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는 ChatGPT에게 푹 빠져있다.
불과 얼마 전만 하더라도 다소 멍청해 보이는 생성형 AI 따윈 별 관심이 없던 나였다. 즐겨보는 유튜브 채널들 모두 생성형 AI, 그중에서도 ChatGPT가 얼마나 대단하고 무서운지 연일 떠들어댔지만, 그건 정말 남의 나라 불구경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이미 AI를 활용한 이미지 생성이나, AI로 하는 사진 보정 등의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약간의 흥미를 느꼈지만, 단지 그뿐이었다.
그런 어느 날, 출장지에서 갑자기 현실적인 위협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매일 반복되던 일상을 벗어나 내 일상을 들여다보는 느낌으로 다이어리를 정리하는 중이었다. 그러다 문득, 오래도록 ‘공부’를 하지 않았다는 게 떠올랐다. 업무상 필요한 공부는 늘 하고 있었지만, 스스로 성장하기 위한 ‘나만의 공부’를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매년 한 가지 이상 새로운 것을 공부하거나 자격증을 취득하고는 했는데, 이번 연도는 두 가지 모두 없었다. 사실, 새로운 스터디 모임을 하고 있었지만 그건 이미 알고 있는 걸 다시 복습하는 것으로, 강제성마저 없었다. 왠지 모를 다급함에 이것저것 “검색”을 시작했다.
여러 가지 폭풍 검색 끝에 나는 두 가지 흥미로운 강의를 찾아냈다. 하나는 강사를 대상으로 하는 온라인 강좌였고, 다른 하나는 AI를 활용한 영상편집에 대한 오프라인 강좌였다. 둘 다 비슷한 시기에 시작하는 강좌였고, 나는 그 자리에서 두 과정 모두 바로 신청했다. 온라인 강좌는 주중에 퇴근 후 저녁 식사를 하면서 들었고, 오프라인 강좌는 토요일에 학원을 직접 가서 들었다. 하나는 끝으로 갈수록, 다른 하나는 시작부터 졸린 눈을 비벼가며 열심히 배우고 이해하려 노력했다.
그렇게 5~6주가 지나고 나의 편협한 시야로 봤던 ChatGPT에 대한 오해는 눈 녹듯 사라졌다. 아니, 이제는 ChatGPT 전도사가 되었다. 이전의 나는 몰랐지만, 사실 GPT는 내가 하고 싶은 모든 일의 베이스였다. 예를 들어, 작년부터 나는 유튜브를 운영하고 싶었는데 이런저런 핑계로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가장 큰 핑계는 콘텐츠를 확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고, 그 뒤로는 영상을 만들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두 강좌를 들으면서 나의 핑계는 깔아 뭉개졌다.
일단 ChatGPT는 내가 만들고자 하는 영상의 스크립트를 작성해 주었다. 물론 내가 약간 손을 보아야 하지만, 직접 모든 걸 할 때보다 시간과 노력이 훨씬 단축됐다. 이 스크립트를 영상 제작 앱에 입력하고 버튼을 클릭하면 AI가 자동으로 숏츠 영상을 “뚝딱”하고 만들었다. 몇 초 걸리지 않았으니 그냥 “뚝딱”이 맞다. 뚝딱하고 만든 그 자체로 영상을 올려도 손색이 없지만, 배운 것을 써먹기 위해 Adobe의 영상편집 프로그램인 Premiere Pro의 손도 빌렸다. 자동으로 만들어진 숏츠 영상을 점검하고 원하는 위치에 자막을 넣고, 몇 가지 효과도 슬쩍 더하고 나면 “그럴듯한” 작업물이 나왔다. 이 모든 게 퇴근 후 2시간 정도면 가능했다. 나는 아직 초보라 2시간이나 걸린 것이고 프로들은 10분이면 된다고 한다.
