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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담 Apr 13. 2024

소담일지_240413

잘 자고, 잘 지내자

있잖아, 오늘도 그럭저럭 별로인 하루를 마치기 위해, 사람 많은 지하철에 어떻게든 끼어 타겠다고 곧 문이 닫히려는 찰나에 종종 대고 있었는데 말이지, 순간 한쪽 발이 쑥 빠진거야. 허공에. 이곳은 전동차와 승강장 사이가 넓으니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라는 그 안내멘트를 한번도 귀기울여 들은 적 없었을 너처럼, 나도 그랬고, 그 짧은 순간에 추락을 느꼈어.


그때 문 앞에 서있던 한 남자가 동요 없는 표정으로 내 손을 잡아 열차 안으로 넣어줬고, 한국어를 배운듯한 일본인 여자애 둘이 괜찮냐고 물어봐서, 나는 괜찮아요, 고맙습니다, 감사했습니다, 라는 말로 한 정거장 후에 그들을 보냈어.


신경 쓰이던 세상 일들이 신경 쓰이지 않았고, 나는 정류장에서 내려 다시 바쁘게 걸어나왔어.


오늘은 매일 가던 카페에서 사먹은 커피 한 잔으로 마음이 붕 뜨고, 저녁에는 우연히 나이 든 유명배우가 친구들과 밤커피 마시는 모습을 창 밖에서 영화 보듯 구경을 했고, 닭꼬치 하나 사먹고 걷는 길이 즐거웠고, 친구들을 배웅했고, 다른 어떤 친구와 전화로 사는 얘기와 언젠가의 여행 얘기를 했어.

사진은 오늘과 상관없는, 팔천원짜리 비빔밥과 순두부찌개 세트야. 잘 비벼 먹으라는 사장님의 말에 나는 맛있네요, 라고 답하며 깨끗하게 그릇을 비웠던.


잘 자고,

잘 지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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