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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디와 트램프 Jan 07. 2023

띵작 만화를 찾아서 : 가끔 우울하기도 하지만

" 그렇지만, 나는 괜찮습니다. "

가끔 글을 쓰면서 생각을 한번 씩 해보곤 한다. 내가 과연 글을 올릴때의 자신감이 있었을까, 아니면 지금 하는 것들이 잘 맞는걸까? 라는 의문에 빠지기도 한다.


나에게 글에 대한 재능이 있나? 라는 실의에 빠질 때즈음, 누군가가 나에게 질문을 하나 던졌었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글을 썼던 것 같은가, 자신이 도저히 나질 않는가? 라는 질문이었다.


몇 분간의 대화와 이에 따른 서로간의 의견을 나누면서 곰곰히 생각해보던 찰나에 켰었던 노트북, 그리고 내적인 스트레스를 풀고자 넷플릭스를 켰었다. 그리고 거기서 만나게 된 옛 추억과 반가웠던 이름의 작품, 그것은 바로 '키키' 였었다.



이번의 띵작 만화를 찾아서는 지브리의 유명한 작품이자 필자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마녀 배달부 키키'를 써보려 한다.


키키가 벌이는 놀랍고도 배워나가는 성장 이야기, 그리고 사귀어 나가는 친구들과 여러 사람들간의 관계 맺기와 같이 소소하면서도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한번 쯤은 생각할 수 있는 소재를 적극적으로 담아왔다. 누구나가 부담없이 볼 수있었고, 나 역시도 이런 매력에 빠져서 헤어나오질 못했으니깐 말이다.


아무쪼록 이런 키키의 즐겁고도 어딘가는 아픈 성장의 이야기를 알아보고자 한다. 처음으로 써보는 지브리 만화의 리뷰이기도 하고, 조금은 보면서 부담으로도 다가왔었지만 이를 이겨내보고자 써보는 글이니까 많은 사랑을 부탁드리며 시작해보도록 하겠다.



1 . 키키의 첫 이야기, 마녀로서의 시작.


"너무 겉모양에만 신경 쓰지 마라, 중요한건 마음가짐이야. "

-키키의 엄마-
수행을 떠나기 직전, 키키에게 자신의 빗자루를 건내주려는 키키의 엄마.

13살의 소녀 키키, 키키는 마녀 엄마와 평범한 아빠와 같이 살아가고 있는데, 마녀의 관습에 따라 13살이 되면 1년간 집을 떠나 스스로 살아가는 수행을 겪어야만 한다. 오늘의 밤 날씨가 좋다며 자신의 아빠의 라디오를 들으며 결심하던 떠나는 날의 오후는 너무나도 맑았다.


한 달 일찍 수행을 떠난다는 이야기에 키키의 엄마, 그리고 아빠는 당황하면서도 대견스러워 한다. 부모로서의 걱정은 누구나가 똑같겠지만 키키의 엄마는 자신이 겪어왔었던 마녀의 견습과 힘든 길을 딸이 과연 잘 이겨낼 수 있을까? 라는 모습이다. 여느 부모님들이 독립을 갈망하여 성공하는 자식들이 떠나는 모습을 볼 때의 눈빛을 누가 알아줄까.


우연한 만남은 누군가에게는 최고의 선택이 된다.


우여곡절 끝에 자신이 그렇게 바라던 '바다가 보이는 마을'에 도착하게 된 키키, 하지만 그 마을은 자신이 꿈꿔왔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가는 와중에 맞았던 가랑비와 여러 안좋은 상황을 차치하더라도 그 곳의 사람들은 마녀가 뭐라며 대수롭지 않은 모습이었다. 심지어 경찰에게 한 소리까지 듣는 자신의 초라한 모습과 도시의 화려하면서도 활발한 모습에 기가 죽은 키키, 풀이 죽은 체 언덕으로 올라가던 와중 어느 빵집의 주인 아주머니와 만나게 된다.


주인 아주머니는 찾아온 손님이 아기의 젖병을 놓고 갔음에도 그냥 가버리자 노심초사해 하는 모습이었다. 자신이 찾아가서 주겠다는 키키의 당돌한 모습과 빗자루를 타고 날아가는 모습에 빵집 아주머니, 오소노는 꽤나 놀라면서 좋아하는 눈치. 젖병을 아기에게 주고 돌아온 키키에게 오소노는 차를 권하며 빵집으로 들어가게 된다.


