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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휘찬 Apr 16. 2024

[일본 소도시 여행] 히로시마 - 원폭의 상흔과 그림자

  히로시마, 다들 잘 알고 계시는 것과 같이 세계 최초의 원자탄이 투하된 도시입니다. 그렇기에 항상 핵전쟁의 이슈가 있을 때마다 "최초"라는 이유로 항상 이름이 오르내리는 비운의 도시이기도 합니다. 그러한 원자탄의 흔적을 찾아보기 위해, 이번엔 히로시마의 원폭돔과 평화공원에 가보기로 합니다. 아침부터 천천히, 히로시마의 노면전차인 히로덴(広電)을 타고서 이동해 봅니다.

  히로덴(広電)히로시마 전철(鉄)의 줄임말로, 히로시마에서 운영하는 노면전차를 의미하는 명칭입니다. 이렇게 신식 도시의 모습 속에 구형 노면전차가 다니는 이색적인 풍경이 히로시마의 매력 중 하나가 아닐까 싶네요. 물론, 신식 노면전차도 많이 다니지만, 저는 운 좋게도(?) 이렇게 구형의 노면전차를 타고 이동해 볼 수 있었습니다. 나름 색다르고 재미난 경험이었습니다. 


  히로시마역(広電駅)에서 원폭돔(原爆ドーム, 겐바쿠 도무)까지는 약 220엔의 요금이 들었습니다. 히로시마 시내를 운행하는 히로덴은 모두 일괄 요금인 듯싶어요. 미야지마 가는 분들은 추가요금이 있다고 하니, 자세한 요금은 확인 후 탑승하기기를 권장드립니다 :)

  역에서 내리자마자, 횡단보도를 사이에 두고 이렇게 원폭돔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이 돔 형태의 구조물은 히로시마 물산 장려관으로 이용되던 건물이었습니다. 원자폭탄이 폭발한 폭심지에서 불과 약 700여 m 떨어져 있던 이 건물은 그 폭발의 여파에도 돔형태를 유지하면서 가까스로 무너지지 않았고, 그로 인해 히로시마 원폭투하의 랜드마크(?)처럼 남아있게 되었습니다. 

  이 원폭돔과 강을 배경으로, 평화공원이 잘 조성되어 있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나 조깅을 하는 현지인들도 아침부터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을씨년스럽게 남아있는 원폭돔의 사이로, 평화로운 사람들의 모습이 보여주는 모순에 조금 요상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만, 이는 일본 정부가 폭격의 흔적을 원형 그대로 보존한다는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원폭돔 건물은 이렇게 360도로 한 바퀴 돌면서 자세히 볼 수 있게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내부는 완전히 잔해로 인해 엉망진창인 모습이고, 내부엔 추가붕괴를 막기 위한 추가 보강작접 이외에는 원형 그대로 잘 보존하고 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원자탄 투하 직후의 사진이라고 합니다. 주변에 전부 박살 나버린 상황에서도 혼자서 쓰러지지 않고 남아, 아직까지도 원폭의 무시무시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상징성과 그 보존의 수준 때문인지, 유네스코 세계 유산으로 지정, 등재되어 관리되고 있다고 합니다. 물론 해당 시기 우리의 아픈 역사를 생각한다면 이러한 것을 왜 문화유산으로?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세계 최초의 원자탄 투하와 그 무시무시함이 주는 역사적 함의를 생각한다면 이해가 아예 안 가는 것도 아닙니다. 군함도로 불리는 하시마 섬보다야 훨씬 나은 듯..

  옆으로는 이렇게 모토야스 강이 조용히 흐르고 있습니다. 이 강물을 경계로(?), 다리 건너에 보이는 저 공원이 바로 히로시마 평화 공원입니다. 유유자적 흐르는 강물만이 그날의 기억을 품은 채 흘러가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평화공원에 위치한 레스트 하우스를 가보기로 합니다.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에 대한 간단한 전시관과 카페, 기념품 등을 팔고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

  내부는 작지만 알찬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당시의 히로시마를 재현해 놓은 미니어처 디오라마도 있었고요. 원폭돔의 위치와 강의 Y자 모양으로 대충 어디가 어딘지 위치를 확인할 수 있게 되어있어서 관림이 편했습니다. 다만, 한국어가 없어서 역사에 관심이 없으신 분들이 가시면 관람볼륨이 조금 적어 보일 수는 있겠습니다. 

  원폭돔, 그리고 원폭돔 위쪽의 자그마한 검은색 이정표가 바로 폭심지입니다. 원자탄이 폭발한 위치와 정말 가까이에 위치하고 있었네요. 


  그리고, 이제 평화공원의 한 구석으로 이동해보려고 합니다. 

  당시 일본의 식민지였던 조선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많은 조선인들이 원폭투하 당시에 히로시마에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원폭으로 인한 사망자 20만 명 중, 10%에 해당하는 2만 명이 조선인이었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그 숫자는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님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이 위령비가 있다는 것이 그래도 위안은 되었으나 조금 아쉬웠던 것은 위치였습니다. 화장실 옆, 그늘진 곳에 자그마하게 있다는 점이 조금은 마음이 아팠네요.

  원폭이 투하되고, 그 뜨거운 열기에 많은 사람들이 물을 찾아 헤매면서 죽어갔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이 위령비에는 한국에서 건너온 물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참이슬도 있었구요. 그래도 꽃도, 비석도, 종이학도 깨끗한 것을 보니 잘 관리되고 있구나, 잊히지는 않았구나 하는 마음이 들어 다행이었습니다. 한국에서 물을 준비해 가지 못한 저는, 아쉽게나마 주변 자판기에서라도 물을 구매해 하나 올려두고 왔습니다. 

  평화롭게도 반짝이면서 흘러가는 모토야스 강이 주는 평화로움이, 더더욱이나 이 모습들과 대비되었습니다. 특히 당시 식민지였던 우리들로서는 참 뭐라 말할 수 없는 복잡 다난한 감정이 일어나기도 했네요. 


  히로시마역에서도 가깝고, 버스센터에서는 도보로 약 5분 정도밖에 안 걸리니, 혹시라도 히로시마에 방문하셨다면 한 번쯤을 둘러보아도 좋은 공원입니다. 단순히 공원으로도 좋고, 나아가 역사적 의미와 배경을 되새겨볼 수 있는 역사현장으로도 좋으니, 한 번쯤 둘러보시길 권장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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