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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공 Aug 25. 2020

[서평] 매리언 울프 <다시, 책으로>

디지털 시대에서 읽기의 미래

  디지털 매체 사용률이 급격히 증가한 현대 사회에서 우리의 읽기 행위가 이루어지는 공간도 변화했다. 기존의 인쇄 매체에서 행해지던 인간의 읽기 행위는 이제 스크린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하지만, 종이책에 익숙했던 독자들은 스크린을 통해 글을 읽는다는 것이 어딘가 불편하게 느껴진다. 문해력에 기초했던 인간의 문화가 디지털 기반으로 옮겨가는 시대에, 읽기 행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뇌과학의 영역에서 설명한 책이 매리언 울프의 <다시, 책으로>이다.


  책의 초반부에서는 읽기 행위를 하는 동안 뇌에서 어떤 활동이 일어나는지 설명해준다. 읽는 능력은 인간이 후천적으로 학습하는 능력으로, 우리가 텍스트를 읽는 동안 뇌의 각 영역은 동시다발적이고 긴밀하게 상호작용한다. 초반부에 나오는 뇌 구조에 대한 설명과 묘사는 비전공자의 입장에서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맥락이 많다. 하지만 인내심을 가지고 읽어 나간다면 중반부의 내용을 따라잡는 데 어려움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매리언 울프, <다시, 책으로>, 어크로스

  중반부에서는 인쇄 매체를 통해 이루어지던 우리의 전통적인 읽기 방식이 디지털 매체로 인해 위협받고 있는 현상과 이유에 관해 설명해준다. 저자는 인쇄 매체를 읽을 때 형성되는 ‘읽기 회로’와 디지털 매체를 이용할 때 형성되는 ‘읽기 회로’가 다름을 지목한다. 종이책을 읽을 때 형성되는 ‘읽기 회로’는 깊이 읽기와 관련된 회로이다. 여기서 ‘깊이 읽기’라는 것은 주의력과 집중력을 발휘해 책의 내용에 몰입하는 것이다. 몰입은 곧 저자 혹은 등장인물에 대한 공감으로 이어지고 타인의 관점을 취하는 것으로 연결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지식을 동원해 유추와 추론, 비판적 사고를 겸하는 행위가 ‘깊이 읽기’인 것이다.

      

  인쇄 매체를 통해 길러왔던 인간의 깊이 읽기 능력은 디지털 기반 매체가 성행하면서 위기에 처한다.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디지털 매체를 이용할 때 형성되는 ‘읽기 회로’는 기존의 회로와는 다른 모습을 띤다. 디지털 매체를 통해, 일 평균 34기가바이트의 정보를 받아들이는 우리의 뇌는 디지털 매체를 앞에 두고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기 시작한다. 정보 과잉의 상황에서 우리의 뇌는 많은 정보를 단순화하기 시작했다. 정보를 최대한 빠르게 처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정보만 선별하기 시작했다. 더불어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지속적인 주의 분산을 요구받는다. 즉 ‘깊이 읽기’ 능력을 잃어가는 것이다.

     

  저자는 디지털 기기 사용 시간이 증가함에 따라 우리의 뇌가 디지털 매체의 ‘읽기 회로’에 익숙해진다고 말한다. 그 결과, 종이 매체를 읽을 때도 우리의 뇌는 디지털 매체의 ‘읽기 회로’를 가동해 얕게 읽기 시작한다. 지식을 내면화하지 못하고, 피상적인 정보를 수집하는 데만 열중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종이 매체와 디지털 매체를 좋고 나쁨의 이분법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후반부에서는 종이 매체를 통한 읽기 행위와 디지털 매체를 통한 읽기 행위의 장단점을 가려낸다. 이를 바탕으로 두 매체 사이에서 균형 잡힌 읽기 방식을 유지할 수 있는, 저자의 생각을 내놓았다. 특히 후반부는 종이와 디지털, 두 매체 사이에서 올바른 읽기 교육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녹아있다. 자녀를 둔 부모에게 유용한 대목이다.     


“즉 우리가 디지털로 많이 읽을수록 우리의 뇌 회로도 디지털 매체의 특징을 더 많이 반영하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129쪽.

“디지털 문화에서 우리는 컴퓨터가 우리처럼 될까 걱정하기보다 우리가 컴퓨터처럼 될지를 더 걱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129쪽.
      
“밀도 높은 텍스트의 어려운 문장 구조를 이해하려면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데도 학생들은 점점 그런 시간과 노력을 참아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1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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