그렇게 시작되는 키키의 바다가 보이는 마을에서의 이야기. 바로 아래에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너무 긴 이야기는 큰 스포가 되니까 여기까지!


키키의 첫 여행은 바로 '사회 생활'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는 일은 이미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20대들에게는 필수 코스가 되었다. 키키에게는 이런 마녀의 수련이 바로 사회 생활을 처음 시작하게 되는 요소이다. 혼자서 여행길을 떠나며 자신이 살 곳, 그리고 일할 곳을 스스로 찾아나서며 능력을 마음껏 써보는 일. 그것이 바로 마녀 배달부 키키에서 나오는 마녀의 일상이기도 하니까.


이런 사회 생활의 첫 시작을 활기차게 시작한 키키, 하지만 사회의 벽은 높고 허망했다. 자신이 바라던 바다가 보이는 마을에서 사람들은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볼 뿐이고, 다른 마녀들에 비해 초라한 옷차림은 웃음거리가 되기도 했다. 마을을 떠나 다른 곳으로 가보자는 지지의 말, 어찌 보면 사회생활의 아픔과 취업의 문턱에서 넘어지는 청춘들에게 누군가 꺼내는 말일수도 있다. 하지만 키키는 이를 이겨내겠다며 버티며 결국은 빵집 아주머니의 일을 우연찮게 도우며 일자리를 얻는데 성공하게 된다.


누구에게나 포기하고 싶은 순간은 온다, 나 역시도 그래왔으니까. 하지만 행운은 언제가 찾아올 것이며,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지 않고 적재적소에 사용하게 된다면 그것은 좋은 방향으로 찾아올 것임을 이미 키키는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뒤에 찾아올 성장통은 이보다 더 크게 왔지만.


2. 키키의 두번째 이야기. 새로운 느낌의 모습


"그리고 항상 웃는 얼굴을 잊지 말거라 "

-키키의 엄마-

사실 마녀 배달부 키키는 지브리의 만화 중에서는 가장 정적이며, 미야자키 하야오의 강한 색체가 옅게 들어간 작품이다. 그 전의 나우시카와 라퓨타가 철학적이면서도 미야자키의 사상이 강하게 들어갔다면, 토토로는 그런 점을 조금 희석하며 부드럽게 만드는 과정을, 그리고 키키는 이런 과정을 거쳐 완벽히 새로운 지브리의 패러다임을 제시하게 된 것이다.


마녀의 특급편의 표지


본래 원작이 존재하는데, 바로 '마녀의 특급편' 이라는 소설이다. 작가의 딸이 라디오를 들으면서 하늘을 나는 그림을 보고 이런 소설을 쓰게 되었는데, 줄거리가 우리가 아는 키키와는 엇비슷한 편이다. 키키가 결혼을 하고 아이들을 낳고, 그 아이들이 13살이 될 때까지의 모습을 그려냈는데, 이를 미야자키 하야오는 소설을 인상적으로 보았는지 키키의 소재를 가져오게 된 것이다.


원작 작가였던 카도노 에이코는 미야자키에게 단 하나의 주문을 넣었다고 한다. 바로 키키가 처음으로 집을 나와서 하늘을 날았을 때 나무에 매달린 종을 울리고 가는 장면을 넣어달라는 것이었는데, 거기까진 좋았지만 너무나도 자신이 원하던 방향과는 좀 다르게 바뀌어서 그렇게 긍정적으로 보진 못한 듯 하다. 그래도 서로간의 대화를 나누면서 잘 해결 되었긴 했는데.... 다른 작품같다며 애니메이션의 키키와 자신이 썼던 소설과는 다른 느낌을 많이 받은 것 같다.


아무튼 이렇게 탄생된 마녀 배달부 키키는 1989년 개봉하였는데, 사실 지브리 내에서도 크게 기대하진 않은 작품이었다. 나우시카만 하더라도 굉장히 큰 스케일과 줄거리, 볼거리가 많은 액션신과 다양한 작화는 많은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았고, 방대한 스토리에 따른 나우시카의 장면은 명작 애니메이션이라 칭해도 아쉬울게 없었다. 당장 1년 전에 개봉한 토토로 역시 어딘가 아기자기한 이야기에서 다양한 볼거리, 토토로라는 마스코트 캐릭터의 첫 등장이라는 프레임을 가득 안고 시작했으니 이런 의견은 틀리진 않았으리라. 미야자키 본인이 일단 원작 소설에 대해 초반에는 이해를 전혀 하지 못했기에 딸이 있던 스즈키 토시오에게 자문을 구할 정도 였으니.


