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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혁 Mar 24. 2024

2024 KBO리그 개막전

수원에서 맞이한 새로운 시즌

어제(3월 23일)는 2024 KBO 리그 개막일이었다. 운이 좋게도 2년 연속으로 현장에서 개막전 중계방송을 할 수 있었다. 올해는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삼성과 KT의 경기를 중계했다.


경기 전 배팅 연습을 하고 있던 KT 로하스

아침까지는 비가 내렸었는데 다행히 날이 개면서 완연한 봄 날씨가 됐다. 오랜만에 맡는 야구장 냄새에 나도 가슴이 설렜다. 보통은 경기 시작 세 시간 전쯤 야구장에 출근하는데, 개막일이라 평소보다 더 일찍 도착했다. 홈팀의 그라운드 훈련이 한창인 시간이다. 반가운 선수들, 코치님들과 감독님, 구단 직원들 등을 보니 시즌이 시작됐다는 실감이 났다. 


개막전 나의 파트너는 우리 채널의 신입 해설위원인 구대성 위원과 이택근 위원이었다. 작년에는 개막전을 대구에서 당시 신입이었던 김태형 해설위원(현 롯데 감독)과 중계했었는데, 그때 김 위원이 중계실 위치를 못 찾고 엄청 헤맸었다. 이번에는 그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 내가 미리 마중을 나갔다. 위즈파크 중계실은 엘리베이터를 통해서만 올라갈 수 있어서 처음 왔을 때 찾기가 까다롭다. 


구대성 해설위원과 나, 그리고 이강철 KT 감독. 이강철 감독은 감독 부임 첫해에는 개막전이 엄청 떨렸는데, 이제는 덤덤하다고 했다. 사진 스포츠조선

개막전인 만큼 양 팀이 비시즌 동안 어떤 변화를 줬고 어떻게 준비해 왔는지를 집중적으로 준비했고, 올해 바뀐 룰에 대한 내용도 꼼꼼히 확인했다. 특히 시범경기부터 도입된 ABS(자동 볼-스트라이크 판정 시스템)의 효과가 매우 크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더 이상 볼 판정으로 인해 선수들과 팬들이 감정 상할 일이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캐스터들도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판정과 관련된 언급을 하지 않는 편이지만 중계를 하다 보면 '이게 볼?' 또는 '이게 스트라이크?' 하는 순간은 종종 있어 왔다. 이제는 의아해 하지 않아도 된다. 


경기는 연장 접전 끝에 삼성의 6-2 승리로 끝이 났다. 강해진 불펜과 타선의 응집력을 보여준 삼성의 승리에 팬들도 뜨거운 응원 열기로 보답했다. 중계 때 기회가 되면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고 7년 만에 부활한 삼성의 응원가 '엘도라도'에 대해 언급하고 싶었는데, 중계실에서는 응원가가 잘 들리지 않아서 타이밍을 못 잡았다. 이종열 삼성 단장이 작년 10월 부임하자마자 제일 처음 구단에 요청한 두 가지가 '유니폼의 빨간 줄을 없애자'와 '엘도라도를 찾아오자'였다고 하는데 두 가지 모두 팬들의 반응이 매우 좋은 것 같다. 


KT도 패하긴 했지만 여전히 나는 올 시즌 강력한 우승후보 중 한 팀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 전력이 건재한 가운데, 선발 투수진이 단단하게 갖춰져 있기에 가장 변수를 줄일 수 있는 팀이 아닐까 싶다. 물론 마무리 투수의 이적으로 불펜의 조직력을 다시 갖춰야 하고 새로운 주전급 야수를 발굴해야 한다는 과제는 남아 있겠지만 말이다.


구대성 해설위원, 나, 이택근 해설위원. 낮경기는 눈이 부셔서 선글라스를 끼곤 한다.

두 신입 해설위원들은 무사히 데뷔전을 마쳤다. 구대성 위원은 레전드 투수답게 투수들의 구종 분석과 수싸움 등을 주로 다뤘고, 이택근 위원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면서 전체적인 경기의 흐름을 능숙하게 읽어냈다. 물론 아직 미흡한 점도 있었겠지만, 각자의 장점을 잘 살려 나간다면 올 시즌 좋은 해설위원으로 성장하시리라는 믿음이 간다. 팬들도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 


언제나 '모두를 만족시키는 중계는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방송을 하고 있다. 때때로 마주하게 되는 악평들에 초연해지기 위해서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럼에도 한 명이라도 더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막전 중계방송을 마치며, 올해는 더 많은 팬들이 만족하는 중계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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