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이란 뭘까 한다.
요 근래 부쩍 관리된 손톱 머릿결 구두 겨울옷
같은 것 들을 떠들어대는데 정말 부유한 사람들 있잖아.
여름 방학 때 아니 분기별로 가족들 모두가
해외여행을 턱턱 다녀오는 그런 부잣집.
관광명소에나 팔법 한 앙증맞은 열쇠고리를
반에 뿌리곤 상기된 얼굴로
비행기를 무려 열 시간이나 탔다고 떠들어대는 그런 애.
가난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것이 아니라
이해해보려고 노력하는 부류.
그런 환경의 사람들은 손톱이니 머릿결이니 하는
그런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쓸까,
과연
그런 면이 보이기나 할까,
너무 당연한 거라 안중에도 없을까?
그런데 나는 그런 것들이 자꾸 눈에 거슬려
깨진 손톱과 그 주위의 거스러미
버석하게 메마르다 못해 갈라진 머리끝
유행이 삼사 년은 지난
신기만 하면 이틀은 밴드 쪼가리를
양 새끼발가락에 감싸야하는 구두
태가 안 나는
이월에 이월을 거쳐 정가를 가늠할 수도 없는
실용성도 디자인도 빵점인 무겁기만 한 코트
나는 이런 것들이 다 진저리가 나
내 가난이 눈에 보이는 게
티가 나는 게 죽기보다 싫어서
어쩌면
나는 평생을 가난하게 살아야 할 수 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