하지만 키키는 이런 단점과 걱정을 단숨에 잠재우게 된다. 바로 상세한 배경 이미지와 주인공 키키가 가진 당돌하고 그 전의 주인공들과는 다른 매력은 작품을 더 어필하는데 성공을 거두게 하였다. 미야자키의 손을 거쳤던 나우시카같은 느낌이 아니라 되려 현실적인 여자 아이의 모습이 강하게 두드러지니깐 말이다.


 

지브리의 큰 장점인 자세한 건물 묘사 역시 볼만하다.


작품의 배경을 40년대에서 50년대 사이의 유럽으로 잡아놨기에 배경에서 부터 경치가 상당히 아름답게 느껴진다. '바다가 보이는 마을' 이라는 테마에 정말 걸맞는 묘사가 자주 나오며, 바다의 경치가 만화 답지않게 생동감있는 모습을 드러냈기에 그런 점이 마음에 든다는 사람들도 많은 편이다. 마을의 배경은 스웨덴을 바탕으로 만들어 진 것.


 다만 시대적 상황이 정확히 언제인가에 대해 언급이 전혀 되지는 않는데, 미야자키의 말에 따르면 '2차대전이 일어나지 않은 유럽의 배경' 이라고 한다. 아무래도 전쟁이라는 상황을 피해나간 시점을 모티브로 잡은것 같은데, 실제로도 작품 내에서 SF요소라던가 지브리의 가장 많은 장르풍이었던 '스팀펑크'가 전혀 나오질 않는다.


또한 '마녀'라는 존재에 대해 인식은 하지만, 전혀 신기하게 보지도 않고, 흥미로 가지지도 않는다. 물론 키키가 살았던 곳은 마녀라는 존재가 인정을 받고, 키키의 엄마가 약을 만다는 것으로 유명하니 그것으로 되겠지만, 당장 키키가 마을에 들어왔을 때에 만난 시계탑 할아버지는 "마녀가 예전에는 많이 돌아다녔었지만, 요즘은 안보인다" 라며 말하는 장면이나, 키키의 엄마가 약을 만다는 것 이외에는 본인도 아무런 것이 없다며 말하는 것을 볼때에 마녀라는 존재 자체가 서서히 구식, 즉 심하게 말하면 틀딱의 전유물이 되버린 모습이 강하다. 키키가 사람들에게 저는 마녀에요! 라고 말해도 시큰둥하게 쳐다보는 것도 그 예시가 될 수있다. 서서히 없어져가던 직업인 대장장이, 고기를 자르던 백정과 같은 직업군들이 현재에 와서는 사라진 것을 감안할때, 만화 내에서도 마녀라는 직업 자체가 서서히 사멸화 되어가는 과정을 자연스레 그려낸다.


1989년 9월자 아니메쥬의 표지. 키키의 의상이 상당히 이채롭다.


일본 내에서는 상당한 인기를 얻었었고, 아니메쥬에서도 잡지 표지에 당당히 들어가기도 했다. 물론 아니메쥬가 일본의 전체적인 애니메이션의 인기 척도를 증명해주진 않는다만, 애니메이션 팬들에게나, 만화에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나 큰 인기를 얻은 것은 확실했기에 키키가 보여준 모습은 유명한 만화 잡지에 실릴 정도였으니 파급력은 확실하다. 타깃으로 잡았던 젊은 여성들에게는 당연히 성공적인 어필을 해놨으니깐 말이다. 그리고 지브리의 성공적인 발판을 마련한 과거의 작품과 키키의 대 성공은 지속되는 지브리의 성공시대를 이끌어나가는데 이견이 없게 되었다.



3. 키키의 세번째 이야기. 아무것도 하기싫어 질때


키키에게는 정말 좋은 조언자이자 친구 우르술라.
"마법이나 그림이나 비슷하구나, 나도 그림이 그려지지 않을때가 종종 있어."

-우르술라-


자신의 능력을 부족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던 키키에게도 위기가 닥쳐온다. 어느 할머니의 부탁으로 손녀의 파티에 파이를 배달해야 하는 일을 맡게 된 키키. 하지만 갑작스러운 소나기에 미처 대비하지도 못한 채 파티장에 비를 홀딱 맞으며 도착하게 된다.


