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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릉밈씨 Nov 05. 2023

돌아온 팝 펑크

 머신 건 켈리(Machine Gun Kelly) 정말 잘생겼다. 훈훈한 외모, 훤칠한 스타일, 망가에 빠져있는 취향, 귀여운 딸내미까지 다 좋다!

 분명 래퍼 같은 예명인데 여기저기 위키를 파다가 팝 펑크 장르로 전향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야 팝 펑크 정말 오랜만이다. 예전에는 아이돌 하다가 락 하겠다고 하면 엄청 욕먹었었는데 지금은 장르 전환도 용인이 되는가 보다.


 내가 처음 접한 팝 펑크는 2002년 선머슴 같은 행색으로 ‘전 버블검 팝이 싫어요!' 하며 나타났던 에이브릴 라빈(Avril Lavigne)이었다. 에이브릴 라빈을 시작으로 크리스티나 아길레라(Christina Aguilera),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로 대변되었던 틴팝에서 벗어나 너나 할 것 없이 보이시한 차림으로 기타 사운드의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며, 힐러리 더프(Hilary Duff), 스카이 스윗남(Skye Sweetnam), 애슐리 심슨(Ashlee Simpson) 등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녀들은 당시 그녀들의 콘셉트에 맞게 동종업계 밴드 남자친구들을 사귀었고, 나도 덩달아 그녀들의 남자친구들의 음악까지 듣게 되었다.

 그렇게 한 시대를 풍미하다 잊혀간 팝 펑크가 지금 머신 건 켈리, Blink182의 트래비스 바커(Travis Barker)와 함께 부흥을 맞았다고 한다.


Machine Gun Kelly - Downfalls High ▶ https://youtu.be/U07VKXydCUw?feature=shared


 위 영상은 영화인지 뮤직비디오인지 모를 머신 건 켈리의 팝 펑크 전향 앨범 <Ticket To My Downfall>의 전곡으로 만들어진 영상이다. 래퍼인지 로커인지 모르겠는 머신 건 켈리처럼, 사랑인지 혐오인지 알쏭달쏭한 어린 연인의 모습으로 팝 펑크의 스피릿을 정통으로 보여준다.


 개인적으로 또 하나 팝 펑크에 대해 알쏭달쏭하다고 생각하는 점이 약간 아쉬운 듯한 느낌의 멜로디 라인이다. 인트로에서 톡톡 쏘다가 후렴 부분에서 멜로디가 극상으로 터질 것 같은데 끝끝내 터지지가 않는다.

 대표적으로 생각나는 음반이 일본 펑크 밴드 SHAKALABBITS의 <CLUTCH>라는 앨범이다.


SHAKALABBITS - CAN'T ESCAPE THE CHOCOLATE SYRUP ▶ https://youtu.be/MR1qZeVCssw?feature=shared

from SHAKALABBITS 2nd Album <CLUTCH>


 왜 후렴 멜로디를 살짝 덜 터트리는 걸까? 반항할 정도의 기질은 있지만 아직은 미숙한 느낌의 청춘을 표현하는 것일까? 인간의 수명으로 치면 설익은 10~20대 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그리운 인상을 남긴다. 불꽃놀이의 마지막 남은 불씨를 바라보는 감정을 준다.

 그리고 현재, MZ 세대들의 공허함을 파고들며, 기성세대들에게는 지난날의 상징으로 팝 펑크가 다시 돌아왔다.


한때는 쓰레기라고 생각했던 에이브릴 라빈의 3집 <The Best Damn Thing> 中

Avril Lavigne - The Best Damn Thing ▶ https://youtu.be/x2i5Jp7mdMc?feature=shared


 돌아온 팝 펑크와 함께 오랜만에 에이브릴 라빈의 <The Best Damn Thing> 도 다시 듣는다. 아쉬운 느낌의 멜로디로 치면 개인적으로 이 음반도 <CLUTCH> 못지않게 생각나는 편이다. 거기에다 그녀의 1, 2집이 워낙 상업적으로도, 평론적으로도 호평이었었기에 3집 발매 당시에 듣고 나서 멜로디가 아쉬운 것에 더해 알맹이가 텅 빈 껍데기뿐인 트랙 모음집이라고까지 생각했었다.

 지금 다시 들어도 트랙 간의 유기성이나 성의는 1, 2집에 비해 좀 떨어진다는 생각을 하긴 하지만 예전처럼 쓰레기라고까진 생각하지 않는다. 팝 펑크의 매력을 충분히 살린 앨범이었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리스너로서의 내가 당시의 나보다 많은 변화가 있었기에 그런 것 같다.


 장르가 부활하니 재평가를 할 기회도 생긴다.




P.S. 어떤 것이든 영원한 결론은 없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다시금 다른 결론이 지어지기도 한다. 만일 인생에서 안 좋은 결과를 받아들이는 순간이 있더라도, 최선을 다했다면 언제 어디서 다시 재평가를 받을지 모르니 그대의 삶을 위해 Cheers! (사상 최고로 더운 어느 11월 일요일을 맞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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