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원 참 롱런하는 배우다.
내가 아직 초등학생이었을 시절, 만화영화, 음악방송 그다음으로 볼만했던 게 KBS의 <학교> 시리즈로, <학교 2>에서 처음 접한 하지원이라는 배우는 뭐랄까.. 아무리 불량학생 역할이라고 해도 잘 빚은 이목구비가 그래도 배우는 배우라는 흔적이 남아 있어야 하는데 드라마 속 하지원은 우리 동네 뒷골목에서 담배 피우고 돈을 뺏는 고등학생 언니, 오빠들과 인상이 똑.같.았.다... 그렇게까지 고증하지 않았어도 되었을 것 같은데 단짝 역할의 김민희 배우와 더불어 너어무 무서웠다.
주인공 역할도 아니고, 그렇다고 모두가 사랑할 법한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도 아니었는데 당시는 세기말로 (종이 울린다! 문이 열린다!) 밀레니엄 2000년이 다가오며 공효진, 배두나, 박광현 같은 개성파 탤런트들이 주목을 받기 시작한 때라 하지원 배우는 독특한 매력으로 눈도장을 찍기 시작했고, WAX의 ‘오빠’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면서 음악방송에서 해당 곡의 퍼포먼스까지 하는 배우로서는 파격 행보를 선보였다.
진짜 댄스 가수까지 하려나 싶을 정도로 실력도 뛰어났고 열심히 임했으며, 싸이(Psy)의 ‘홈런’을 퍼포밍 하면서는 유행에 관심 많은 앞서 간 일본 여자들이나 입는 것 아니었나 싶었던 무대 의상을 선보이며 신선한 콘셉트를 구현하는 것에도 거침이 없었다.
왁스 (Wax) - 오빠 ▶ https://youtu.be/GuPY5rlfvQM?feature=shared
음반 취입하는 것도 아니면서 이렇게까지 가요계에 빈번히 등장하고 있는 배우도 찾아보기 힘들 것 같다. 2009년에는 원더걸스 (Wonder Girls)의 'So Hot'에서 다리가 예쁜 여자로 등장하게 되었다.
원더걸스 (Wonder Girls) - So Hot ▶ https://youtu.be/lmun5PO54VE?feature=shared
해당 곡을 접했을 당시, 무슨 하지원이 다리가 예쁜 여자야 (실제로 보기 전의 감상이다), 그저 라임을 맞추기 위한 등장이겠지, 2000년대에 이은 우연한 2010년대에의 등장이겠지 생각했었다. 그런데 최근에 다시 '지원'이를 접하게 되었다.
뉴진스 (New Jeans) - ETA ▶ https://youtu.be/jOTfBlKSQYY?feature=shared
물론 'ETA'의 경우, 하지원 배우를 일컬은 가사는 아니다. 그래도 이 가사를 쓴 래퍼 빈지노(Beenzino)가 실제 사람 이름을 쓰고자 염두에 두었을 때, 우리나라에서 '지원'이라는 이름은 이제 가요계에서 친숙한 인물 이름이 되었기 때문에 사용하게 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