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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공 Nov 09. 2020

[서평] 팀 마샬 <지리의 힘>

 지리의 힘은 세계의 정치, 경제, 문화, 역사를 각 나라가 가진 지리적 조건과의 상관관계 속에서 살펴본다. 가공할만한 기술·과학의 발달로 인간은 자연이 부여한 한계를 상당 부분 넘어선 듯하다. 하지만 세계 각국은 여전히 자국의 지리적 환경에 지대한 영향을 받고 있다. 산맥, 하천, 사막, 바다와 같은 일련의 자연적 조건들은 한 국가 내의 경제적 풍요를 결정짓는 중대한 요소이자, 국제무대에서 인접국과 관계를 형성하는 데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팀 마샬, 지리의 힘, 사이

      

 저자 팀 마샬은 세계를 10개의 지역으로 나누어, 각 지역에서 발생한 정치, 종교, 경제, 전쟁 문제를 다룬다. 중국, 미국, 서유럽, 러시아, 한국·일본, 라틴 아메리카, 아프리카, 중동, 인도·파키스탄, 북극으로 나눈 10개 지역에서, 쟁점이 되는 문제와 해당 지역이 품고 있는 불안 요소를 짚어낸다. 특히, 세계 패권 국가가 되기 위해 대양으로 진출할 수 있는 바닷길의 중요성을 설명하는 대목이 인상적이다. 국제무대에서 바다가 가진 의미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다.

     

 기술과 과학 발달에 가려져 큰 고려의 대상이 아니라고 여겨졌던 지리적 조건. 하지만 좋은 지리적 기반을 가진 나라는 그 덕으로 세계 강대국이 될 수 있지만, 열악한 조건을 가진 나라는 아무리 넓은 영토를 가지고 있어도 지역 강국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한 국가의 향방을 결정짓는 지리의 힘에 대한 저자의 분석은 흥미로운 점이 많다.

     

 바닷길을 두고 왜 그토록 치열한 영토 분쟁이 발생하는지, 중동과 아프리카의 국경선이 구획된 배경과 종교·민족 갈등의 상관관계, 온난화로 인한 북극의 해빙 현상이 가져오는 또 다른 기회의 창 등 지리적 관점에서 엮어낸 세계사라는 점에서 새롭다.

      

 아쉬운 점은, 세계 곳곳에서 발생한 다양한 정치, 종교, 경제, 분쟁 문제를 지리적 관점에서 접근하는 데 중점을 둔 탓일까. 가령 중동이나 아프리카와 같이 해당 지역의 역사적 맥락을 사전에 숙지하지 못한 독자들이 내용을 따라가기에는 벅찬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이슬람과 유대교의 분화와 갈등 과정, 그리고 수많은 민족에 관한 내용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채 저자의 견해가 서술되어있기 때문에, 역사적 배경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것은 큰 흠이다.

      

 또한, 익숙하지 않은 지역의 생소한 지명과 산맥 이름들을 하나하나 따라가기에는 수록된 사진 자료가 빈약하다는 생각이 든다. 세계지리에 능통한 사람이 아니라면, 저자가 언급하는 지명, 하천, 산맥, 바다를 따라가기 위해서 인터넷 검색을 해야 할 정도이다. 독서의 피로도가 매우 높다.

      

 지리적 관점에서 한 국가의 경쟁력을 분석하고 국가 내외적인 분쟁의 원인을 분석했다는 측면에서 매우 흥미로운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조금 더 자세한 설명과 자료가 수록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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