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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안 Jan 26. 2023

인도 성지순례 떠납니다.


존경하는 스승님 법륜스님과 1,250여 명의 대중과 함께,

부처님의 발자취를 따라 10대 불교 성지를 순례하러 갑니다.


<*출처 : https://www.jungto.org/india/information >


불자가 되고 나서부터 늘 언젠가를 꿈꾸게 하던 버킷 리스트였는데,

막상 출국을 앞둔 지금은

오히려 상상력이 비어있는 느낌입니다.


꿈으로 꿀 때는 온갖 일어날 수 있는 장면을 상상하며 설렘과 흥분으로 가득 찼는데, 막상 꿈이 현실이 되려는 순간에는 오히려 어떤 기분을 누려야 하는 지를 상상해야 할 지경입니다.


저는 살아오면서 늘 생각보다 센 파도만을 상상했습니다. 

파도에 대한 지나친 두려움으로 생각이 주는 잠깐의 달콤함으로 도망가거나 해야 할 일을 변명으로 미루며 파도와 직면하는 순간을 최대한 미루었습니다. 때로는 부딪혔을 때 '생각보다 별거 아니네~' 하는 한 순간의 안도감을 행복으로 착각하며,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한 긴장과 불안을 해소하는 방어기제로 살아왔습니다.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의 크리스털 가게 주인처럼 말입니다.


"난 내 꿈을 실현하고 나면 살아갈 이유가 없어질까 두려워, 자네는 양이나 피라미드에 대한 꿈을 가지고 있고 그걸 실현하길 원하지. 그런 점에서 자넨 나와 달라. 나는 오직 메카만을 꿈으로 간직하고 싶어. <중략> 나는 이미 내게 일어날 일이며 내 앞에 기다리고 있는 일, 그리고 함께 나눌 대화와 기도까지 상상해 보았어. 다만 내게 다가올지도 모르는 커다란 절망이 두려워 그냥 꿈으로 간직하고 있기로 한 거지."

<*출처 : 연금술사, p94>



저 멀리 파도가 일어 다가오고 있으나 막상 비껴갈지 아니면 올라탈지 거꾸러질지 어찌 알까요?

파도와 부딪혀야 알 수 있겠지요. 생각보다 센 녀석인지 생각보다 별거 아닌지.


미래를 너무 두려워한 탓입니다.


집채만 한 파도가 사실은 내 눈이 만들어낸 신기루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 본 적 없이 조급하게만 살았습니다. 막상 내 앞에 이르러서는 발가락 사이로 들어왔다 빠져나갈 포말이 될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두려움 없이, 큰 기대도 큰 욕심도 없이 가려고 합니다.

그저 매 순간 일어나는 내 마음만 놓치지 않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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