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이디와 트램프 Aug 11. 2023

소소한 이야기를 : 예전의 만화는 지금과 같을까?

무책임 함장 테일러, 그리고 나디아에서 바라볼 지금과 같은 이야기들.

지금 세계는 전쟁과 혼란, 그리고 분열 속에서 살고 있다. 터지지 않을거라 생각했었던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기어코 다시 터져버린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니제르의 쿠테타, 세계 여러 곳에서 올라오는 재무장과 서로간의 갈등. 이런 역사의 반복은 기어코 새로운 발전을 도모하던 사람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에서 생각나는 여럿 작품들. 만화 내에서 다양한 비판과 방향성을 제시하던 바로 '무책임 함장 테일러', 그리고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 였다. 군국주의의 시대가 지난 지금으로서는 이야기가 맞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다시 올라오고 있는, 어디선가는 터져나오는 불만과 전쟁의 반복에서 나는 그렇게 생각했고, 이 두 작품을 생각할 수 밖에 없었다.


이번 글은 브런치에서 처음 썼었던 글을 다시 재구성했던, 다른 사이트에서 썼었던 글을 다시 올려보고자 한다. '소소한 이야기'가 있는 이유는 그간 써왔었던 '띵작 만화를 찾아서', '마법소녀의 역사' 와는 다른 자그마한 나의 생각으로 써보는 연재라는 점에서 더 재밌게 보실 것이라고 생각한다.


글의 방향성이나 취향, 아니면 내용이 본인의 맘에 들지 않다면 넘어가도 좋다. 하지만 다시 생각을 해보게 되는,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누구에게 가르치려고 드는 글이 아닌, 같이 생각해보고 이야기를 나눠보는 생각에서 써보는 이야기. 깊게 생각해볼 이야기를 시작하며, 가보자고!



-  무책임에서 무적으로, 테일러의 혼자만의 전쟁


무책임 함장 테일러, 그렇다. 주구장창 언급만 했었다가 기어코 써보는 이 작품. 


이야기는 인질극에서 큰 공을 세우고 기어코 '함장'으로 커리어를 시작하는 테일러의 운빨 여정, 그리고 그곳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병맛스러운, 어떻게 본다면 운빨로만 이루어지는 이야기와 그런 함장 아래에서 고군분투하려하는 선원들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지금의 20대, 어떻게 보면 'MZ세대'가 부러워 할만한 캐릭터는 단연 여기서 나오는 테일러가 아닐까 싶다. 일자리 부족과 취업난, 다양한 대출에서 따라오는 빚으로 고통받는 20대들이 본다면 너무나도 부러워 할만한 캐릭터, 아니면 인간 군상이나 다름 없으니까. 필자도 그렇지만, 보기에도 상당히 운이 잘 따라준다. 인질극 해결 이후에 군입대를 했더니 이등병에서 갑자기 소령, 아니 그것도 '함장' 이라니! 


이렇게 시작하는, 그가 이끌어가는 '소요카제' 라는 우주선 내부는 좋게 본다면 개성있고 ,나쁘게 본다면 케미는 개나 줘버린 상태였다. 그나마 투철한 군인 정신으로 무장한 대위 야마모토, 철저히 임무를 따르는 소령 유리코는 이러한 테일러의 행동에 기가 차하고, 아예 포기하려고 한다. 솔직히 누가 봐도 포기를 할만한 행동이 많다 함장이 내빼고 도망치는거 보면 누구나 다 그러니까


 함장이 이런 말을 하는것에 정말 여러의미의 경의를 표한다.

하지만 그의 숨겨진 진면목은 바로 철저한 실리, 그리고 의미없는 희생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위의 장면만 놓고 보면 '함장이 단단히 미쳤구나' 라고 생각을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의 자세한 사정은 이렇다.


