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치 못한 칭찬을 들을 때, 우리는 기분이 참 좋다. 그렇지만 참 쑥쓰럽다. 기분이 업 돼서 표정관리는 안 되는데 마땅히 할 말이 없어 어색하다. 겸손을 미덕으로 여기는 문화 탓인가, 우리는 이때 "어휴 아닙니다."라고 대답하곤 한다.
어쩌다가 칭찬에 리액션하는 방법을 다룬 유튜브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우리의 칭찬 대응 방식은 상대방 호의를 무시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하더라.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었다. 아니, 내가 너 잘 났다고 인정해주는데 왜 아니라고 하는 거야? 내가 사람 보는 눈이 틀렸다는 거야?칭찬을 건낸 상대방 입장에선 그럴 수 있겠구나 싶었다. 음, 그러면 칭찬을 들을 때 어떻게 대답하는 게 옳지? 고민이 생겼다. 이때부터, 나는 주변 사람들이 칭찬에 어떻게 대답하는지 유심히 지켜보는 버릇이 생겼다. 다들 비슷했다. 학과 형 한 명을 제외하곤.
난 데 없이 집안 식구가 될 뻔 했던 친구
그 형은, 타인의 칭찬에 "고마워. 근데 나도 알고 있어~"라고 대답했다. 유쾌하고 센스있다고 느꼈다. 자존감 또한 매우 높아보였다. 배울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도 그 날부터 그렇게 칭찬에 반응하기 시작했다.
작년장교 훈련 기간, 같은 소대의 동기가 내게 무언가 칭찬을 했다. 순간 쑥쓰러우면서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여느때처럼 나도 알고 있다고 답했다. 그런데, 나의 말에 순간 동기의 표정이 굳는 게 보였다. 나중에 이야기해보니 진짜 재수 없었다더라. 깨달았다. "아. 나의 이런 반응이 누군가에겐 오만하게 보일 수 있겠구나." 또다시 칭찬 대응 방법은 나의 고민거리가 되었다.
최근에 칭찬을 들을 일이 꽤나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도 모르게 무언가 대답을 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니, 정말 적절한 칭찬에 대한 대답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나를 좋게 봐줘서 정말 고마워. 그런데, 나 이상으로 너는 OO을 잘하는 것 같아!" 이는 상대방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그렇다고 잘난 체 하는 듯 하진 않다. 나에게 칭찬을 건낸 상대방의 가치 또한 올려준다. 나를 불필요하게 깎아내리지 않으며 상대 또한 존중하는 대응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