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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R Jan 19. 2024

美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금동반가사유상’

문화일보 기획연재 기사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세계 속 우리 문화재]

장해림





대만 화교 출신으로 일생을 일본에서 보낸 펑카이둥(彭楷棟·1912∼2006)은 생전 불상 수집가로 명성을 얻었다. 영화배우, 당구장 사장, 군수업자, 고미술상으로 활약하며 파란만장한 삶을 보냈고, 재벌의 반열에 오르기까지 했다. 1950년대부터 일본에 거주하며 불교 미술품을 중점으로 수집하기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다.



펑카이둥은 말년에 수집한 불상을 대거 처분했다. 1987년에 고국 타이베이 고궁박물원에서 전시되기도 했던 삼국시대 ‘금동반가사유상’(사진)이 2003년에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 출품됐다.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은 안넨베르크(Annenberg) 재단 기금을 통해 불상을 구입하고 낙찰받았으며 출품 당시에는 미륵불좌상(Seated Maitreya)로 알려져 있었으나 추후 반가사유상으로 정정됐다.



삼국시대인 7세기 중반에 제작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 금동반가사유상은 높이 22.5㎝, 너비 10.2㎝, 두께 10.8㎝로 비교적 크기가 작다.



그러나 그 엄숙한 분위기만큼은 다른 대형 좌상들에 못지않다. 고매한 눈초리에 엷은 미소는 진리에 통달한 절대자의 신비로움을 전달하며, 정교하게 조각된 손가락과 발가락은 실제 근육의 움직임을 섬세하게 포착해 놀라운 사실감을 자아낸다. 발을 디디고 있는 연화족좌(蓮花足座)의 우아함도 주목할 만하다. 어깨까지 유연하게 흘러내리는 머리 장식과 함께 착용한 일월식(日月蝕) 보관은 태양과 초승달을 결합한 형태다. 이 양식은 본래 사산조 페르시아의 왕관에서 유래했으며 실크로드를 통해 한반도까지 전래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뉴욕 한가운데에 자리를 잡고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여행객들을 맞이하는 싯다르타의 모습을 통해 우리는 실크로드부터 어느 수집가의 인생까지, 긴 세월과 시공간을 초월한 숭고함을 느낄 수 있다.


https://www.munhwa.com/news/view.html?no=2023061201033012000001

당시 어쩌다보니 잘 알지도 못하는 '불상'에 대해 글을 쓰게 되어 당황했었으나... (주제는 정해져 있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한국실 학예사이신 현수아 선생님의 도움으로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재단에서 직원 신분으로 쓴 마지막 기획기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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