소요카제의 적이자, 테일러와는 대척점에 놓여 있는 라르곤의 아자린. 라르곤은 상당한 전력으로 소요카제를 공격하려 했고, 순양함과 구축함 4개로 공격을 시작한다. 단 하나의 소요카제로는 버티기 힘든 것이 현실이고, 굳이 맞서 싸운다면 피를 보는게 맞았기에 차라리 내줄것 다 내주고 희생을 줄이자는 전략을 선택하게 된다. 뜬금없다면 뜬금없는 행동과 서서히 감화되어가는 선원들. 결국은 납치가 된 테일러를 구하겠답시고 아예 적의 본진으로 닥돌까지 시전하며 결국 그에 대한 존경심과 애정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의 결정적인 마지막 장면, 전에 다양한 성과를 냈음에도 군 내부에서는 테일러를 못마땅해하는 모습이 강했다. 전쟁에서 확실한 승리를 원하는 군 상층부는 내빼다가 갑자기 이겨버리는 테일러의 전략을 좋아하진 않았고, 결국 여러 일들을 구실 삼아 그를 사형시키려고 한다. (사실 정보도 여럿 알려준거 보면 처벌은 피하기 어려운게 사실이긴 했다.)


사형 직전, 갑작스러운 라르곤의 대규모 공격, 그리고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 테일러는 본인의 책임으로 전쟁을 마무리 짓기로 한다. 말빨로 자신을 다시 임명해주면 전쟁을 이기겠다고 말하는 그에게 군은 일명 '특별 사령관' 으로서 선임시킨다. 다시 함장이 된 테일러.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누가 봐도 질만한 전쟁에서 과연 그는 어떻게 전략을 취했을까.


그리고 그가 내린 결론, 바로 '적에 대한 경의와 경례' 였다.


테일러와는 사실상 라이벌 관계의 라르곤 사령관 '루 바라바 돔'. 돔은 이러한 테일러의 전략을 알고 있었다는 듯 공격테세를 멈추고, 테일러는 이에 응하여 잠시 자리를 뜬다. 분노하는 군 간부들과 이를 막아서는 야마모토는 덤.


물론 테일러가 항상 싱글벙글하고 우유부단했지만, 그때 보인 여유로움은 예전과 많이 다른 점이 많았으니 그렇지 않을까. 야마모토가 믿고, 다른 선원들도, 상대 측 라르곤도 그를 보는 순간, 그가 취한 행동으로 전쟁은 피 한방울 없이, 그리고 충돌 없이 평화로이 끝나게 된다. 


적에 대한 경의의 표현, 그리고 평화를 의미하는 모습은 상대에게도 평화를 주게된다.


자신의 결정, 그리고 이러한 경례를 받아들이며 답하는 돔의 화답으로 전쟁은 아무런 희생 없이,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끝나게 된다. 윌리엄 텔 서곡을 바탕으로, 아니면 누군가에게는 고요속의 외침을 바탕으로, 우주에서 가장 긴 하루가 이렇게 끝나게 된 것이다.


전쟁같지 않은 전쟁이 끝난 직후, 테일러는 알수없는 회의감에 휩싸이게 된다. 바로 인질극에서 그가 구했던 유명한 군인, 하너 제독이 사망했다는 것이다. 


새로운 순양함의 함장도 되고, 여러 해택을 받을 수도 있을 테일러지만, 결국은 이러한 모든 것들을 포기하고 나가려는 순간. 유리코의 설득과 선원들의 염원, 테일러와 다시 우주로 나아가는 것을 원했기에 결국 소요카제를 타고 우주로 다시 떠나게 된다. 좋다면 좋은 결말, 머나먼 우주에서의 여정으로 마무리 짓는 것이 참 테일러 답다고 생각한다.




- 피 없는 전쟁, 그리고 우리가 생각해야 할 군에 대한 값어치.


여기서 의미하는 '피 한방울 없는 전쟁' 은 무엇일까. 


'바로 필요하지 않은 희생' 이다. 전쟁은 당연히 피를 흘릴 수 밖에 없고, 작품 내에서도 희생은 나오긴 한다. 아예 작품 세계관의 모습이 우주에다가 대척점에 놓여 있는 관계이다보니 이런 점이 더더욱이 강조가 될 수밖에. 하지만 테일러는 이러한 현실을 부각하면서도 피를 흘리는 전쟁에 대한 값어치에 대한 의문을 가졌다. 그런 희생이 우리에게 돌아오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무의미한 책임은 누구에게 따라오는 것일까? 라는 의문을 만화를 보는 우리들에게도 물어보었을 것이다. 