문 앞에서 만난 사람은 바로 그 할머니의 손녀, 위로를 받아도 모자를 판에 그 손녀라는 아이는 자신의 할머니가 만든 파이를 싫어한다며 매몰차게 파이를 받아놓고는 키키에게도 차갑게 대하며 문을 닫아버리며 키키는 마음의 큰 상처를 입게 된다.


다음날, 심한 감기에 걸린 키키, 다행히 아줌마의 수프를 먹으며 회복해나가게 되고, 다시 일어나게 된다. 톰보와의 바닷길 산책으로 기력을 어느정도 회복해나가던 찰나에 톰보의 다른 친구들을 보고 빈정이 상했는지 확 떠나버리고 만다.


다락방에 도착한 키키, 지지에게 하소연을 하지만 지지는 고양이 울음소리만 낼 뿐이었다. 장난치지 말라며 말하지만 지지의 말은 계속 울음소리, 예상치 못한 일에 키키는 놀라며 마법의 힘을 시험하며 빗자루에 계속 올라타지만, 결과는 힘이 약해져버린 것.


자신의 이야기를 폭 넓게 들어줄 지지마저 막혀버리자 키키는 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마법의 힘이 약해지며 유일한 능력이었던 '하늘을 나는 것' 마저 못하자 모든 것이 막막할 수밖에. 그러던 와중 우르술라가 키키를 찾아오게 된다.


우르술라와는 인형을 배달할때의 일로 잠시 만나던 사이였기에 안면이 있었다. 우르술라는 키키의 이러한 이야기를 듣고는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자신의 오두막에 가자고 말하고, 둘은 오두막에서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다.


우르술라의 오두막에 있던 그림. 키키를 만나고 나서 그리게 된 거라고.

우르술라는 마법과 그림은 닮았다고 말한다. 키키의 고민을 들어주듯, 이런 말을 남긴다


"그럴 때는 미친 듯이 그릴 수밖에 없어. 계속 그리고 그리고 또 그려야지!"
"그래도 날 수 없으면 어떡하지..?"


"그리는 걸 포기해, 산책을 하거나, 경치를 구경하거나, 낮잠을 자거나, 아무것도 안해. 그러면 갑자기 그려지고 싶게 돼."


우르술라의 이런 슬럼프에 대한 대처, 그리고 자신의 과거에 대한 고백으로 키키는 서서히 자신의 해결법을 찾아 나서게 된다. 그리고 전에 만났던 할머니의 초청으로 다시 할머니의 집에 가게 된다.


할머니는 키키에게 자신이 만든 케이크를 선물해주며 '키키라는 아이'에게 배달해주고, 생일이 언제인지 알려달라 말한다. (여기서 치매설이 좀 돌았는데 사실은 아니다.) 그 할머니는 키키를 인상깊게, 그리고 소중한 존재로 여기게 된 것이다.


누구나 슬럼프, 인생의 암흑기는 반드시 오는 존재이자 힘든 싸움이다. 지지와의 대화를 할수 없게 된 시점, 키키에게는 자신을 언제나 이해해주고, 같이 있어주었던 존재가 갑자기 소통의 창고가 닫혀버리면서 큰 아픔을 겪게 된다. 급기야 마법의 힘마저 극도로 약화되어 버렸으니 그 아픔은 말로 이루할수 없을 것이다. 지지라는 존재 자체는 마녀의 과거의 힘이 아닌, 이제는 새로운 시기의 힘을 키키는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스스로 산책하고, 친구와 단 둘이서 새로운 이동수단을 탔던 시점에서는 더더욱이.


지지라는 소통수단은 키키에게는 마녀로서의 숨은 능력이다. 고양이의 말을 알아듣고, 같이 대화하는 능력을 가진 키키는 조금씩 소심해져가고, 새로운 친구를 만나게 되는 순간 바로 마녀의 힘이 사라지게 되었다. 우리가 하나의 능력을 가지고 세상에 나가지만, 그 능력을 가지고 원하는 일을 하기에는 쉽지않고, 새로운 일을 접했을때 그 능력을 접목시키기에는 사회가 녹록치 않다, 꿈을 잃어버린 사람의 눈빛을, 그리고 키키가 마법의 힘을 잃어버린 것은 어느순간 같아버리게 되었다.


