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무거운 실패와 자잘한 실패. 무거운 건 굶주린 사자가 사냥에 실패하는 것과 같은 실패다. 잘못하다가 죽을 수도 있는 생계와 목숨이 달린 실패. 자잘한 건 직장인이 유튜브를 하고 있는데 1년째 구독자가 100명을 넘지 못하는 것과 같은 거다. 짜증 나고 답답하긴 한데 생각하기에 따라 크게 상관이 없을 수도 있다.
종류에 따라 접근 방법이 달라진다. 무거운 실패는 타격감이 크기 때문에 얼른 상처를 치료하고 다시 일어설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나이도 많고 취업이 필요하다. 열심히 준비하고 노력해서 1차, 2차 과정 모두 통과하고 임원 면접까지 갔는데 최종 탈락했다. 처음부터 들러리였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고 나이가 많은 탓에 어딜 넣든 계속 탈락할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도 생긴다.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인가 하며 자신감도 바닥으로 떨어진다. 별 수 없다. 빨리 극복하고 일어서는 데 집중하는 수밖에.
책을 읽든 사람을 만나든 종교의 힘을 빌리든 애착 물건을 사든 단것을 먹든 술을 진탕 마시든 울거나 웃든. 각자 방법으로 다시 기운 내는 수밖에 없다. 그런 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대부분 그렇지) 두 가지 점검해 볼 사항이 있다.
첫째는 내가 틀렸을 수 있다는 걸 받아들이고 재점검을 해보는 것이다. 뭐가 문제였지 완벽했는데. 아닐 수도 있다. 스스로 돌아보던지 주변에 도움을 받던 지 해서 문제점을 빨리 발견하고 보완하는 게 필요하다.
그리고 운이 생각보다 많이 작용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세상이 생각보다 상식적이거나 공정하지 않다. 왜냐면 이게 전부 사람이 하다 보니까 오류도 많고 제멋대로 굴러가는 경우가 정말 많다.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는 입장에서는 그냥 ‘운’이라고 정의해 버리는 방법밖에 없다. 그건 참 어쩔 수가 없다. 나보다 못한 놈은 되고 나는 안되고. 이유가 뭐지. 없다. 그냥 운이다. 정말로 그런 경우가 많다. 신해철도 어느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성공은 운이 결정하니까 너무 스스로 자책하지 말라고 했다.
운이라는데 뭐 어쩌겠나. 그냥 받아들이는 수밖에.
그러니 치명적인 실패를 맞이했을 때는 실컷 울고 운이 나빴다며 스스로 다독거리고 그다음에는 그래도 혹시 뭐가 문제였는지를 찾아보는 루틴으로 하면 된다. 루틴이라고 말한 건 살면서 계속 반복되기 때문이다. 자책하더라도 조금만 하고 빨리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충격-분노-좌절-허무-인정-충전-재기. 빨리빨리 넘어가고 어쨌든 다시 터벅터벅 사냥 자세를 취한다.
그다음 자잘한 실패의 경우에는 그건 계속 축적해 가면 된다. 이 경우에는 실패라는 표현보다는 다른 식의 단어를 붙이고 싶은데 그래서 탄생한 문장이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라거나 ‘실패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것이다. 게임을 하면서 캐릭터를 강화하는 아이템들을 하나씩 모으는 것처럼 하나하나 필요한 것들이다. 좀 과격한 자기계발 책처럼 이야기해 보자면 그냥 많이 실패하라. 맨날 하라. 나쁜 게 아니니 계속 실패하고 도전하라. 정말 그러면 된다고 생각한다.
슈퍼마리오 게임을 하면 각종 장애물을 모두 통과하고 스테이지 클리어를 하게 된다. 그런데 가끔 어느 비밀통로를 발견하게 되면 모두 스킵하고 바로 게임을 끝낼 수 있다. 고생하지 않고 한방에 무혈입성할 수 있다. 아니, 그런데 그럴 거면 게임을 왜 하지.
생각해 본다. 게임을 왜 하지. 스테이지를 모두 클리어하고 게임 엔딩을 보기 위해서 하나. 아니면 게임을 하는 동안 어려운 문제를 푸는 쾌감을 즐기기 위해서 하나. 둘 다지 뭐. 일단 이번 판을 깬다는 목표가 있을 것이고 깨는 과정도 재미가 있어야 하고.
어느 판에서 마리오가 굼바를 밟고 높은 곳으로 점프해서 올라가야 하는 장애물을 만났다. 계속 실패 중이다. 굼바를 밟지 못하거나 점프가 약해서 아래로 떨어져 버리거나. 10번 넘게 시도했는데 계속 죽는다. 이게 되긴 되는 거야. 뭔 게임을 이따위로 만들어 놓은 거지. 여긴 따로 비밀통로도 없다. 무조건 깨고 가야 한다. 시도한다. 실패. 시도한다. 또 실패. 욕이 나온다. 시도한다. 실패. 게임을 하면서 내가 짜증을 내고 있네? 시도한다. 실패. 게임을 끈다. 안 해 나 안 해.
며칠 후,
다시 도전한다. 그동안 공략 방법을 인터넷을 찾아보고 몇 가지 익힌 기술이 있다. 따라 해 본다. 몇 번의 실패 끝에 드디어 도전. 오 이게 되네. 다음 판으로 넘어간다. 그런 식이다.
그냥 계속해보고 고민하고 방법을 찾고 다시 하고 여긴 실패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다. 과정이나 축적되는 경험 같은 표현이 더 어울린다.
그래도 여전히 실패보다는 성공이 과정보다는 결과가 더 좋다. 나만 허우적거리고 있는 거 같고 나보다 늦게 시작한 사람들조차도 이미 전부 결과를 맛보고 있는 거 같아 늘 불안하고 초조하다. 그게 솔직한 심정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마인드 컨트롤. 나에게도 꼭 좋은 시간이 올 것이고 지금은 그저 연습일 뿐이라 생각하는 수밖에. 좋은 쪽으로 생각하며 살지 않으면 뭐 맨날 좌절하고 포기하면서 살 순 없지 않은가.
그러니 그냥 그렇게 생각하는 거다.
굳이 좋은 쪽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