배운 것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만들어낸 1분 남짓의 영상을 보는 내 첫 감상은 “이게 이렇게 간단하게 되는 거였어!”라는 감탄과 뿌듯함 뿐이었다. 생각해 보면 1년 넘게 생각만 하다가 이뤄낸 결과물이 아닌가! 나는 이 경험을 스터디 모임에서 공유했다. 따지고 보면 스터디 모임에서 어떤 것을 하겠다고 먼저 말을 하고 나서 방향을 찾은 것이 순서였지만, 어쨌든 결과가 잘 나와서 뿌듯했다. 그리고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걸 실감하는 요즘이 되었다.
https://youtube.com/shorts/aeivx9Yj7WI?si=Ia1BCAWfNqiILwu-
각자의 사정으로 기존의 스터디 모임이 무기한 미뤄지면서 나는 ChatGPT를 조금 더 파보기로 했다. GPT를 통해 초안을 작성한 글로 블로그 포스팅을 하고, PPT를 만들었으며, 이미지도 제작했다. 작업 중, 아직은 GPT에게 할루시네이션(Hallucination)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았다. GPT와 함께하는 모든 작업에 반드시 검증이 들어가고 있었지만, 그래도 한 번 더 꼼꼼히 찾아봐야 하는 자료들이 있었다. 이전이라면 그 정도야 단축된 시간을 활용하여 찾아봤겠지만, 지금의 나에겐 그럴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다. 그래서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콘텐츠를 찾아 기획하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이 와중에, 나는 ‘당근’ 앱에서 GPT관련 스터디 모임을 하나 찾아냈다. 한정된 시간에 이것저것 하려니 편한 것만 하려 하고 배운 것 이상의 발전이 없어서 궁여지책으로 찾은 것이다. 그런데 이 모임이 생각보다 수준이 높은 편이었다. 특히, 회사 내에서는 나눌 수 없었던 AI 세계의 뉴스들을 마음껏 주고받으며 서로 격려하고 성장하는 게 좋았다. 동기부터 확실하니 이것저것 건드려 보는 것들이 늘었다. 학원에서 저장만 하고 기능을 몰랐던 사이트의 사용법을 알게 되기도 하고, GPT 외의 AI 프로그램들을 접하기도 했다. 특히, 모임 전부터 AI로 만드는 이미지, 영상에 관심이 있었는데, 그것만 전문적으로 파고드는 사람도 만날 수 있었다.
신나는 마음으로 모임을 나간 지 2주가 지났을 때, ChatGPT가 또 업그레이드했다. 할루시네이션을 완화하고 실시간 정보를 반영하는 ‘출처’ 기능이 덧붙여졌다. 이제는 해당 자료의 출처가 명확한 URL 주소로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걸 ‘AI 검색’ 기능이라고 하던데, 앞으로는 AI 검색이 대세라고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그래서 찾아보니 GPT를 비롯하여 ‘뤼튼’이나 ‘Goover’도 이미 출시되어 열심히 활동 중이었다. 매일 눈 뜨면 새로운 AI 관련 뉴스들이 쏟아져서 정신이 없기도 하지만 즐겁기도 했다. 이렇게 편하고 다양한 기능들이 계속 나오니 내가 배울 것도, 앞으로 할 수 있는 일도 많아지겠구나 싶었다. AI가 어떻게 보면 위협이지만, 한 편으로는 하나의 기회가 되기도 하니 나는 기회로 삼아야겠다고 다짐했다.
ChatGPT에게 빠진 덕분에, 나는 구독자 8명(지인으로 이뤄진)의 유튜버로 데뷔했고, 잠들었던 블로그를 깨울 수 있었다. 아직은 초보 중의 초보라 GPT와 더 친해져야 하고 다른 AI 프로그램도 살펴봐야 한다. 하지만, 모임에 오시는 분들과 소통할 수 있고, 뉴스를 알아보는 정도까지는 ‘진화’한 듯하다. 더 많은 새로운 기회를 어떻게 잘 잡을 수 있을까? 요즘은 하루하루 벅찬 기대로 잠들기가 아까울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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