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행복하면 안 될까요?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글 쓰기 뿐

남편이 내 무선 이어폰을 던졌다. 아이 셋을 재우고 뒤척이는 아이들을 보며 글을 썼다. 글을 다 쓰고 나서 음악을 들었다. 너무나 좋아하는 정승환의 노래를 듣고 있었다. 나는 그동안 나의 많은 것들을 다 포기하고 살았다 생각했다. 내가 무언가를 가지는 게 남편은 싫은 모양이다. 내 블루투스 키보드도 몇 번 던져버리고 그동안 꽁꽁 숨겨왔던 무선 이어폰도 던져버렸다.


무선 이어폰은 내 전부였다. 남편이 못 보게 겨울엔 내 점퍼 주머니에, 외투가 필요 없는 계절엔 옆으로 매는 작은 가방에 소중하게 보관해 왔었다. 그러다 오늘 내 소중한 이어폰을 던져버렸다. 아이가 깨서 징징대는 것도 못 듣고 음악을 듣고 있었다. 화가 난 남편은 내 이어폰을 보자 바로 던져버렸다.


나 좀 꺼내 주세요. 세상 밖으로 꺼내 주세요.


아무도 날 도와줄 수 없다는 걸 알기에 꾹 꾹 눌러 참았다. 아이들 재우고 나만의 시간을 갖고 있었는데 아이가 징징대는 걸 못 듣고 음악을 들었더니 네가 나가서 돈 벌어오고 하고 싶은 거 다 하라 한다. 나는 그저 음악을 들으며 숨을 쉬고 있었는데 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글 쓰기 뿐


원래 가부장적인 성향이 짙은 남편이었다. 내가 무언가 하려 할 때마다 나를 무너뜨리고 짓밟은 사람이 남편이었다. 내가 글을 쓴다고 블루투스 키보드를 샀을 때 몇 번이고 던져 부시더니 이번엔 내 숨구멍인 무선 이어폰을 던져 한쪽이 어디론가 달아나 버렸다. 나는 '나'가 있으면 안 되는 걸까?


그 좋아하던 콘서트도 우리가 헤어져 있던 시간이 되어서야 가볼 수 있었다. 이제 거리두기도 없어지고 공연도 자유로이 보러 갈 수 있게 됐는데 나는 가고 싶다고 말도 꺼낼 수가 없다. 나는 콘서트 장에서 엉엉 울었었다. 구속받던 마음속 응어리들을 음악의 선율을 타고 보내버렸다. 지금은 글을 통해 떠나보낸다. 벗어날 수 없는 굴레 그리고 구속. 내가 자유로울 수 있는 곳은 오로지 글뿐이다. 말할 수 없는 것들을 글 속에 실어 보낸다. 다정하고 편안한 부부 사이가 부럽다. 나는 항상 마음을 졸여야 한다. 어느 포인트에서 그가 화가 날지 모른다. 물론 그도 잘해주려 할 때도 있다. 그런데 대부분은 화가 많다. 큰아이가 오늘은 아빠가 화를 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한다.




나는 어디로 가야 할까요.


아빠에게 징징대는 소리 때문에 많이 혼나는 둘째가 이틀 전부터 잠에 깊이 들지 못하고 뒤척인다. 잠꼬대하고 이빨 갈고...


남편이 방문을 열고 다시 나에게 화살을 쏜다. 비정상적이라며.


꿈을 이루고 싶다. 가부장적인 성향이 짙은 남편으로 인해 나를 포기하는 게 희생이고 가정을 위해 나를 버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꾸만 나를 탓하고 무너지는 자존감에 무기력해졌던 나를 내가 꺼내보려 공부를 시작했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자꾸만 나를 찾아가려 애쓰면 애쓸수록 남편은 나를 자꾸만 밑으로 내리누른다. 짓밟는다. 오늘의 화살로 다시 무기력해지려 했다. 그의 말에 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이들이 깰까 봐. 아이들에게 상처를 줄까 봐 그가 쏜 화살을 막지 못했다. 그는 아이들의 물건도 버리고 화가 나면 던져버린다. 자신의 말을 잘 듣지 않으면 자신을 무시한다며 던져버린다. 아이가 유치원에서 받아온 어린이날 선물도, 큰아이가 좋아하는 스마트 폰도 던져버렸다. 상처를 준 건 본인인데 아무런 사과도 없이 잠든 아이들을 쓰다듬는다. 마치 나는 아이를 방치하는 엄마인 것처럼. 내 시간을 갖고 있는 나를 비정상적이라 했다.




살고 싶다. 살아 있지만 살고 싶다.


어렸을 땐 나를 인정해주는 곳에 가고 싶었다. 그래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은 나를 인정해주는지 알았다. 그래서 결혼했다. 내 편이 되어주는지 알고. 하지만 아니었다. 가난이 가난으로 세습되듯 불인정이 불인정으로 세습되었다.


나는 네모 속에 갇혀 있다. 네모난 방. 네모난 노트북. 동그라미를 좋아하던 남편은 날 네모라 말했다.


알려주세요.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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