키키에게 마녀로서의 수련, 그리고 다가오는 시련은 바로 이런 일련의 사건들이다. 어린 나이에 마녀가 되어 여행을 떠나야만 하는 운명, 그리고 그 운명을 받아들이며 먼길을 떠나게 되는 키키의 처음 모습은 어린아이나 다름 없었다. 자유롭게 하늘을 날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계속 하며 살고싶다는 그런 욕구와 꿈, 하지만 키키가 좋아하던 그 마을은 그렇지 못하게 되었다.


처음 사회에 들어서게 된 사람들, 그리고 자신의 꿈을 어딘가에 펼치게 되는 사람들에게는 슬럼프가 다가오기 마련이다. 어느 순간부터 그리기 싫고 쓰기 싫고, 자신이 원하던 직장에 들어갔음에도 어딘가 오는 회의감... 이런 사회에 지친 사람들은 회사를 나가기도 하고, 열정을 잃은 예술가들은 회의에 빠져 자신의 능력을 발산하는데 어려움을 겪으며 결국 안좋은 길로 빠지기도 한다. 키키에게는 그런 바다가 보이는 마을이라는 큰 사회에서 처음 겪는 홀로서기와 사회의 어려움은 서서히 자신이 홀로 겪어나가며 성장해나가는 것으로 해소가 된다. 지지의 말을 알아 들을 수 없었을 때,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에 상처를 받았을 때, 이를 겪으며 성장해 나가는 것이 바로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와 키키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물론 지지와의 대화가 막혀버린 것은 키키에게는 정말 아프고 슬픈 일이었겠지만, 다른 의미로 본다면 성장통이나 다름없는 일이기도 하니까.


4. 네번째 이야기. 가끔은 우울해도, 나는 괜찮습니다!


"가끔은 우울할때도 있지만, 나는 이 마을이 좋답니다."

-키키-

할머니의 집에서 우연찮게 보게 된 비행선의 실황중계, 갑작스러운 사고로 비행선은 추락하는 위기를 겪게 되고, 키키는 TV화면에서 매달려있는 톰보를 발견하게 된다.


달려나가며 톰보를 구하겠다는 일념하에 어느 아저씨의 빗자루를 빌려타는 키키, 기적같이 힘을 발휘하며 톰보를 구출하고, 키키는 다시 자신감과 힘을 되찾으며 이야기는 끝을 내게 된다.


필자 본인에게 가슴 깊이 와닿았던 마지막의 톰보와 키키의 만남. 첫 만남이 좋지 못했어도 언제나 키키에게 살갑게, 그리고 적극적으로 다가서는 톰보를 걱정하여 구해낸 후 만나는 모습은 얼마나 키키에게는 기뻤을까. 자신의 슬럼프가 사라진 것에 대한 선물이었을까, 아니면 본인도 할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여준 것이었을까.


 사실 본인에게도 슬럼프가 상당히 강하게 왔던 때가 있었다.


브런치에 글을 발행하던 시점에서 약 3개월 전, 필자 본인은 따로 글을 연재하던 사이트가 있었다. 고전만화를 주로 리뷰했었던 그 게시판에서 많은 글을 작성해나갔고, 조금은 봐주겠지 하는 생각으로 써내려 가던 이야기가 많았다.


하지만 반응은 결코 좋지 못하였다. 적어도 댓글로 글을 너무 못쓴다, 너무 만화가 고전적인 것 같다. 같은 반응이 아닌 전혀 아무런 댓글도 없는 무관심. 그리고 은연중에 보이는 차별은 나를 괴롭게 만들었고, 자부심을 가지던 글쓰는 능력에 대한 회의감과 자괴감이 들기 시작했다.


더이상 글을 쓰기 힘들다는 판단 하에 다니던 직장마저 갑작스래 문을 닫자 많은 회의감이 들었다. 집안에서 나가지도 못하는 시기에 그런 일까지 터져버리며 삶에 대한 자괴감이 심히 들고, 나의 존재와 가치에 대해 고민까지 했었던 시점, 다행히 그런 고비를 넘기며 지금 이렇게 브런치에 새롭게 자리를 잡았지만 그 시기의 아픔은 몇달간 나를 고통스럽게 해왔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고, 누군가에게 관심받고 싶다는 생각. 키키는 그런 느낌을 받지 않았을까, 마녀로서의 첫 걸음으로 자신을 마녀라 소개하지만 사람들의 눈빛은 그저 그렇구나. 라는 눈빛, 내가 글을 썼을때 아 이 사람이 또 글을 썼구나. 라는 눈빛이 너무나도 비슷했었다고 생각했다. 나는 분명히 나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데, 나는 하늘을 날며 잘 할수 있는데 와 같은 느낌,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들었었으니 말이다.


