갑 낀 손으로 닭발 하나를 움켜쥐고 고민하는 중이라 더했다. 유진이 소박한 걸 좋아할 거라 생각하면서도 자신이 지닌 소박함이란 그다지 매력으로 다가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유진은 닭뼈를 발골하는 거에 거침없었다. 어썸도 따라 닭발을 입에 넣고 오물거렸다. 중국산 플라스틱 공룡뼈처럼 쉽게 해체됐다. 휴지로 입가를 가리고 오물거리며 뼈에 붙은 콜라겐을 발라냈다. 남은 뼈는 한쪽 구석으로 비질하듯이 미뤄두고 화장실에 가서 뱉었다. 해체 작업이 번거로워 딱 한 조각 먹었을 뿐이었다. 알맞게 매웠고 기분 좋게 달았지만 어썸의 몫은 한 조각에 그쳤다. 그러고 보니 어썸은 노동력에 비해 적은 알갱이를 얻는 식재료를 싫어했다. 꽃게라거나 새우 같은 것 말이다. 그러나 유진은 그런 음식을 좋아했다. 심지어 그런 음식을 손수 손질해서 어썸 앞에 놓아주며 헤벌쭉 웃었다. 그건 일종의 놀이 같은 거였다. 해본 적 없는 약한 노동은 순간의 집중력을 요했고 그 집중은 놀이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어썸은 물릴 때까지 새우를 씹고 게살을 먹었다. 그러면서 생각했다. 많은 노동력을 들여야 얻게 되는 살점은 그 양이 적기에 맛있는 거라고.
”맡겨진 소녀“라는 소설의 한 대목이 떠올랐다.
우리는 집으로 돌아와서 수프를 덜어 빵을 찍은 다음 쪼개서, 이제 서로를 잘 알기 때문에 약간 후루룩 거리며 먹는다.
어느 때가 되면 서로를 잘 안다는 확신을 갖고 후루룩 소리를 낼 수 있을까. 유진의 마음이 후루룩 마셔버린 수프처럼 밑바닥을 드러낼까 봐 두려워하지 않을까.
콧물을 닦아내고 땀에 절은 벌건 얼굴로 웃는 유진은 이제 어썸을 잘 알기 때문일까 굳이 알 필요가 없기 때문일까.
모든 게 궁금했지만 알고 싶지 않기도 했다.
어썸이 유진 곁에 있으려면 그게 뭐든 모르는 게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