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션일기 1
초등학생 시절,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듯 미술시간이 되면 어떤 그림을 그려야 했는데, 자신의 자화상을 그리기도 하고 자신이 모 기업의 과장(?)이 된 것처럼 음료수를 광고하는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림을 잘 그리는 친구들이 부러웠고, 이렇게 그림을 그려 뒷 게시판에 붙여놓는 순간이 가장 창피함을 느끼는 중 한 순간이었다. 과거에 필자도 그랬지만 어린 아이들에게 꿈을 묻는다면 대개 대부분의 아이들은 희망하는 ‘직업’을 말한다. 지금도 그럴지는 모르지만 의사, 변호사, 가수 등 ‘사’자로 끝나는 직업이 다수였고 나와 동일한 꿈을 가진 아이는 한 명도 없었다. 그 시절, 나는 오르지 박물관을 사랑했고, 일반 사회 교과서에 역사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보고 ‘사회’=역사라는 매우 단순한 생각을 했다.(국사와 일반사회가 다르다는 사실은 이후에 알게 되었다) 20대의 마지막인 지금 나는 다시 한번 나 자신에게 물었다. ‘너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니?’ 그러자 갑작스레 어딘가에서 이런 답이 들려오는 것 같았다. “나 자신을 끊임없이 퇴고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초고는 결함이 많고 수정해야 될 것이 비록 많지만 여러 번의 퇴고를 거치면 깔끔하고 좋은 글이 되니까 나는 나 자신을 평생 퇴고하는 삶을 살아가고 싶어”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퇴고를 미완성에서 완성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여기지만 나에게 퇴고란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을 꿈꾸고 여러 번의 퇴고를 거쳐 아름다운 미래를 만들어가는, 세상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아름답고 정직한 수단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홀로 무언가에 집중해서 끊임없이 끄적이고 수정하고 끄적임을 계속하는 퇴고, 사람도 만일 글처럼 퇴고를 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안 좋은 일들은 절반이나 반의 반으로 줄어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퇴고당한 인간에게 주민등록증은 필요가 없을 것이다. 공관서에서 근무하는 이들의 일상은 그들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뒤’만 보고서도 “이 사람은 정말 정직한 사람이군! 무려 80번 이상 실과 바늘로 꿴 자국이 있으니까 통과!”라고 말하지 않을까? 다만 이런 사람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이 사람은 어째 단 한 번도 자신을 되돌아보지 않았군! 자국조차 보이지 않는 사람이라… 일단 보류! 당신은 지금부터 50번 이상 퇴고를 해와야만 합니다. 안 그러면 저기 있는 처치실에서 처치곤란 대상으로 간주, 강제로 퇴고당할 수 있습니다” 다만 퇴고에도 영역이 있느냐고 누군가가 묻는다면, 좋은 질문이다! 영역은 당연히 존재하며, 일상, 꿈 사랑, 슬픔 등등을 들 수 있다. 다만 이곳에서의 신은 특히 사랑에서만큼은 관대해서 상처가 많은 사람에게는 그에 맞는 사람을 자기의 천사들과 수종드는 이들을 시켜 맺어준다. 이것은 철저히 이곳의 모토만 봐도 알 수 있다.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얼마나 자신을 돌아보았는가, 현재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 그리고 어떻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이 세 가지를 충실히 살고 있는 사람은 다른 누군가와 행복함을 누리기에 충분한 자격이 있다!"
※주의사항: 퇴고를 충실히 하십시오. 퇴고하지 않는 삶은 죽은 사람과 다를 바 없습니다. 자신을 먼저 퇴고해야 남을 이해하고 인생 또한 아름다울 수 있습니다.