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의무' 3/31 <함께하는 세상 만들기>
휠체어를 사용하는 당사자 A씨는
유명 대형 서점에 방문하려 하였으나
오래된 건물 지하에 위치한 서점을
방문할 수 없었다.
2024년 9월 흔히 ‘장애인등편의법’이라고 불리는
「장애인ㆍ노인ㆍ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의 시행령이 개정되었다.
변화된 내용은 크게 2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최소면적 기준 삭제’와 '신규 대상 추가'이다.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은 일정 규모 이상의 시설에 편의시설 설치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의원은 100제곱미터(㎡) 이상,
공연장은 300제곱미터(㎡) 이상일 때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가 의무이다.
이번에 개정된 시행령에서는 이런 면적 기준을 없앴다.
제1종 근린생활시설에서 의원, 치과의원, 한의원, 조산원, 산후조리원, 지역아동센터와
제2종 근린생활시설에서 안마시술소, 공연장은
시설 규모와 관계없이
높이 차이가 제거된 건물 출입구, 일정 폭 이상의 출입문과 같은 편의시설을 설치하도록 했다.
다음으로 신규 설치 대상이 추가 되었다.
제1종 근린생활시설에는 소방서, 방송국, 침술원, 접골원 4종이
제2종 근린생활시설에는 장의사, 동물병원, 동물미용실, 동물위탁관리업을 위한 시설, 학원, 교습소, 직업훈련소, 독서실, 기원 9종이 추가되었다.
이번 개정은 2022년 이후 약 2년 만에 이루어진 것으로
대상을 확대하는 대신 현장 상황을 고려해
2025년 3월 20일을 기점으로 적용이 시작되었다.
대부분 대형 서점은 편의시설 설치 의무 대상일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지인도 책을 좋아하다 보니
대형 서점이 편의시설 의무 설치 대상이 아니라고 하니
‘왜?’ 라고 하면서 깜짝 놀랐다.
시행령에 따르면
50제곱미터 이상 1천 제곱미터 미만의 서점은
제1종 근린생활시설로 분류되어 편의시설 설치 대상이 된다.
하지만 정작 1,000제곱미터 이상의 대형 서점은 해당이 없다.
1,000제곱미터 이상임에도 편의시설 설치 의무에서 제외되어 있는 것이다.
휠체어를 사용하는 당사자 A씨는 유명 대형 서점에 방문하려 하였으나
오래된 건물 지하에 위치한 서점을 방문할 수 없었다.
A씨는 이와 같은 상황을 ‘모순’이라고 표현했다.
앞으로 대형 서점이 엘리베이터, 경사로 등 장애인 이동 편의를 위한 시설을 갖출 수 있도록 하려면
시행령의 별표 기준 개정, 또는 서점의 용도 분류 조정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제2종 근린생활시설에 서점을 추가하여 1,000제곱미터 이상의 대형 서점을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의무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
대표적으로 카페, 음식점, 미용실, 학원, 주차장 등이 있다.
특히 지하층이나 2층 이상 건물에 위치한 소규모 상가들은 휠체어 접근이 거의 불가능하다.
동네에 있는 작은 미용실을 한 번 떠올려보면
옛날에 지어진 건물에 있는 경우가 많은데
1층이라도 단차가 있거나, 엘리베이터 없이 2층에 위치한 경우
접근성이 보장되고 있지 못하다.
동네 작은 카페도 마찬가지이다.
2층에 있는 경우 엘리베이터가 없거나
엘리베이터가 있더라도 그 앞에 계단이 네 다섯개가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시설들 모두
구조상 어렵다는 이유로 면제되거나,
“약 15평 정도 되는 50제곱미터 이상” “신축 시설”에만 편의시설 설치 의무가 적용되기 때문에
대부분은 의무 대상이 아닌 현실이다.
보건복지부도 이 문제를 인지하고 여러 차례 검토를 했지만,
아직 명확한 해결은 되지 않았다.
2024년 10월,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에서
편의시설 정책 확대에 관한 질의가 있었다.
법정의무가 없는 전국 700여만개의 시설에 대한
편의시설 유무는 실태조차 조사되고 있지 않은 점이 지적되었고,
시행령이 “바닥면적 예외 조항”을 둠으로
대부분의 공중이용시설에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의무가 면제되고 있음이 지적되었다.
서점이 1천 제곱미터 이상이면 편의시설 설치 의무 대상이 아니게 되는 앞서 다뤄진 사례를 의미한다.
이에 보건복지부 장관은
6차 장애인 정책 종합계획에
편의시설 설치 대상과 기준을 확대해 나가는 것에 대해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또 사업자들의 부담을 분담할 수 있는 방안도 같이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건물주, 사업주의 부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리모델링 비용 보조나 세제 혜택 같은
설치를 유도하되,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반가운 소식은
편의시설 설치 의무대상이 아닌 건축물에 대한
지자체의 노력이 있다.
서울시는 ‘모두의 1층’이라고 해서
소상공인 매장을 중심으로 경사로 설치를 지원하고 있다.
한 의원실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10개 광역지자체와 73개 기초지자체에서도
경사로 설치 및 출입구 개선을 위한 예산을 편성해 나가고 있다.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는 2014년에 이어 2022년에도
건축물의 “최소 면적”과 “건축 시기”와 관계없이
모든 건축물에 접근성 기준이 적용되도록 관련 법률 개정을 권고한 바 있다.
또한 지난해 말에는
국가가 장애인이 소규모 소매점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지 못한 것이 '위법'이라고 인정하는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
이는 장애인의 이동 및 접근 편의를 보장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임을 인정하는 결론이기도 하다.
아직 우리 사회 곳곳에는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
거동이 불편한 노약자
유모차를 쓰는 영유아 동반자들의 발걸음을 가로 막는 높은 턱들이 가득하다.
궁극적으로는 “면적”이나 “건축 시점”이 아닌,
이용하는 사람의 권리 중심으로 접근성 기준을 설계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