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에세이읽는남자 Apr 01. 2024

에세이란 무엇인가

그래! 가자 후쿠오카

글쓰기 도사님들은 말한다. ‘일단 써라’ 그래서 일단 썼다. 글감은 일상 도처에 널렸으니 가져다 쓰기만 하면 된다고 한다. 나는 직장인이니까 직장인의 고민과 즐거움 그리고 직장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것으로 어렵지 않게 정했다.


‘직장인들이여, 우리는 남을 위해 내 시간을 파는 자일뿐이다. 성공하는 루틴을 만들어 하루빨리 직장인에서 벗어나야 한다. ‘직장인은 부자가 될 수 없다. 내 꿈이 뭔지 고민하고 매일 꾸준히 노력해서 꿈을 이루어야 한다’와 같은 글이 탄생했다.


당시 나는 ‘부의 추월차선’과 같은 자기 계발서를 읽고 있었는데 뭐 당연한 아웃풋이었다.


결과는,


망했다.


그런 걸 누가 읽겠는가. 심지어 나는 ‘에세이’라는 타이틀로 계속 밀고 있었으니 자기 계발과 에세이의 구분도 못한 애매한 상태로 내가 봐도 좀 이상한 글들이 탄생했다. 그리곤 슬럼프에 빠졌다. 한동안 글을 쓰지 못하고 있다가 ‘과연 에세이는 무엇인가’라는 철학적인 질문에 사로잡혔다. 답을 찾기 위해 에세이를 찾아서 읽기 시작했다. 에세이를 읽으니까 에세이가 보였다. 에세이는 일상을 이야기하는 글이다. 음, 그걸 몰랐네.


예를 들어 내가 축구동호회에 들어갔다고 하면 거기서 만나는 사람들과 느낀 점을 기록한다. 내가 옥탑방에 산다면 그곳에서 생기는 에피소드와 다양한 캐릭터들과 고민하고 생각하는 걸 기록한다. 절대로 ‘고로 우리는 지금 모두 축구를 시작해야 한다’ 거나, ‘옥탑방을 탈출하기 위한 전략과 액션 플랜’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나는 직장인이다. 나의 일상은 직장 생활이다. 출근을 하고 회사에 있다가, 퇴근을 해서 집으로 돌아온다. 자 그럼 뭘 쓰면 좋을까. 도무지 특별한 것이 없는데. 그때가 마침 박상영 작가의 ‘순도 100퍼센트의 휴식’이라는 책을 절반 정도 읽고 있었던 참이었다.


어느 날 와이프가 후쿠오카 여행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엔화가 저렴하다느니, 비행기가 특가로 많이 나오고 있다는 둥, 이거 웃기지 않냐며 일본 여행 숏폼 영상을 보여준다. ‘얼마 전에 갔다 왔는데 또 가고 싶어?’ 자존심을 상하게 하지 않는 선에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얼마 전에 막내가, 나만 해외여행을 못 가봤잖아’라고 했다고 한다. 전략이 좋다. 아이들 요구사항은 최대한 배려하는 나를 아주 잘 간파하고 있다. 급기야 며칠 후에는 막내가 직접 내 면전에 대고 ‘나만 못 갔잖아’를 시연한다. 왠지 둘이 조용히 방 안에서 만나서 ‘엄마 나 아까 어색하지 않았어?’, ‘아주 좋았어’와 같은 밀담을 나눌 것만 같았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나는 지금 글감을 고민하고 있었다. 그리고 에세이란 과연 무엇인가 나는 한 번이라도 에세이 다운 에세이를 써본 적이 있는가에 대한 회의를 안고 있다. 절묘하게 박상영 작가는 책을 통해 나에게 소소한 여행기로 ‘자네도 한번 이렇게 써보는 건 어때’라고 속삭이고 있다. 아이와 함께하는 후쿠오카? 그래! 가자 후쿠오카! 막내는 처음 해외여행이라는 경험을 하고, 와이프는 쇼핑을 할 것이고, 나는 글을 쓰면 되겠다. 기록하고 통찰하여 에세이를 완성해 보자.


결정을 하니 나머지는 알아서 척척 진행되었다. 기다렸다는 듯 와이프는 비행기표를 예약 했고 나는 회사에 연차를 상신하였고 막내는 편의점 사장님에게 부득이 일본에 가게 되었다며 자랑을 마쳤다.


그렇게, 나의 첫 에세이를 만두(아들)와 계란(만두엄마)과 함께하는 후쿠오카 여행기로 정했다.


개봉박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