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8월 19일 토요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 ‘피프티 피프티’편은 대중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지 못했다. 오히려 제한된 정보로 아티스트 측에 편파적인 프레임을 씌워 여론을 호도했다. 방송 말미에 결론이랍시고 등장한 ‘BTS’ 관련 멘트는 개연성에 맞지 않았다. 정부가 잼버리 사태를 BTS로 무마하려고 시도했듯, 방송사가 해당 편의 관심도를 높이고자 BTS를 끌어왔다고밖에 보이지 않는 선택이었다. 총체적 난국이었던 이번 <그알> 방송을 뜯어보았다.
1. 본질은 음원수익이 아니다.
<그알>은 ‘피프티 피프티’가 소속사를 상대로 법정 소송을 건 이유인 ‘정산 의무 불이행’ 관련해, 음원 수익 미지급을 전문가까지 동원하여 지적하였다. 국내 음원 플랫폼 M사와 해외 음원 플랫폼 S사의 스트리밍 횟수를 기반으로 현재까지의 예상 발생 수익을 계산한 것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추정 수익에 불과하다. 음원수익 정산지급기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해외 음원 플랫폼의 경우 정산지급기간이 반년 이상 소요된다는 건 K팝 팬이라면 누구라도 알만큼 공공연한 사실이다. Cupid가 발매된 올해 2월, 그리고 빌보드 글로벌 차트 1위를 차지한 올해 5월을 기점으로 생각해본다면 음원 수익은 올해 하반기가 되어서야 유통사에 지급된다. 아티스트가 가처분 소송을 건 6월 이전, ‘음원 수익금 0원’은 당연하다.
<그알>은 ‘피프티 피프티’가 오직 음원 수익을 통해 선급금을 변제할 수 있는 것처럼 연출했다. 향후 공연과 광고로 인해 발생할 수익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럼과 동시에 현재 음원 수익이 현 소속사 대표가 관여하고 있는 또 다른 회사, B 엔터사에 흘러가고 있음을 아티스트 측 변호인을 통해 지적했다. B 엔터사로 계약이 되어 있는 이유는 현 소속사가 생기기 이전에 유통사와 진행된 계약이기 때문이다. B 엔터사와 유통사가 계약이 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현 소속사의 신뢰도를 의심한 것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부분이다.
2. 본질은 선급금 변제가 아니다.
중소 기획사는 투자 자본 마련을 위해 유통사와 선급금 계약을 한다. 이 계약 시점은 ‘피프티 피프티’가 세상에 없을 무렵이다. 유통사는 현 대표의 업계 이력을 보고 계약했다. ‘피프티 피프티’는 해당 선급금을 왜 본인들에게 다 쓰지 않았는지 투명한 정산 내역을 요구했다. 아티스트는 본 계약과 무관하기에 선급금 변제의 의무가 없고, 이는 오직 소속사만이 지므로 아티스트가 관여할 부분이 아니다.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시점에 변제할 금액이 남아 있을 경우, 빚을 떠안게 되는 건 소속사이다. <그알>에서는 이러한 엔터업계 경제 논리에 대해 설명하지 않고, ‘피프티 피프티’가 선급금을 갚아야 할 의무가 있는 것처럼 보도했다. 현 대표가 ‘피프티 피프티’에 대해 제3자로부터 가스라이팅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부분도 바로 이 지점이다. <그알>도 이 지점을 전제로 깔고 연출했다.
3. 본질은 프로듀서다.