오페라 '윌리엄 텔' 의 서곡을 배경으로 아무런 희생 없이 끝나는 전쟁, 실제 전쟁에서는 전혀 희생없는 전쟁은 없다. 상상하기도 어려운 고요한 전쟁이니까, 피를 흘리며 수도 없이 죽어나갈 군인들의 비참한 참상과 이에 따라오는 죄없는 사람들의 희생. 의미없는 승리... 이를 생각한다면 이는 기적이나 다름 없을 것이다. 누군가와의 갈등은 따라오는 일이지만, 피를 흘리며 서로의 자원들과 소중한 사람들을 희생하는 의미없는 전쟁은 그저 무책임한 길로 따라오는 방식이나 다름 없으니 말이다.


사실 위에서 전쟁을 마무리 짓고 더 유명해진 테일러가 함장직을 잠시 그만 둔 것도 큰 이유가 있다. 그가 가장 존경했고, 첫 만남에서 인상깊게 남은 전설적인 군인 '로베르토 하너' 제독. 한때는 행성 연합 우주군의 제독으로서 상당한 업적을 쌓은 그였지만 은퇴 이후 그에게 남은 것은 몸뚱아리와 두 딸 (이 두명은 소요카제의 선원이 된다! ) 그리고 다 쓰러져가는 낡은 집 한 채가 전부였다. 


적국이었던 라르곤에게도 존경을 받을 정도로 위대한 군인이었지만, 은퇴 후에는 국가로부터 사실상 버림받은 삶을 살게 된 그, 거의 연명한다 라는 표현이 맞을 정도의 묘사가 나오는데, 테일러가 상대한 인질테러극에서 하너 제독의 비참한 참상이 중계 되면서 국가시설로 가게 되어 어느정도 평화로운 삶을 살게 되지만, 결국 사망하는 모습을 보인다. 물론 편안히 생을 마감하긴 했다만, 군인으로서의 공적과 나라를 위해 목숨 바쳐 임무를 수행했음에도 결말은 매우 처참했다. 이러한 모습을 보며 한번 쓰인 소모품으로만 생각하는 군인이라는 생각, 그리고 비단 만화에서 나오는 일이 아닌 우리나라의 군인에 대한 생각과 대우, 그리고 여러 참전 용사들의 예우가 얼마나 처참한지에 대해 다시끔 생각하게 되는 공부가 되었다. 어찌되었든 그의 사망으로 회의감을 느낀 테일러는 함장직을 포기하지만, 알다시피 다시 선원들의 설득과 새롭게 생긴 의지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과연 이러한 일들이 테일러가 아닌 다른 사람이었다면... 어떻게 되었을진 상상에 맡긴다.



                    

처음에는 서로 믿지 못하다 나중에는 테일러와 서로 교감을 나누는 모습은 인상깊다.


무책임 함장 테일러의 주된 소재는 바로 '완벽한 상관이 부하를 만들어 낸다' 라는 것이다. 소요카제의 조합 자체는 사실 최악이나 다름없는게 맞다. 그나마 항상 함장직을 노리던 커리어있는 야마모토, 철두철미하게 자신의 임무를 해나가는 유리코, 조용히 일을 해나가는 카토리와 한국인 (실제로 한국인 설정이다.) 김경화 중위를 제외하고는 사실상 정상이 하나도 없으니 말이다. 성격급한 파일럿 사카이, 경력없는 하너 제독의 쌍둥이딸들, 알고보니 스파이에 인조인간이였던 간호부사관 하루미, 술에 절여사는 군의관 히데자부로. 심지어 과격한 해병대들까지.. 누가 봐도 비정상적이고도 과연 군기확립은 제대로 되련지 궁금한 조합이다.


하지만 테일러는 이러한 조합을 엮어 하나의 가족, 친구로 만들어 냈다. 반목이 아닌 서로의 소통, 그리고 얼떨결에 함장이 되었음에도 이를 자신의 거만함으로 삼지 않았으니까.


위기의 순간이 차례대로 다가오며 내빼려는 테일러를 설득하는 야마모토와 유리코. 그 밑에서 최상의 전투를 위해 노력하는 선원들 덕에 위기가 닥쳐오더라도 이를 극복하여 버텨내는데 일조했다. 당장 테일러가 납치 되자 돌격을 감행하여 구출해낸 것이 그 대표적이 예라고 볼 수 있겠다.


