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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협동조합 청풍 Mar 31. 2023

가을 평화 한 줌 나누어 드릴게요

2022. 9. 26. 발송분


안녕하세요, 강화쿠키레터입니다!


가을이 선선한 공기로 피부에 닿는 요즘, 저는 강화읍에 있는 남산으로 운동을 다니고 있어요.

워낙 운동을 안 했던 터라 짧은 오르막길도 너무 힘들어 ‘그냥 여기서 내려갈까?’ 하는 생각이 여러 번 들더라고요.

며칠 전엔 동네 친구들과 함께 산행을 했는데, 나무가 무성한 산의 초입에 들어서자마자 한 친구가 끝없이 탄성을 질렀어요.


 “저 꽃들을 보니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아요!”

 “와, 나무가 너무 멋지다. 여기 너무 좋아요!”


친구의 탄성을 따라 꽃을 보고, 나무를 보며 걷다 보니 그날은 산 정상에 있는 남장대까지 오르는 길이 무척 짧게 느껴졌고, 각양각색의 나무가, 바람이, 하늘이 마음으로 찐하게 다가왔어요. 바로 앞의 땅만 보며 억지로 걸었을 땐 벅차기만 했던 산의 이야기가 그제야 시작되었어요.


산 정상에서 우리는 오래 앉아 풍경을 바라보며 바람을 맞았어요. 마음에 잔잔하고도 충만한 평화가 찾아오는 걸 느끼면서요. 친구들이 없었다면 혼자서는 발견하기 어려웠을 평화였기에, 곁에 앉은 친구들에게 고마웠어요. 여러분도 가까이 있는 누군가에게 평화를 한 조각 나누어 받거나, 혹은 건네줬던 기억이 떠올랐으면 좋겠어요. 그러고 보니 여러분에게 평화란 어떤 모양을 하고 있나요?


평화는 다양한 모양을 가지고,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번져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 강화섬의 친구들은 섬에 살며 확장된 평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산책 연극과 평화 아트 투어를 선보이고 있답니다. 같이 걸으며 낯선 이상기후에, 철책길에도 아름답게 물드는 찬란한 노을에, 섬에 살고 계신 할머니의 이야기에 찐하게 묻어있는 평화를 나눠갖고 있어요.


저에게 있어 평화란, 요가나 명상에 집중할 때 찾아오는 몸과 마음이 일치되고 고요해지는 순간이었어요. 그런데 강화섬에 살며 좀 더 다양한 평화에 대해 상상하게 되었답니다. 가령 자주 가는 북쪽 바닷가의 정자 ‘연미정’에서 바로 보이는 바다에 철조망이 없어져 갯벌에 푹푹 발을 담그며 노는 즐거움, 혹은 집 창밖으로 넓게 펼쳐진 논의 무겁게 영근 벼가 태풍에 쓰러지지 않고 튼튼하게 자라 낱알이 되는 풍요로움과 같은 모습으로요.

우리 같이 잠시 걸어볼까요?


혼자서는 미처 보지 못했던 숲 속의 노란 꽃밭을 발견하듯, 이 섬에서 함께 평화를 찾아내 마음에 담아가요. 화창한 가을 강화섬에서, 함께 평화해요.




본 게시글은 2022.09.26 발송된 강화쿠키레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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