<그알>은 ‘피프티 피프티’의 프로듀서이자 외주 용역업체 대표인 안모씨가 받고 있는 템퍼링(이적 설득) 의혹에 대해 초점을 맞췄어야 했다. 이 부분은 아티스트와 해당 가족들, 안모씨가 발언하지 않으면 심증만 있고 물증은 없을 부분이기에, 안모씨의 도덕성에 초점을 맞춰 신뢰도를 판단해야할 문제였다. 이번 편 초반까지만 해도 <그알>은 Cupid의 데모 버전을 작곡한 스웨덴 출신 작곡가 3인과 컨택한 상황을 밝히며, 이들 3인이 안모씨에게 저작권을 모두 위임한 점, 이들 3인의 저작권 위임 문서 서명이 날조된 점을 필적감정사에게 의뢰하면서까지 밝혔다. 데모버전과 발매곡의 싱크로율이 너무 높아 추가적인 창작이 없다고까지 판단된다는 것을 전문가의 의견을 통해 증명하고, 현 저작권이 모두 프로듀서에게 가 있는 점에 대해 작곡가 3인에게 취재해야 했으나, 공개하지 않았다. 또, 프로듀서 안모씨가 이전에도 비슷한 방법으로 소속 가수를 템퍼링하여 원 소속사 대표를 빚더미에 앉게 한 정황이 포착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취재하지 않았다. 석연치 않은 부분이다. 안모씨가 최근 시인한 본인의 학력과 이력 위조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저작권, 학력과 이력 위조에 대해 집중 취재하며 피프티 피프티와 외주 프로듀싱 업체와의 관계성에 대해 주목했다면, 대중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며 유의미한 방송이 되었을 것이다.
4. 시스템 지적은 회피다.
시작은 ‘피프티 피프티’였지만 결론은 ‘K팝 시스템’으로 난 이번 편이었다. ‘K팝 시스템’을 주제로 하고 ‘피프티 피프티’를 예로 드는 구성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 펼쳐질 수밖에 없다. 시스템 지적은 회피다. K팝 팬과 연예 업계 종사자라면 쉬이 제기할 수 있는 템퍼링 의혹을, 마치 ‘을’인 아티스트가 ‘갑’인 회사의 채무 이행에 동원되는 사회 문제적인 구도로 구조적 결론 내린 것은 논점을 흐리기 위한 회피로 보인다. 게다가 인기의 정점에 있는, BTS에 가려진 희생양인 것처럼 꾸미는 태도는 업계 감수성이 떨어지는 보도 방식이다. BTS 팬들의 공분을 사는 이유는, BTS는 소속사가 흑자 전환을 할 때까지, 모 멤버가 직접 아르바이트하고, 정산을 받기까지 3년을 기다렸던 과거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알>에서 이야기하는 ‘아이돌들의 어려운 환경’에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그 환경을 딛으며 성장한 그룹을 ‘피프티 피프티’와 대척점에 있는 것처럼 보도한 것은 잘못된 결론이었다.
5. 프로듀서 입장 표명, 추가 취재 및 사과 방송해야
한국연예제작자협회는 ‘피프티 피프티’ 사건과 관련해 지난 7월 성명문을 발표했다. <그알>에 소개되지 않은 내용이다. ‘(해당 이슈가) K팝 산업을 일궈낸 제작자와 아티스트 성장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일이라 좌시하지 않겠다’며, 현 소속사의 입장을 지지했다. 템퍼링 의혹을 받고 있는 안모씨는 (인터뷰 거부 이유인 ‘치아 치료’를 마치는 대로) <그알> 측에 공식 입장을 표명해야한다. <그알>은 해당 이슈에 대해 어떻게 재발하지 않게 제도적으로 마련할 수 있는지, 보다 신빙성 있는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을 통해 중지를 모을 수 있는 기획을 해야 한다. 또한, K팝 산업의 부정적인 측면뿐만 아니라, 아티스트와 제작자의 긍정적인 노고와 희생에도 초점을 맞추어 균형 잡힌 보도를 해야 한다. 이번 방송에서 예시로 든 아티스트에 대한 사과도 필수다.
6. ‘피프티 피프티’의 성과 잊지 말아야
한 틱톡커가 ‘Cupid’ 노래에 호감을 가지고 챌린지를 만들어 쏘아올린 작은 공이, 데뷔 130일 만에 우리나라 아이돌 사상 최단시간 ‘빌보드 핫 100’ 진입으로 이어지고, 영국을 비롯한 글로벌 차트 진입으로까지 이어지며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킬 줄은 누구도 몰랐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아티스트와 제작자의 탁월한 재능과 노력이 있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그알> 방송으로 인해 ‘피프티 피프티’의 컴백은 더욱 요원해질 것으로 보인다. 돈 앞에 무너진 신뢰와, 대중을 기만한 방송 보도로 인해 소중한 아티스트의 재능이 사장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
음악평론가 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