신뢰와 화합, 그리고 믿음은 진정한 군대를 만들어 낸다. 행성 연합 우주군이라는 군 내부의 간부들에게 중요했던 것은 바로 '전쟁의 즉각적인 승리' 였을 뿐이다. 그들에게는 그저 개개인의 업적만이 중요했을 것이고, 단기간의 성과만이 군을 만들어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내부 분열과 온갖 사건, 그리고 전쟁 영웅에 대한 예우 부족은 당연히 군대에 대한 존경심과 신뢰를 떨어트릴 수 밖에 없고, 이러한 일련의 일들은 전쟁이라는 값어치 없는 일에 투입되는 군인들에게 자멸하는 성과밖에 되지 않는다. 어찌본다면 군국주의 시절의 일본군이 자행했던 똥군기, 학살, 내부 비리가 이와 일맥상통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었으리라.


때로는 유머있게, 때로는 멋지게 살아가는 그의 모습에 경외심을, 존경을 하게 된다.


테일러의 가벼우면서도 묵직한 팩트, 그리고 군 내부를 다루며 경직된 사회가 얼마나 잘못되었는지 비판하는 풍자적인 이야기는 그가 얼마나 천재적이었는지, 그리고 거창함만이 전쟁을 이기게 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생각하게 만든다. 권위적인 집단의 군대에서 그가 가져왔던, 평화로운 바람을 뜻하는 '소요카제' 라는 의미는 다르지 않을 것이다.


때로는 어리숙했지만 때로는 결정을 다뤘던 테일러. 권위적인 집단이 아닌, 가벼움을 보여주면서 내적으로는 얼마나 단단한가? 라는 해답은, 테일러였기에 간단히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무책임은 희생이 따르고, 책임있는 일은 희망이 따르니까.



- 나디아, 너의 눈속에는 가득찬 희망이.


돌고 돌아 나디아로 돌아왔다. 예전 안노의 글에서도 다루었고 언젠가 단독으로 내볼 생각의 만화였기에 반가울 뿐이다.


물론 방영 다잇에도 논란의 여지가 없던 작품은 아니었다. 안노 히데아키의 사상적 면모는 에반게리온에서 나오지만, 기초적인 모습은 사실상 나디아에서 보여주었으니깐 말이다. (톱을 노려라에서는 살짝 살짝 가미가 된 느낌이 강하다.)


사실 나디아라는 캐릭터만 놓고 본다면 90년대 극초반에 나왔던 것을 감안하더라도 상당히 파격적인 캐릭터였다. '검은 피부'를 가진 여자 주인공, 그것도 흑인 캐릭터가 주연이라니. 


물론 흑인 캐릭터가 아예 애니메이션에 나오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레이트 마징가의 쥰, 기갑전기 드라고나의 오세아노, 거인의 별의 개조인간 암스트롱이 그랬으니까. 하지만 나디아는 최초의 단독 주인공에 제목에도 등장할 정도니 얼마나 특색을 주었는지는 보면 알 것이다. 이런 점에서 검은 피부를 가진 캐릭터가 만화의 시기 상이었던 19세기 말,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엄청난 산업화가 가속되던 유럽의 프랑스에서 시작 된다는 점을 든다면, 거기다 이 시기의 흑인의 취급이 얼마나 최악이었는지 감안한다면 시대를 앞서나갔는지 볼 수 있다.


그 유명한 무인도 편에서 등장하는 채식 나디아.



하지만 나디아라는 캐릭터를 언급한다면 지금도 나오는 이야기, 바로 '채식주의자' 라는 별명이다. 당장 고기는 안좋다며 안먹겠다고 말하고, 무조건적인 채식 성향을 보인다. 물론 채식이 아예 나쁜 것은 아닌데다가 자신의 건강 상태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채식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나디아의 성향이 워낙 작중 내에서는 좀 강제적으로 나오기도 했고, 결정적으로 그간 쌓아온 민폐 스택이 강했던지라 나디아가 왜 채식을 하게 되었는지는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서커스단의 동물 시체, 그리고 도축되는 소를 보며 큰 트라우마를 겪게 되어서 하게 되었으니... 


