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옷가게 장사란!
애초에 내 생각보다 옷가게엔 할 일이 너무 많았다.
일주일에 하루는 꼭 동대문에 가야 한다.
동대문에 가는 날은 버스를 타기 위해 가게문을 저녁 7시에 닫는다.
보통 나 같은 상인들을 동대문에 내려주고 그날 사입한 물건을 가게에 배달해 주는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업체의 전세버스를 이용했다.
전세버스는 타는 곳이 일정치 않은 상인들을 각각 태우고, 동대문 시장에서 교환 반품을 위해 가져온 옷가지가 든 보따리들을 싣다 보면 시간이 길어진다. 자차로 이동한다면 1시간 이상 줄일 수 있기도 하지만 새벽 2~3시까지 동대문을 누비며 발품을 팔려면 잠을 좀 자 둬야 하기에 웬만하면 대행업체 버스를 이용했다.
꼬박 밤을 새워가며 하는 일이 쉬울 일 없겠지만, 동대문에 가면 모두 새벽을 깨우며 일을 한다.
힘들다고 투정을 부릴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집에 와 씻고 잠을 청하면 새벽 5시는 기본이었다.
다음날 11시가 정식 오픈시간이기에 비몽사몽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몸을 이끌고 늦어도 아침 10시에는 가게문을 열고 사입한 물건을 정리해야 한다.
커다란 비닐봉지에 여러 거래처의 옷들이 가득 차 있다. 빠르게 비닐봉지에 뜯고 옷들을 옷걸이에 건다.
스팀다림질을 하며 튀어나온 실밥들을 쪽가위로 정리한다. 장끼(거래명세서)를 맞추고 옷에 가격을 매겨 택 작업을 한다. 지저분해진 가게 바닥 청소를 하고 마지막으로 마네킹을 신상으로 갈아입히고 나면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있다.
갓 구운 빵이 나올 때 그 향기에 이끌려 빵가게 안에 들어가는 것처럼 사입한 다음날은 분주한 가게 안의 모습에 이끌려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더 많은 고객이 들어온다.
미처 정리를 끝내지 못한 어수선한 가게에서 판매와 정리를 동시에 하는 건 매번 힘이 들었다.
전날 체력소진까지 더해져 사입 다음날은 가게문을 닫을 때까지 기진맥진이지만,
하루를 마감하며 매출 정산을 할 때면 이 맛에 물건 사입을 가고 장사하는 거지 하며 입가에 미소가 감돌았다.
정산이 끝나면 판매가 좋았던 상품은 동대문 거래처에 미리 오더를 넣어야 한다.
오더를 할 때면 사입하는 것만큼 많은 고민이 되었는데, 첫 번째는 오늘 미끼상품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재고를 관리하는 것이다.
미끼상품은 한눈에 들어와서 시착 욕구를 부르고 다른 상품으로 연결하는 브리지 역할을 해준다.
낚시에도 신선한 미끼가 중요하듯이 보통 미끼 상품엔 신상품이 대부분이다.
다음 사입날까지 일주일 동안 가게에서 효자템이 되어줄 상품이니 재고는 적극적으로 보유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오늘 판매가 좋았다 하더라도 내일은 얘기가 달라질 수 있기에 나는 가능하면 예약주문을 받는 걸로 재고관리를 했다.
두 번째는 오늘 신상품과 기존 상품의 코디가 좋았다면 그전 상품의 재고를 어느 정도 보유 할 건지에 대한 고민이다. 앞전에 얘기했듯이 무조건적인 수량 확보도 위험하지만 이런 경우엔 거래처에서 먼저 상품이 끝나는 경우가 있기에 그러기 전에 내가 어느 정도 소화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최대한 미리 재고를 확보해 두는 것도 괜찮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이미 매장에서는 판매를 끝냈지만 신상품과 엮어서 판매가 가능한 것을 기억해 오더를 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다음날도 신상품이 들어왔다고 착각이 들게 만들었고, 지난번엔 반응이 없어지만 코디만 잘 된다면 언제든 판매는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옷가게에서 장사란 얼마큼 코디가 잘되는 것들로 잘 구성이 되어 있느냐의 차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단품이 아무리 예뻐도 고객들은 그것과 코디할만한 마땅한 옷이 떠오르지 않으면 구매를 망설였고, 이때 고객 취향에 맞는 아이템들을 연결했을 때 판매는 쉽게 이루어졌다.
이러한 부분에 있어 옷가게는 단순히 내가 옷을 좋아한다고 잘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옷에 대해 그리고 고객들 니즈에 대해 꾸준히 공부하고 관찰해야 잘할 수 있는 일이었다.
옷가게를 운영하는 데 있어 생각보다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
장사가 무엇인지 뭘 좀 알고 난 이때 나는 오픈 때보다 더 두려움이 일기도 했다.
과연 내가 꾸준히 이 일을 계속 잘 해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