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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이안 Jun 26. 2024

생각이 손에 잡힐 때

출간 작가의 꿈을 이루다




감동적인 날이다.

처음으로 나의 생각이, 타인에 의해, 종이라는 물체에 새겨져 손에 잡히는 대상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 <월간에세이> 편집장님께 원고 청탁을 받고서 줄곧 기다린 순간이다. (메일의 제목이 원고 청탁서였기에, 나와 남편은 거액의 청탁을 받는 고위 공무원 상황극을 하며 집으로 돌아왔다.)

언제 게재될까 궁금했는데 여름의 중간 7월호로 만나보게 되었다. 더 기뻐야 하는데. 수개월간 너무 많이 기다려 왔기에 오히려 감정의 깊이가 조금 얕아져 아쉬울 정도이다.






어릴 때부터 작가를 동경해 왔기에 익히 알고 있다. 칼보다 펜이 왜 강한지를, 타인의 생각에 침투하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 능력인가를.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정식 작가가 되기도-이후 전업 작가로 살기 녹록지 않은 것도 알았다. 해서 동경이 장래 희망으로, 직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쉽게 접힌 꿈이라면 열망도 생각보다 크지 않았던 이유겠지. 그럼에도 나는 작가들의 일상을 찾아보고 작가들이 쓴다는 아이템 따라 사기를 즐겼다. 무엇보다 가장 탐낸 것은 ‘작가’라는 직함 그 자체였다.

타이틀의 획득 자체는 그 어떤 행복도 담보하지 못한다는 것을 수없이 경험했다. 하지만 인간은 생각보다 어리석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피부에 와닿지 않았다. 당장 작가가 되어 내 저작물과 함께 사진을 남길 수 없기에 나는 종이 일기장을 썼다. 스마트폰은 간편하고 강력하지만 손가락으로 밀어 올리면서 그 생각은 저 너머로 사라진다. 직접 쓰지 않으면 흔적조차 없는 생각, 생각들. 두서없이 머리에 찾아왔다가 사라지는 그것을 잡아채 종이에 내보이는 것이 좋았다.

무한을 떠돌던 생각이 평면에 또렷이 나타나는 순간은 나에게 차원을 이동해 온 무엇과도 같았다.



나의 세계를 누군가 보아 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수없이 생각했다. 그 꿈은 브런치로 이루었다. 작가 심사 합격 메일은 브런치가 '당신 글은 남이 보아도 좋은 수준입니다'라고 인정한 것만 같았다.

그러나 원고료를 받고 잡지 속 이름 석 자 쓰인 글쓴이가 되는 것은 또 새로운 영역이다. 처음부터 출간을 목표로 이곳에 깃들었지만 의지박약으로, 어떤 날은 피로함으로 자꾸자꾸 멀어져 가던 종이책 작가의 꿈. 몇 달의 시간을 지나 물화된 한 권의 책으로 실현되었다.



어제 본 유튜브에서,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허준이 교수는 말했다. 행복한 사람은 스스로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갖는다고. 자신감에 근거를 가지려고 들면 아무것도 못 한다고.

그렇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의 존재는 알았지만 도전할 생각은 하지도 못하던 어느 날. 갑자기 솟구치는 열정으로 습작 두 편을 써낸 것은 새벽녘의 근거 없는 자신감이 몸 전체로 퍼졌기 때문이다. 이래서 새벽에는 전 연인에게 연락하지 말라던가. 한 번 낙방하고 그래서 자신감도 함께 떨어지고, 몇 달을 흘려보내다 다시금 추스른 것도 근거 없는 자신감과 함께했다.

그리고 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근거 없는 자신감이 나를 몰아세워도 기회의 문턱이 지금처럼 낮추어진 시대가 아니라면 작가라고 불리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여러 갈등과 반목이 있어도, 이 시대에 감사한다.






한국에서 프랑스 아를을 느끼는 법



혹자는 과도한 과학 발전을 우려하며 하수상한 세월을 한탄한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은 약자, 혹은 정보에서 소외된 자에게 거의 무조건 옳다. 전문가의 권위가 줄어드는 시대이기도 하지만, 능력 대비 열정이 커서 주눅들던 사람들이 용기를 낼 수 있기도 하다.

유튜브에서 경제, 사회, 역사 등을 다루는 잡학지식 채널을 즐겨 본다. 인터넷에 공개된 정보를 가공해 만든 해석본을 듣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그때마다 느낀다. 세상이 참 좋아졌다고. 어디 있는지 모르거나 눈에 보여도 관심이 없을 뿐, 아는 사람끼리만 아는 정보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특출 난 아웃라이어가 아닌 이상 지금만큼 기회를 잡기 좋은 시대도 또 없다. 그리고 브런치의 탄생 또한 기술의 발전이 대중에게 기회를 넓히는 한 사례라고 본다.



알고 있다. 오늘 받은 선물이 반드시 무언가를 보증하지 않는다는 것을. 하지만 속에만 담아 두던 열망을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드러낸 결과 공명하여 되돌아왔다. 그러지 말라는 말을 바로 어제 들었지만 이 선물을 앞으로 열심히 쓸 또 다른 근거로 삼으려고 한다. 적극적으로 세상을 느끼고 보다 많이 남겨야겠다.

저녁에는 맛있는 음식 먹고, 잡지를 더 사서 사람들에게 돌려야겠다.

그리고 원고료를 알차게 쓸 방법을 적극적으로 고민할 요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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