어찌되었든간에 나디아를 단적으로 소개하는 표현이 바로 '채식 주의자' 아니면 '발암을 유발하는 여캐' 와 같은 오명이다. 이러한 평가가 물론 보면서 이해가 안되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저러한 과도한 까, 즉 억까를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묘사가 길게 나오질 않아서 그렇지, 어느정도 실리는 있으니.


또한 나디아의 악역을 맡는, 네오 아틀란티스라는 집단의 사상 역시 금기시 될 이야기이다. 물론 그 당시에도 이러한 논쟁이 없는 점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세계 정세, 아니 몇년전의 전체주의를 본다면 얼마나 네오 아틀란티스가 논란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는지 보일 것이다.



네오 아틀란티스의 수장 '가고일' (사진 출처 : 브런치의 수차미님의 글 나디ㅏ가 희망을 말하는 방식.)


가고일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가치는 굉장히 희귀하다. 사실상 금기로 자리잡은 파시즘, 아니면 전체주의 성향을 교묘히 넣으며 만들어냈던 단체는 바로 '네오 아틀란티스' 이며, 모든 인간들을 자신의 수하로 잡아 놓겠다는 단체의 악역화는 정말 놀라울 정도다. 이러한 점을 들어 특유의 카리스마를 앞세워 나디아가 가진 '블루 워터'의 힘들 가로채고, 네모 선장을 방해하는 가고일을 두고 '멋들어진 악당', 아니면 ' 가고일님!!' 이라 말하는 사람들을 보면 놀라우면서도 좀 특이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금과 같은 분열의 시대에는 따라오는 것이 바로 '질병의 도래' 와 '환경의 악화' 이다. 작품 내에서도 가고일이 이를 언급하여 인간의 분열을 말하기도 한다. 


"인간의 어리석음은 끝없는 전쟁과 그 과정에서의 질병, 그리고 자연의 파괴이다."

이러한 말이 나온 것은 우연이 아니라 생각한다. 나디아의 시대를 살짝 지나오는 20세기 초, 1차 세계대전의 발발과 그 후에 딸려왔던 스페인 독감, 산업의 가속화로 서서히 벌어지는 자연의 파괴. 이를 역이용한 히틀러는 딸려온 대공황과 전쟁의 패배로 그로기에 놓여있던 바이마르 공화국, 즉 독일을 나치즘에 물들였고, 승전국이었음에도 마땅한 이득없이 무시당하던 이탈리아는 무솔리니의 파시스트 사상으로 기어코 총을 들었다.


 지금 21세기에 들어오며 세계 각지의 전쟁, 그리고 중국에서 터져나왔던 코로나의 발병, 서서히 무너져가는 지구의 온도와 온난화가 그 예가 되고 있다.


네모 선장이 지키려던 세상을 파괴하여 자신의 수하에 넣으려고 했던 가고일의 사상이 지금 어느 누군가가 꿈꿔오고 있는 새로운 사상이 아닌가에 대한 두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어느 누구라고 주어를 달진 않겠다만,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물론 만화는 만화대로 봐야 현실적이겠지만, 나디아에 나왔던 가고일의 생각이 지금까지 적용이 되어가고, 어느 누군가는 호평을 하고 있다는 것은, 인류가 다시끔 과거의 끔찍한 전쟁과 분열을 반복하지 않는다고 보장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 당당하던 가고일의 운명은 그저 덧없는 소금으로 끝나게 된다.



전쟁의 값어치, 그리고 전체주의가 가져온 악몽의 시간은 그저 전쟁의 끝 이후 덧없는 일이 되었다. 2차 대전의 광기를 보여주었던 독일은 히틀러의 자살, 그리고 국가의 재분열로 이어졌고, 이탈리아는 왕국의 무능함을 느낀 체 공화국으로 전환했다. 일본은... 말을 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그렇게 올라갈 것만 같았던 가고일의 마지막은 매우 허무했다. 나디아를 기어코 납치해서 개조인간으로 만들어낸 나디아의 오빠, 즉 아틀란티스의 왕자였던 네오 이콘과 같이 수하에 두어 지구 정복을 감행하였지만, 결국 마지막으로나마 이성을 되찾은 네오 이콘의 기적적인 부활, 그리고 샌슨과 핸슨의 활약으로 실패에 끝나게 되고, 블루 워터의 힘을 가져가지 못한 체, 비참한 모습으로 소멸하여 자신의 모든 것이 허망한 현실이었음을 알고 소금으로 남게 되었다.


