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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니웨어 Feb 09. 2024

EP.03. 우는 모습을 기록하고 있는 이유

비참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오늘은 어떻게 글을 시작할지 고민이 되는 날입니다. 

누군가에겐 민감한 주제일 수 있는 '우울증'에 대해 글을 쓰다 보니 어느새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물론 이 주제로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을 때도 가볍게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만 모든 글이 좋을 순 없기에 더욱 책임감을 가지고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동화책, 역사, 논술 등 가릴 거 없이 책을 왕창 사신 어머니 덕에 매일 책을 읽었고 어른이 된 지금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올드 팝송을 좋아하시는 어머니 덕에 저의 자장가는 오래된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올드 팝송이었고 덕분에 저는 영어에 흥미를 가지게 되어 사교육을 받지 않았음에도 원어민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할 수 있게 되었죠. (초등학생 때 눈높이를 다니긴 했습니다만..) 


공부를 꽤나 하셨던 아버지는 저에게 공부법을 알려주셨고 결국 전 전교 1등까지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방법을 친구 1명에게 알려주니 성적이 상승해서 저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전해주더군요.  


이처럼 과거의 경험은 현재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좋은 기억은 추억으로 남고 그렇지 않은 기억은 상처로 남는 것이 가슴 아프긴 하지만 

그냥 그렇게 살다 보면 눈 녹듯 사라지는 게 인생인가 싶습니다.   


저는 일기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기록하는 것을 즐겨합니다. 그래서 지난달에 제 다이어리를 잃어버렸을 때 너무 마음이 아프더군요. 제가 기록을 하는 이유는, 그때의 제 감정을 시간이 지나고서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행복했다"라는 글을 보면 '그래, 너 정말 행복했구나. 지금의 나도 기뻐', "그만두고 싶다"라는 글을 보면 '그때 힘들었던 너를 보니 지금 나의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프다.'라고 말이죠. 기쁨의 문장을 보면 흐뭇함에서 그치지만, 부정적인 문장을 보면 아파했던 과거의 제가 너무 불쌍해서, 다시는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게 저에게 잘해주고 싶어 집니다. 

그래서 전 기록을 합니다.  


스마트폰이 생긴 12살 이후부터는 녹음을 하고 동영상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그땐 동생들이나 친구들을 찍었지만, 고등학생이 된 뒤로부터는 저 자신을 남겼습니다. 제가 괴롭고 힘들 때, 붙잡을 곳이 없을 때, 금방이라도 쓰러질 거 같을 때, 전 늘 혼자였습니다. (아니, 주변에 의지할 사람이 있어도 그땐 미처 몰랐었죠.) 그래서 전 저와 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펑펑 눈물을 흘리면서 죽고 싶다고, 내가 죽으면 이거 때문이라고 원망 섞인 목소리와 함께 퉁퉁 부은 눈으로 카메라를 바라보며.. 그래도 살긴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을까요? 울면서 꾸역꾸역 공부하는 제가 

참 안쓰러워서 그 영상을 보다가 그만 꺼버리고 말았습니다.  


나중에 말할 테지만, 전 학교 폭력 피해자입니다. 가해자들은 절대 모르겠지요.. 전 지금도, 가해자들이 저에게 한 짓보다 가족 몰래 울기 위해 화장실에 들어가 변기를 붙잡고 소리 없이 끅끅 울어대던 어린 날의 저의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 마음을 여러분들은 다 아시겠지요. 

사랑하는 사람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무엇보다 참담하며 분노의 감정과 애통하는 느낌까지..  

그래서 저는 결심했습니다. 

제가 정말 사랑하는 '나'라는 사람을 다시는, 울리지 않겠다고 말입니다.  


당연히 지금도 가끔 우울한 감정과 눈물을 흘리기도 하지만 과거의 기록을 보며 "나를 지키자"라고 다시금 다짐합니다. 그리고 이 감정을 다시 기록하겠지요.   

여러분이 가장 사랑하는, 나라는 사람을 동굴 깊숙이 집어넣지 마세요.

사랑으로 안아줍시다.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목적이니까요. 




저는 짱구를 참 좋아하는데요,

짱구가 한 말이 기억에 남아서 소개해드릴게요. 

"꽃을 만지는 것처럼 우리도 우리를 소중히 만지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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