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백 있는 삶 Jun 02. 2024

모든 게 운 덕분임을 항상 잊지 말기

탕탕 이빨이 후루루

좋아하는 유튜버 한 명이 반복된 거짓말, 오만한 행실 등 여러 논란으로 나락을 갔다.

그의 영상은 샤워할 때, 똥 쌀 때, 운동할 때 아무 생각 없이 보면 딱이었다. 평소 진지하고 심각한 내 머리 속을 꽤나 가볍게 만들어줘서 좋았다.

그는 동네 형 같이 친근한 이미지를 갖고 있었기에 더욱 호감이었다. 하지만, 전부 쇼였나보다.


그의 사생활이 까발려졌고, 나는 그를 더 이상 좋아할 수 없게 됐다. 그도 그저그런 오만한 부류의 인간이었구나.

우리 대부분의 삶은 90%의 운과 10%의 노력(혹은 실력)으로 결정되는 것 같다고 느낀다. 그런데 이를 인정하지 못하고 본인의 성공에 대해 노력의 영향을 과도하게 평가한다면 빌런이 될 수 있다.

운 나쁘게 방향이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노력을 아무리 쏟아도 결과를 내지 못할 수 있다. 반대로 그렇게까지 대단한 노력을 하지 않았음에도, 시기와 방향이 적절하게 맞아떨어지면 엄청난 성과를 거둘 수 있는 듯하다

솔직히 SNS 인플루언서들? 과연 그들 중 노가다판의 인부들만큼 노력과 고생을 해본 이가 얼마나 되겠나. 그리고 그들이 수십 년 전에 태어났다면 빛을 볼 수 있었을까.

둘 다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런데 이들이 본인의 성공을 오롯이 스스로의 잘남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면, 참으로 현명치 못한 일이다.


주제와 살짝한 무관한 이야기를 보탠다. 이 글이 노력의 가치를 폄하하려는 의도를 담은 것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노력의 영향은 10%라고 느끼긴 하지만, 그 10%가 부재하면 아무것도 거둘 수 없다. 운이 아무리 좋더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에겐 아무것도 주어질 수 없. 또 노력의 순간은 참으로 고독하고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 시기를 이겨내는 사람들은 성과와 무관히 박수 받아 마땅하다.

나는 나름 괜찮은 사람이다. 그리고 이는 내가 잘 난 덕은 절대 아니다. 운이 좋았기 때문이다.

든든한 부모님이 계신 것, 그리고 부모님이 나의 야망을 적극적으로 응원해주시는 것, 윤리와 양심이 있는 사람으로 자랄 수 있었던 것, 못나지 않은 얼굴과 마음을 가진 것, 작지 않은 키를 가진 것, 크게 건강이 나쁘지 않은 것, 건강한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것, 나랑 잘 맞는 사람을 여럿 만나게 된 것, 당장 가고 싶으면 끌고 갈 차가 있는 것, 퇴근하고 내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부대에 오게 된 것, 그리고 그 부대의 사람들이 따뜻한 분들이라 적응에 많은 도움을 주신 것 등. 이것들을 포함해 여러 이유들로 스스로를 믿을 수 있게 된 것.

이 모든 것은 전부 운의 영역이었다. 노력의 투입이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나 자체가 잘났기 때문에 얻을 수 있었던 건 하나도 없었다.


그러니까 내가 괜찮은 사람인 이유는, 나 자신이 '당연히 괜찮은' 사람이기에 그런 것이 아니다. 운이 참 좋았어서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나를 둘러싼 모든 환경이 운이니까.

앞으로도 항상 나에게 작용한 운을 알아보고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을 지니고 싶다. 좋아했던 유튜버 사태를 보며 한 번 더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된다.


작가의 이전글 끝이 없는 가면, 모두 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