충격적이면서도 제국주의, 아니면 전체주의와 다름없는 면모를 보여주었던 네오 아틀란티스, 이들이 가지고 있던 강한 무력과 과학력은 분명히 경악할만 하면서도 감탄할만한 일이다. 당장 19세기에 맞지 않는 초첨단 과학을 일궈냈으니 말이다. 나름대로의 흥미거리와 사상확립에도 성공했으니 더할 나위는 없었겠지만, 마지막은 아무런 것도 남지 않은 하얀 소금이 되어 소멸하고, 남은 함선 가피쉬만이 이들의 마지막을 보여줄 뿐이었다. 


가끔 커뮤니티에서 종종 보는 내요잉 바로 가고일의 재평가이다. 지금와 같이 국가간의 경쟁이 과도화되어가고, 여러 분쟁에서 딸려오는 경제 위기를 전체의 힘으로 타파하려하는 분위기가 강해졌으니 이는 우연이 아니었을것이다. 본인도 나디아의 생각이 전혀 틀렸다고는 생각을 하진 않는다. 현실적인 부분에서는 맞는 부분도 있으니까, 하지만 가고일의 사상이 얼마나 끔찍한 일을 저질렀는지, 그리고 이와 비슷한 사상이 실제 역사에서는 더 끔찍한 일들을 초래했는지는 역사를 보는, 독자들이 더 잘 알것이다. 지금 이 분열의 시기는 어떻게 본다면 신이 내린 또 다른 심판의 시간일것이다. 과연 지금의 사람들은 가고일의 손을 잡을지, 아니면 이성의 끈을 놓지않고 다른 손을 잡을지...



- 의연한 죽음, 그리고 딸려오는 책임과 희생.



가장 강렬했던, 그 누구보다도 순수했던 페이트


가고일의 사상적 면모, 아니면 금기시될 이야기 외에 나디아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바로 '페이트의 죽음'이다. 


노틸러스 호의 기관기사로 다양한 이과적 과학 상식으로 큰 힘이 되어주엇던 페이트. 쟝과는 나름 기계를 고치는 취미나 여러 상식이 잘 맞아서 쟝에게 많은 것들을 알려준다. 그러한 그에게, 아니 노틸러스 호 전체에게 큰 위기가 닥치게 되는데 바로 미국 함대의 등장이었다.


미국함대는 노틸러스 호, 아니면 가피쉬를 거대한 바다속 괴물로 착각한 듯 싶었다. 실제로도 바다의 큰 생물들을 잡는 것이 함대의 일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이는 가고일의 술수나 다름 없었다. 미국 함대를 역 이용해서 노틸러스 호를 파괴하려는 작전. 페이트가 있는 작업구역은 하필이면 유해물질, 즉 독물질이 유출되어 결국 페이트는 작업 구역에 격리되고 만다.


네모 선장에게 페이트를 살려달라고 말하는 쟝과 나디아. 하지만 페이트는 자신이 희생하여서 다른 사람들이 사는게 맞다며 쟝을 다독이고, 자신의 다가오는 죽음을 겸허히 받아들이려고 한다. 되려 네모 선장에게 네오 아틀란티스를 괴멸시켜 달라 말하고, 이에 나디아는 눈물로 그냥 미군에게 항복하자며 말하지만 거부당한다. 


쟝의 좌절, 그리고 소중한 사람을 잃는다는 아픔은 누가 겪더라도 가슴이 아려온다.


쟝에게 나디아와 사이좋게 지내라며 마지막 말을 남기며 결국은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였던 페이트. 하지만 경고음이 울리고 가스가 방출되는 순간..


|싫어! 난 아직 죽기싫어! 나에게 아직 하고 싶은 일이 있어! 나에겐..."