본인에게 우르술라같은 사람을 생각해보라한다면 어느 성우분을 뽑을 수 있겠다. 팬 카페에 처음 브런치에 올린 글을 홍보했었을때, 그 성우분은 댓글로 나에게 많은 조언을 해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의 한마디 "길게 풀어쓰는 능력이 정말 좋다." 이 한마디는 나를 다시 글을 쓰는데 강한 힘을 주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는 무시당하고 누군가에게는 구식으로 여겨질수 있는 이런 소재를 누군가는 정말 좋게 봐주고 있구나. 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었다. 우르술라의 조언을 받은 키키가 힘을 되찾았듯, 나 역시 다시 본연의 힘을 찾은 느낌이 정말 큰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주었다.


누군가에게는 우울한 마음, 슬럼프가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일련의 과정이자 성장을 밑거름으로 시작하는 아픔이다. 키키의 그런 과정을 겪으며 다시 본연의 밝은 꼬마 마녀로서 돌아온 것, 그리고 톰보라는 새로운 친구와 빵집 아주머니, 우르술라라는 소중한 인연을 가지게 되었으니 행복하지 않았을까. 평범하다면 평범하지만, 우리의 일상같은 작고 귀여운 마녀 아가씨의 성장 이야기는 바다가 보이는 마을에서 꽃피우게 되었으니, 키키에게는 이만한 행복이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 글을 마치며


처음으로 써보는 지브리 만화입니다. 사실 귀를 기울이면을 써보고 싶었는데 키키가 갑작스레 생각나길래 키키를 먼저 써봅니다.


마녀 배달부 키키라는 작품은 저에겐 정말 소중하고 재밌게 봤던 작품입니다. 군대 들어가기 한달여전, 아무런 생각없이 봤었던 작품의 내용은 정말로 평범하고 지브리 답지 않은 작은 작품이었습니다. 모노노케, 나우시카와는 다른 꼬마 마녀의 그저 성장 이야기, 하지만 이런 이야기가 저의 살아가는 이야기와 같았던 것이 얼마나 강렬히 다가오던지요.


예전에 썼었던 사이트에서 많은 상처를 받았던 본인, 그리고 매몰차게 닫힌 문을 바라보고 아무런 말 없이 돌아가는 키키의 모습에서 많은 슬픔을 느꼈습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고, 알아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졌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거든요. 고전만화를 좋아하던 저와 지금 나오는 만화와 다양한 버추얼들이 나오는 유튜버들을 좋아하시는 사람들과의 차이가 컸었고, 예전의 것은 무조건 틀딱의 전유물로 여기는 사회가 많이 야속했습니다.


키키가 자신의 힘을 잃고 좌절했을때, 그리고 우르술라의 조언을 듣던 모습은 저에게 많은 도움과 눈물도 주었죠, 저도 저절로 눈물이 나고, 고개를 끄덕이고... 자기 자신을 많이 생각해나가는 우르술라의 어른스러움은 20대 초반의 저에게는 많은 공부가 되었고, 25살의 지금에도 그래오고 있답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우르술라에게 정말 고마움을 느낍니다.


 분명 이 글을 보시는 몇몇 분들도 자신의 능력이 의심스럽거나, 아니면 슬럼프를 강하게 받고 있다면 크게 걱정할일은 아니라고 말해드리고 싶습니다. 언젠가 지나갈 일이고, 그런 일들은 언젠가 자신에게 지양분으로 다가온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위의 아픔을 새롭게 거름으로 삼아서 글 내용에 대한 다양한 시도, 그리고 여러 만화를 보는데에 큰 힘이 되었으니까요. 물론 저의 말이 가볍게 느껴질수도 있고, 조금은 무례함이 드러날수도 있지만, 많은 힘이 되고 제가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에게는 소중하고 인생에 같은 파트너가 되어주었던 키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보내고 싶네요, 아무쪼록 다가오는 구정 복 많이 받으시고, 다음 띵작 만화를 찾아서에서 다루는 이야기는 같은 지브리의 '귀를 기울이면' 입니다. 다음의 시즈쿠의 이야기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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