이 단말마의 절규를 끝으로 사망한 페이트. 슬프게 우는 쟝을 뒤로하며 네모 선장은 다시 노틸러스 호를 부상하라며 말한다. 그리고 그를 추모하며, 자신의 복잡한 감정을 뒤로 한 채, 네오 아틀란티스와의 싸움에 대해 결의를 다지며, 이야기는 막을 내린다.


페이트의 죽음을 보여주며, 전쟁의 진정한 값은 과연 무엇일까, 희생의 가치는 과연 올바를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사람,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친구이자 부하였을 그의 죽음은 의연히 받아들이려던 것과는 달리 마지막에는 그저 나약한 한 사람이었음을 암시한다. 


그저 지나가는 등장인물의 처참한 죽음이라 생각 할수도 있고, 아니면 뼈아픈 한명의 죽음이라 생각할수도 있다. 하지만 과연 이 이야기가 그저 지나갈 이야기일까? 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존경하고,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있는 노틸러스호를 구하기 위해 희생했지만, 결과는 그저 처참한 죽음과 절규였었다. 분명히 전쟁이 발발한다면, 어느 군인들은 자신의 조국을 구하기 위해 맞서서 싸우다 장렬히 전사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희생은 욕되이 할 것이 당연히 아니고, 존경받아야 마땅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과연 전쟁으로서 피를 흘리고, 죽음의 무게를 가벼히 여길 일은 절대 아니다. 소중한 사람의 죽음은 가장 아픈 순간이자 비참한 일이고, 그것이 무거운 전쟁터라면 이러한 비극은 더할 것이니깐 말이다.


전쟁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틀에서, 분명히 잃고싶지 않은 사람을 잃어버리며 좌절에 빠지는 것, 그리고 마지막의 기적을 보여주며 빛을 보여주는 것을 나디아는 여실히 증명해주었다. 인간은 인간답게 살아야된다며 열정을 내뿜었던, 바로 안노 히데아키의 사상적인 면모와 전쟁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여기서 부터 시작했다 생각한다. 에바에서 보여주었던 서로가 서로를 죽이며 결국 피를 내며 처참히 끝났던 것과는 다른 결말이지만, 깊이 생각해본다면 두 작품은 전혀 다르지 않다. 그저 보여주는 분위기와 결말이 다를 뿐이다.


마지막 쟝의 결의, 그리고 생명의 가치를 생각하게 하는 극의 비극정인 분위기는 전쟁이 얼마나 잔혹하고 의미가 없는 일인지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하게 된다. 지금과는 다르지 않는 희생을 해야만 끝나는 이야기... 그렇기에 나디아는 더욱 더 현실적일 것이다. 어느 사람에게는 그저 그런 작품이겠지만, 생각을 해보며 하나하나씩 이야기를 찾아간다면, 지금의 이야기와 같은 것이 바로 나디아니까.



- 글을 마치며.


페이트의 죽음을 보여주며, 전쟁의 진정한 값은 무엇일까, 희생에 가치는 올바를까? 에 대한 해답을 주었다. 희생은 전혀 아름답지가 않다는 점을 말이지, 그리고 전체주의를 비판하며 가고일의 모든 것은 허상이었다, 그리고 마지막은 하얀, 깨끗한 소금으로 사라진 것은 그저 자신의 욕심은 허무하게 없어질 것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지금 나온다면, 테일러보다도 더욱 걱정이 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채식과 검은 피부의 주인공, 그리고 지금으로서는 매우 위험한 사상을 두고 리메이크가 되어 나온다면, 그렇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물어뜯는 나디아를 더 뜯어낼까, 또 자신이 정의라 생각하는 주의자들이 되도 않는 발상을 두고 토론할까? 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전쟁이 다시끔 터져나오고, 분열의 사회를 다시끔 조장하려는 것은 너무나도 안타까운 이야기이다. 테일러와 나디아가 보여주었던 비판적이면서도 미래에 대한 걱정, 그리고 평화롭게 해결되기 위한 갈망을 보여주었다. 그렇지만 이런 것이 무색하게도 세계 곳곳은 분열과 분쟁, 그리고 전쟁으로 점철되었다, 과연 우리 인간들의 대한 걱정과 불안은 언제쯤 되어서야 해소가 될까, 에 대한 답은 바로 우리들에게, 아니면 바뀌어야할 어느 집단의 사람들에게 해답이 있지않을까 생각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